망종 안희연 며칠 만에 돌아온 그는 어딘가 변해 있었다 눈동자에는 밤의 기운이 가득했다 대제 어딜 다녀온 거예요? 한참 동안 말없이 서서 한참 동안 볕을 쬐더니 앞으로는 돌을 만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했다 다음 날부터 그는 돌을 주워 오기 시작했다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돌과 보냈다 마당에는 발 디딜 큼 없이 돌이 쌓여갔고 그는 자주 돌처럼 보인다 나는 그가 돌이 되어버릴까봐 겁난다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하략...... 안희연은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이 있다. 「망종」은 24절기 중의 하나로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들며 이맘때가 되면 보리는 익어 먹게 된다. 며칠만데 돌아온 그는 변해 있었다. 눈동자에 밤의 기운이 가득할 정도로 밤일을 했던 것이다. 어딜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앞으로 돌을 만지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다음날부터 돌을 주워오기 시작한 그는 하루 종일 돌과 시간을 보냈다. 마당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돌이 가득했다. 눈부신 계절이어서 식물들은 맹렬히 자랐다. 누런 잎들을 매달고도 포기를 모르는 식물들이었다. 포기를 모르는 것은 돌을 만지는 사람이나 식물이나 같다. 창비 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용인시가 ‘제5차 예비 문화도시’에서 탈락했다. 예견됐던 일이다. 문화도시를 말하면서도 용인시는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했다. 특히나 문화적인 상상력은 유치한 수준이었다.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기자는 용인시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는 것으로 문화적 상상력을 키워보자고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미술관 하나 없는 용인시에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가 가능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용인시의 내년도 예산은 추경을 포함하면 3조 원이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인구도 110만여 명이다. 외적인 조건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문화적 콘텐츠의 빈곤이다. 용인시는 문화도시를 신청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어떠한 문화도시를 만들 것인가 보다 지정되면 100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앞선 것은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되면 좋고 안돼도 손해 볼 것 없다’는 것이 솔직한 추진 배경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페인의 빌바오시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중심도시로 자체 인구 37만여 명, 주변 지역을 포함한 대도시권은 100만여 명이다. 단순 비교하면 용인시보다 적다. 빌바오시가 유명해진 것은 1980년대 후반 낙후된 도시를 재생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책임자로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초빙하면서부터다. 게리는 건축을 통한 빌바오시의 재생에 주력했고 그 중심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놓았다. ‘네르비온’ 강변에 세워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3만 장의 티타늄 패널을 외관에 사용해 건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조각품 같은 건축물로 탄생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후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과 함께 빌바오시는 1조 원을 재건축에 투입해 도시의 미관을 다시 디자인했다. 이것이 적중해 빌바오시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기 위해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로 탈바꿈됐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세계 여러 도시에 유치됐는데 대부분의 도시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용인시도 발상 전환을 해 도시를 다시 디자인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 특화된 신문화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용인시는 재정이 탄탄한 도시다. 상상력을 크게 펼친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도시다. 문제는 도시의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할 아이디어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성공한 문화도시를 제대로 벤치마킹할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소프트웨어의 영역이다.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용인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에 성공하면 그 내용을 채우는 것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세계 유명 미술관들의 소장품을 일정 기간 임대하는 것과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방법도 있다. 이건희-홍라희 컬렉션을 정기적으로 순회 전시하는 것도 모색할 수 있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지금부터 ‘용인 구겐하임 미술관’을 꿈꾼다면 말이다.
[용인신문] 벼락에 16번 연달아 맞을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올해로 발행 20주년을 맞이하는 로또 당첨 확률이다. 매주 19세 이상 성인 인구 기준 500만 명가량이 구매한 금액이 1000억 원을 훌쩍 넘을 때도 있다고 한다. 1등 당첨자를 최다 배출한 서울의 판매점은 지방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원정 구매도 온다고 하니 매주 평균 4억 원의 매출이 놀랍지도 않다. 1000원만 내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만으로 한 주를 버티게 해주는 활력소가 되는 천원의 행복이다. <글·사진: 황윤미 / 본지 객원 사진기자>
[용인신문] 경기도의회가 지난 1일 제365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오는 12월16일까지 46일간 일정의 올해 마지막 회기에 돌입했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김동연 지사 취임 후 처음으로 마련한 2023년도 새해 예산안 심의는 물론 경기도·경기도교육청 및 산하 공공기관 행정사무감사가 실시된다. 도의회가 사상 처음으로 여야 동수(국민의힘과 민주당 각 78석)를 이루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례회도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임시회 당시 양당 갈등으로 불발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의회에 따르면 이번 정례회는 도정 및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2~3일)과 행정감사(4~17일), 18일부터는 내년도 예산안 및 조례안 심사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회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제출한 지 2개월이 돼 가는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민생 추경안이다. 앞서 도의회는 이전 임시회와 지난달 21일 열린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4명씩 양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양당이 갈등을 겪은 탓에 끝내 불발됐다. 상황이 이렇자 도는 예결위 심의가 계속 지연될 경우 수정안을 제출하거나 기존 추경안을 철회한 뒤 별도의 추경안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기 중간에 기존 추경안이 처리될 경우 마무리 추경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안과 함께 내년도 도 예산안 33조 7790억 원과 도교육청 예산안 22조 3345억 원이 법정기한인 다음 달 16일까지 처리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번 정례회에선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첫 조직개편안에 대한 도의회 심의 결과도 주목된다. 도는 이재명 전 지사 때 만든 공정국·소통협치국·국제평화센터 등을 폐지하고 미래성장산업국·사회경제국 등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정례회 회기 중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경기도일자리재단과 경기관광공사 등 현재 내정 상태인 산하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열릴 예정이라 청문회 결과에도 눈과 귀가 집중된다. 염종현 의장(민주당·부천1)은 개회사에서 “도의회는 지난 두 차례의 임시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도민에게 더 사죄드릴 면목도 없다”며 “이번 정례회에선 의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초당적 협력과 타협으로 추경안이 의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65회 정례회 제1차_본회의 모습.
[용인신문] 2023년 경기도 예산안에 편성된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도는 우선 국비 지원없이 도와 시·군 매칭사업으로 진행되는 인센티브 예산만 편성했지만,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비 예산이 확보될 경우 인센티브 예산을 추가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비 확보가 안 될 경우 골목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효자 노릇을 해 온 지역화폐 사업도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도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을 올해의 절반밖에 세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역화폐 발행액이 올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 1일 33조 779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역화폐 발행 및 운영 예산으로 916억 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916억 원 중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은 904억 원이다. 이 예산은 6% 인센티브를 적용해 국비 지원 없이 시군과 3%씩 5대 5로 매칭해 발행하는 지역화폐 예산이다. 올해 도는 국비 지원을 받아 10%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지역화폐 예산으로 937억 원, 국비 지원 없이 6%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예산으로 904억 원 등 모두 1841억 원의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10%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국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경기도는 관련 매칭 예산을 세우지 못해 내년 예산안에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절반밖에 세우지 못했다. 도에 따르면 올해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으로 10%의 경우 3061억 원(국비 1060억 원, 도비 937억 원, 시·군비 1064억 원), 6%의 경우 1808억 원(도비 904억 원, 시군비 904억 원) 등 4869억 원을 세워 모두 4조 9955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10%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지역화폐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 매칭 사업으로 10% 중 국비 4%, 도비 3%, 시·군비 3%가 적용된다. 다만, 용인·수원·화성·이천·성남·고양 등 6개 시는 불교부단체로 국비 2%, 도비 3%, 시비 5%로 인센티브 예산을 확보해 지역화폐를 발행한다. 도는 국비가 내려오지 않으면 6% 인센티브를 주는 지역화폐만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내년 경기도 지역화폐 발행액은 올해의 절반 수준인 2조 5000억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추후 정부의 내년 예산에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10%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지역화폐의 경우 국비 매칭 사업이어서 국비 지원 없이 경기도 예산만 반영할 수는 없다”며 “국비 반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며 국비가 내려오면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관련 예산을 즉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도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안이 올해 절반수준으로 편성됐다. 사진은 도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모습. (경기도 제공)
[용인신문]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났다. 잘 자고 일어나 아침 뉴스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해외 소식인 줄 알았다. 너무 허망하여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지닌 청년들이 다시 참담한 현장에 있었기에 더욱 비통하다. 친구를 잃은 젊은이들과 유가족들의 심정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감히 어떤 위로의 말도 드릴 수가 없다. 일부러 며칠은 뉴스도 보지 않았다.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외면할 수 없는 화면들이 눈앞에 쏟아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책임자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핑계 대기에 급급하다. 장관이란 사람은 “경찰 인력을 배치했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구청장이라는 사람은 주최 측이 없는 축제이기에 매뉴얼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분명히 그 골목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이 영상에 남아있다. 그런데도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이 섞인 말투로 답하는 구청장을 보니 화가 치민다. 더구나 구청장은 당일 사고 한 시간 전에 그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전날 금요일 저녁에도 일반 시민들은 위험을 감지했었다. 심지어 토요일은 초저녁부터 인터넷방송을 하는 BJ들과 유튜버들이 심각성을 예고했다. 일반 시민들도 112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사고 직전에 이태원에 있었던 용산구청장은 행정가로서 자격 미달이다.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더구나 구청장은 사고 당일 새벽에 자신의 홍보물을 페북에 올렸다. 인간으로서 이것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축제에 간 젊은이들을 탓하고, 책임을 아래로 아래로 떠넘기다가 급기야 최초로 밀었던 자를 지목하며 색출하는 일까지 벌였다. “뒤에서 계속 밀던 사람들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보았다. 이렇듯 책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언론들은 황당한 인터뷰와 여론몰이를 하는 가운데 <BBC NEWS 코리아>는 객관적인 전문가의 의견을 내놓았다. BBC 코리아의 <이태원 참사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방송을 요약하고자 한다. 「정상적으로 통제되던 군중이 한계점을 넘어가면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밖에 남지 않는다. 1제곱미터당 한계점은 5명이 한계다. 우리는 이상 군중의 한계선 밀집도를 관리했어야 했다. 관리하지 않는 것이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이다. 저녁부터 112 신고가 들어오고 위험하다는 메시지가 계속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군중이 팔 하나 들고 내릴 정도의 상황이 되어야 개개인은 판단하고 행동을 할 수 있다. 5명이 넘으면 사고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앞사람의 등이 뒷사람의 가슴에 붙어있다는 것은 뒷사람이 계속 밀려온다는 것이다. 압력으로 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람이 쌓일 수는 없으니까 그냥 붙어있는 상태가 된다. 앉지도 못하고 돌지도 못하고 아무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군중이 통제 불능의 한계점을 넘어가면 이상 군중의 행동을 하게 된다. “뒤로 더 가세요!” 외쳐도 뒤로 갈 공간이 없다. 숨 쉴 공간이 없어 누구의 지시에도 불응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군중은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밖에 남지 않는다」 이런 일은 정치와 연관 짓지 말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곧 우리 일상이요, 삶이다. 매번 투표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망각한다. 정치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할 때 일상에서 이런 화가 발생한다. 희생자들과 부상자들과 거기 있었던 분들은 잘못이 없다. 예측했으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런 일에 힘쓰라고 대비하라고 우리는 선거를 하고 대표를 뽑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지금 행태를 보면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책임자들이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겠다고 합심이라도 한 것 같다. 반드시 애도와 책임을 묻는 것을 같이 해야 한다는 의견에 필자는 동의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애도만으로 끝난다면 언제든 이런 참사는 또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용인시 모현읍 왕산리 산85번지에 자리한 류희의 무덤. 류희의 저서로는 『문통』(文通), 『언문지』, 『시물명고』(詩物名考), 『물명유고』(物名類考) 등이 있다. [용인신문] 용인의 역사 인물 중에서 문화관광부 ‘이달의 문화인물’, ‘동아시아 실학사상가 99인’에 선정될 정도로 학문적 업적이 매우 탁월하지만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있다. 바로 모현 마산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 일대에서 보낸 서파 류희(柳僖, 1773 ~ 1837)이다. 본관은 진주(塵洲). 초명은 경(儆). 자는 계중(戒仲). 호는 서파(西陂), 방편자(方便子), 남악(南嶽)등이다. 아버지는 목천현감을 역임한 류한규(柳漢奎)이며, 어머니는 우리나라 최초의 태교 책 『태교신기』를 지은 사주당이씨이다. 역산(曆算)과 율려(律呂) 등 자연과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를 닮아 어려서부터 구장산법(九章算法)을 익혔고, 역리복서(易理卜筮)를 통달하였다. 여성이지만 성리학에 조예가 깊은 사주당이씨의 영향으로 성리학에 정통하고, 주자학을 학문의 본령으로 삼았다. 타고나면서부터 영특하여 4세에 한자의 뜻을 알고, 7세 때 『성리대전』을 통독할 정도로 타고한 영재였다. 1791년(정조 15) 향시에 합격하였으나 관직에 나아가지 말고 타고난 본성을 지키고 살라는 모친의 뜻을 받들어 향촌에 묻혀 살면서, 농사·의술·풍수·대필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가 53세 되던 해인 1825년(순조 25) 누이의 간곡한 부탁으로 생원시를 합격하고, 1830년(순조 30) 황감시(黃柑試)로 대과를 볼 수 있는 자격을 얻었으나 응시를 포기하였다. 따라서 그에게는 포의(布衣) 또는 한사(寒士)라는 관칭(冠稱)이 늘 따라다닌다. 어쨌든 그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100여 권의 거질(巨帙)을 남긴 조선의 몇 안 되는 ‘산골 농부 학자’였다. 그는 조선후기 최고의 정음학 연구서로 칭송받는 『언문지』를 남긴 국어학자이며, 우리말 어휘연구에서 가장 귀중한 서적으로 인정받는 『물명고』를 지은 박물학자이자 어휘학자이다. 고경(古經) 연구에 전력하여 『춘추』 연구에서 최고의 연구 결과를 낸 훌륭한 춘추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글에는 철저한 사료 비판, 풍부한 고증, 치밀한 논증, 구성의 완벽함 등이 돋보인다. 그래서 조선의 대표적 고증학자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한편, 그는 기존의 경전이나 성현의 주장을 묵수(墨守)하지 않고 실증(實證)을 통하여 진리를 밝혀가는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 태도를 지닌 실학자이기도 하여, 동아시아 실학사상가 99인에 선정되었다. 현재 그의 『문통』 중 학술적 가치가 높은 분야를 선별하여 영인본이 간행되어 보급되었고, 『문통』과 서파의 학문세계를 다룬 각종 학술대회가 전문학술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더하여 박사논문 2편, 석사논문 1편, 전문학술논문 70여 편이 발표되었다. [언문지]와 [물명고]가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며, 최근 그의 산문을 선별하여 번역한 [산골 농부로 태어난 책벌레](글을 읽다 출판사, 2022)에 번역 출간되었다. 어쨌든 이런 그에 대한 연구 성과는 그의 학문적 업적을 대변해 주고도 남는다. 류희의 이런 학문적 업적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분야는 우리말에 대한 연구이다. 그는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드물었던 시대에, 『언문지』에서 풍부한 고증과 치밀한 논증을 통하여 표음문자로서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였다. 또 한자음뿐만 아니라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다 적을 수 있도록 시도하였다. 그와 함께 한글이 몽고문자에서 나왔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국어학계는 서파의 한글 연구를 두고, 이전의 한자음 위주의 연구를 극복해 처음으로 우리말 위주로 연구를 시도한 것으로, 조선시대 국어학 연구서 중 가장 뛰어난 업적이라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희승은 “다른 저서와 바꿀 수 없는 주옥”이라 평가했다. 김운경은 “조선 문자사 상에 있어서 대서특필할 권위 있는 학자를 들라면 제1인자로 류희를 들지 아니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으며, 최현배는 “신경준과 더불어 쌍벽을 이룬다.”고 평가했다. 류희의 또 다른 국어사적 공헌은 어휘사전인 『물명고』의 저술이다. 이 『물명고』에는 여러 가지 사물을 한글과 한문으로 풀이하였다. 한글로 풀이된 표제어가 모두 1660여 개에 달하여, 당시 국어 어휘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류희는 참 선비 즉 진유(眞儒)였다. 그는 도에 뜻을 두고, 지조를 지키면서, 안빈낙도와 청한(淸寒)의 삶을 살았다. 행동에 염치가 있었으며, 탐욕을 멀리했다. 또 학식이 높았고, 천리와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학자였다. 아울러 유교적 도덕 규범을 지키면서 곧고 올바르게 살았다. 한편, 조선후기 과거시험공부가 의리를 밝히는 도학공부와 심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벼슬길을 포기하고 도학공부에만 전념하는 고상한 선비의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신념을 한 시대만이 아니라 만세에 전하고자하는 의무감도 있었다. 그야말로 유교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현하고자 평생을 노력하였고,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류희가 100여 권의 다작을 저술하고, 『언문지』 등 걸작을 다수 남긴 데에는 그의 문장벽과 독서량, 그리고 탐구욕이 한 몫을 했다. 그는 한마디로 엄청난 독서광이면서, 미친 듯이 글쓰기를 좋아했고, 의문이 생기면 끝까지 깊이 파고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적 호기심이 대단하여 두루 통달하고자 애썼다. 그는 열린 사고의 소유자였는데, 이는 그의 문학관에서 돋보인다. 18세기 이후는 정조가 문체반정을 강행할 정도로, 우리 문단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난무하였다. 특히 중국 서적의 유입으로 소설이나 명ㆍ청의 소품문(小品文)이 크게 유행하여 많은 이들이 거기에 열광하였는데, 서파는 이러한 세태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서파는 소설이나 명청 소품문 자체에 대하여 크게 부정하지는 않았다. 젊은 시절 소품체를 본떠 시를 짓기도 하였고, 특히 후손들에게 『서상기(西廂記)』를 읽어야 할 책으로 지목하기도 하였다. 이 점이 똑같이 고문(古文)을 존중하였던 동시대 다산과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산에 비해 좀더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명예와 권력을 멀리하고 오직 학문연마와 자기수양에만 매진한 가난한 선비였다. 그의 『문통』을 보면 제대로 성책(成冊)한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쓰다 남은 손바닥 만한 종이를 엮어서 만들었다. 이런 『문통』은 가난한 선비 서파가 고난 속에서 얼마나 고생하면서 어렵게 공부를 했는지 잘 보여준다. 따라서 그는 진정한 한사(寒士)라 할 수 있다. 그는 고민인이었다. 조그만 오두막에 살면서도 마음은 백성과 나라에 있었고, 비록 현세에서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먼 훗날을 기약하면서 힘겨운 집필을 이어나갔다. 그는 무척이나 가난해도, 인정을 받지 못해도, 적막한 소외를 느끼어도, 학문이 자신에게 주어진 천명이기에 그런 고난을 감내하며 전심전력을 다해 연찬(硏鑽)하였다. 류희의 무덤은 행정구역상으로 용인시 모현읍 왕산리 산85번지에 자리하는데,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뒷산이다. 현재 그의 무덤은 비지정문화재라 지자체의 관리와 보호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용인의 문화유산으로 공식적인 홍보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의 학문적 업적에 비추어 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충분하다. 용인시의 관심과 홍보 속에 서파 류희가 우리나라의 역사 인물로 부각되고, 그의 학술적 성과가 용인의 문화자원으로 널리 활용되었으면 한다.
[용인신문] 용인소방서(서장 서승현)는 지난 2일 화재위험이 증가하는 겨울철을 대비해 오는 30일까지 한달 간 ‘불조심 강조의 달’을 지정,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불조심 강조의 달은 시민들에게 화재예방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소방안전교육 및 캠페인 등을 통해 화재예방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소방서는 이를 위해 △대면·비대면 교육홍보 및 소방안전문화 캠페인 △119다매체 신고서비스 제대로 알기 홍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 △연령별.계층별 시민 맞춤형 소방안전교육 △어린이 불조심 포스터 공모전 참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승현 서장은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아 화재 예방에 대한 정보 전달과 홍보 등 소방안전문화 확산을 통해 시민들이 안전한 겨울철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소방안전 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품.(용인소방서 제공)
[용인신문]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처인구 마평동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년 대한민국 도시혁신 산업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용인시와 국토교통부, 경기도, (사)도시재생산업진흥협회 등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민국 도시혁신 산업박람회 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박람회에는 전국에서 5만 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였던 대회 명칭이 올해 ‘도시혁신 산업박람회’로 바뀌며, 정부의 도시 공간 재창조에 대한 정책 방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박람회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 214개 기관·단체가 참여해 공공관·산업관·테마관 등 3개 분야에서 660여 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공공관에선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의 도시 관련 정책과 사업, 전국 지자체의 우수 도시 재생 사례, 도시재생·정비 분야 민관 협력 사례, 혁신지구 사례와 공기업 주도의 도시 정비 사업 등을 전시·홍보했다. 또 산업관에선 건축기술·자재·디벨로퍼·기계설비 등의 건설 기업, 엔지니어링·스마트시티·AI(인공지능)·첨단 안전진단 기술 관련 기업, 스타트업·벤처 기업 등이 참여해 다양한 기술과 장비 등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공공기관, 기업 등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구인·구직 상담, 컨설팅, 창업 우수사례를 소개하는 ‘일자리 존’과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 기업이 참여해 도시재생 관련 물품을 전시·판매하는 ‘마켓 존’이 운영된 테마관은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용인특례시는 이번 박람회에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와 삼성 반도체 기흥캠퍼스를 주축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밸리 조성, GTX 용인역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용인 플랫폼시티’, 신갈오거리 등 관내 도시재생 사례 등을 소개했다. 특히 용인시 공식캐릭터 ‘조아용’의 굿즈 전시·판매숍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자체, 공기업, 민간 기업·단체, 학계 등이 참여해 정부의 도시 정책, 도시의 위기와 혁신 등을 주제로 한 국제 컨퍼런스·포럼·세미나도 진행됐다. 무엇보다 지난 27일 열린 ‘도시혁신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포럼’은 공공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포럼은 한국ESG학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아마존웹서비스코리아, ㈜마이크로시스템,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이 패널로 참여해 ‘도시의 미래와 ESG’를 주제로 한 강연과 토론을 이어갔다. ESG는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이나 지역사회 공헌,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요소로 기업의 가치와 영속성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6일 열린 ‘도시혁신 국제컨퍼런스’에서는 “도시가 지속 발전하며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면 ‘자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공동주관한 컨퍼런스에서는 도시재생 분야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 활동가 등이 참석해 한목소리로 도시 자족 기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는 다양한 지자체의 고유 콘텐츠를 담은 도시재생 사례에서부터 도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상까지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됐다”며 “무엇보다 과거 단순한 도시재생에 무게를 두었던 박람회를 도시혁신으로 발전시키고, ‘ESG’라는 새로운 화두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25일부터 28일까지 처인구 마평동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년 대한민국 도시혁신 산업박람회’ 용인특례시 홍보관 모습.
혓바늘 김기택 말할 때마다 따끔따끔하다 밥알이 구를 때마다 혀가 찔린다 물렁물렁하고 뭉툭한 혓바닥에 찔린다 아이스크림을 핥던 촉촉한 탄력에 찔린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뒤지고 입안을 더듬고 혀가 만들어낸 말들을 다 뒤져도 바늘은 찾을 수 없고 말랑말랑한 것밖에는 없어서 찌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린다 찔리기도 전에 찔린다 찔리는지 모르고 있다가 느닷없이 소스라친다 김기택은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기택은 주로 사물시를 써 왔기 때문에 사물주의자로 불린다. 「혓바늘」은 그의 사물시 중의 하나다. 혀에 돋은 돌기로 음식이 닿으면 통증이 오는 병증이다. 말할 때마다 따끔거리고 밥알이 닿을 때마다 따끔거린다. 혓바늘에서 바늘을 유추해낸 것이 이 시의 비의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다 뒤져도 바늘은 없고 혀가 만들어낸 말을 다 뒤져도 바늘은 없다. 그리하여 지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리는 게 혓바늘이다. 문지 간 『낫이라는 칼』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처인구는 용인시 심장부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마평동 공설운동장 부지 6만 6000㎡(2만 평)의 활용방안을 놓고 아직도 설왕설래 중이다. 처인구민은 공용버스터미널을 이전하여 복합쇼핑몰과 주민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 처인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개발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현재의 공용터미널을 헐고 새로운 터미널을 세우기로 한 만큼 공설운동장 활용은 새로운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처인구청은 건물이 노후하고 업무공간과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신청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상일 특례시장과 용인시의회는 공설운동장부지에 처인구 신청사와 주민 문화공간을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용인시 문화복지 행정타운 건설계획이 수립될 당시 지역언론은 물론 중앙언론까지 가세하여 전시행정이다…, 시 청사가 정부청사보다 크다느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당시의 비판은 행정 제일주의와 시청사는 관청(官廳)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던 시대였다. 21세기 들어서는 공공기관의 청사를 단순한 관청으로 보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국회가 되었든 시의회가 되었든 국민과 시민이 우선이다. 정부청사, 시도청사, 시청사, 구청사도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공직자의 업무환경 개선보다 그곳을 이용하는 국민과 시민의 편의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공설운동장부지에 처인구 청사만을 짓는다고 하면 현재 부지는 너무 넓고 땅을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건소 도서관 미술관 등 주민복지시설을 우선순위에 놓고 처인구청사를 다음 순위에 놓는다면 6만 6000㎡은 턱없이 좁을 수도 있다. 현재의 시청사는 여러 주민편의 시설을 포함하고 있어 그나마 만족도가 높다. 그래도 미진한 것은 설계 당시의 문화 욕구가 현재에 비하면 낮았던 시절이라 도서관, 미술관을 함께 짓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용인시는 특례시임에도 큰 규모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컨벤션센터는 물론이고, 시립박물관이나 시립미술관 하나 없다. 용인시의 미래인 처인구에 신청사를 문화복지센터로 개발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영개발이다. 기업이윤보다는 시민의 문화복지환경을 제고시키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독립된 대한민국은 무엇보다도 문화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상일 특례시장은 용인시의 고용이 늘어나고 세수가 증대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복지시설의 인프라 구축을 우선순위에 놓는 시정을 펼쳤으면 한다. 고용과 세수 증대는 엄연히 민간의 영역이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 논리가 우선이다. 행정기관은 민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하지만 문화복지의 영역은 용인시가 공공의 복리증진을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하는 과제다. 용인경전철 역사가 인접한 마평동 종합운동장부지에 구청사를 비롯, 도서관이나 보건소 등을 건립해 시민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처인구민은 문화복지 시설에 관해서는 기흥·수지구 보다 낫다는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문화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현재의 수요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처인구 신청사는 진일보한 문화복지 행정타운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멀티 영화관과 쇼핑몰, 식당가까지 함께 들어설 수 있다면 처인구 문화복지 행정타운은 처인구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처인구는 용인시 전체 면적의 80%에 육박하지만 인구는 정반대다. 그만큼 도시발전이 낙후됐다는 반증이다. 이제 곧 SK반도체클러스터가 원삼면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럼에도 처인구는 아직도 긴 잠을 자는 느낌이다. 지금도 늦었지만 처인구청사 신축이전 계획을 빨리 세워서 처인구 발전의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중앙회 수석총재>
[용인신문] 김승일 시인의 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의 해설에서 이병철 평론가는 말한다. ‘이것은 문제작이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시집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아니, 이 문장을 나는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이 시집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부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 시집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불편하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만을 보고 싶어 한다. 세상의 실제는 아프고 괴롭고 불평등해도 우리가 바라보려고 하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싶다’라는 열망은 어쩌면 희망에 가까울 것이다. 니체가 ‘신이 죽었다’라고 말한 까닭,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득한 세계에 대한 비관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오늘의 세계가 ‘신이 죽었다’라는 말에 반대하기 힘들 정도로 암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까닭, 신을 갈구하는 성직자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면서도 ‘아픈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김승일 시인의 시가 불편한 까닭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날것으로 남아있는 내 감정의 파편을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 「대학원, 김뱀이 먼저 와 있었다」를 읽으면서, 왜 나쁜 놈은 나보다 한 발 더 앞서 내 앞에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나 또한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일 년도 아닌 단 몇 개월 먼저 자리했다는 이유로 손가락 까닥하지 않으려고 했던 모든 나쁜 놈들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이 시집을 추천할 자신은 없다. 누군가는 봉합되었던 상처가 이 시를 읽음으로써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 만큼은 꼭 하고 싶다. 이병철 평론가가 말했듯 ‘죽어 가는 것들을 버리지 않는 저항의 마음’이 시인의 마음 가장 밑바닥에 있어, 자기 피를 짜내어 시(詩) 한 편 한편을 완성했다는 것을. 흉터는 남겠지만, 어쩌면 내 우려와는 달리 임시 봉합되었던 당신의 상처도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