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이병국
그녀가 머리를 헝클인다
내 머리를
아무렇지 않게
그건 위로가 된다
자정을 모르는 이들처럼
마음을 매달고
아무렇지 않게
저질렀다
방죽 위를 내달렸다
부당한 길의 시작이었으나
끝은 아무렇지 않았다
이병국은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2017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평론이 당선되며 문단생활을 시작했다. 「사랑의 역사」는 저질렀으나 아무렇지 않았다는 고백체의 시다. 정말 아무렇지 않았을까? 그 떨림과 두려움과 두근거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시인의 일요시집3 『내일은 어디쯤인가요』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