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우유는 매일 마셔야 하는 완전식품.' 수십 년 동안 학교 급식과 광고, 건강 교육을 통해 반복돼 온 이 공식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성장에 꼭 필요한 식품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강하지만, 최근 영양학계에서는 성인에게 우유가 반드시 필요한 식품인지에 대해 보다 냉정한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장 건강 연구자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팀 스펙터 교수는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성인이 건강을 위해 억지로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은 우유가 해롭다는 것이 아니다. '필수'라는 인식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현대인은 우유 외에도 치즈와 요거트, 두부, 멸치, 정어리, 녹색 채소 등 다양한 식품을 통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칼슘 결핍이 없는 성인이 우유를 더 많이 마신다고 해서 골절 위험이 의미 있게 줄어든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최근 연구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한때 우유는 골다공증 예방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우유 섭취 증가가 손목이나 고관절 같은
용인신문 | 출퇴근이 사라진 시대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은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택근무가 남긴 또 다른 변화에 주목한다. 바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조차 오래 앉아 있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앉아 있는 생활' 자체가 새로운 건강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심장내과 전문의 카리나 파델 박사는 미국 NBC 방송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를 하면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하던 움직임이 거의 사라진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는 회의실을 오가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고, 복사기나 정수기를 이용하기 위해 걷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집에서는 컴퓨터 앞에 앉은 채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움직임이 심장 건강에는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몸을 움직이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오래 앉아 있을수록 혈관 기능은 점차 떨어지고 심혈관 질환 위험은 높아진다. 실제로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이 성인 9만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
용인신문 | 발기부전 치료제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비아그라가 암 치료 연구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혈류를 개선하는 약으로 알려졌던 비아그라가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지는 과정 자체를 차단할 가능성이 확인되면서다. 특히 기존 콜레스테롤 치료제인 스타틴과 함께 사용할 경우 암 전이를 더욱 강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 분야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sildenafil) 은 원래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약이 아니었다. 협심증과 같은 심혈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과가 확인됐고, 임상시험 도중 발기 기능 개선이라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면서 1998년 발기부전 치료제로 승인됐다. 실데나필은 혈관이 쉽게 좁아지지 않도록 해 혈액이 더 잘 흐르게 만드는 약이다. 우리 몸은 필요할 때 혈관을 넓혀 혈류를 늘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혈관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린다. 실데나필은 이 되돌리는 작용을 늦춰 혈관이 더 오래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그 결과 혈액이 말초 조직까지 원활하게 공급되고 산소와 영양분의 전달도
용인신문 | 최근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해 "운동이 최고의 약"이라는 말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왜 운동이 뇌를 보호하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국내 연구진이 그 해답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운동이 단순히 혈액순환을 좋게 하거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화한 뇌세포 안에 쌓인 '노화 스위치'를 제거해 뇌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작동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한호재 교수 연구팀은 운동 과정에서 근육에서 분비되는 생리활성 물질인 '아펠린-13(Apelin-13)'이 뇌 신경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운동 자체가 아니라 운동 후 몸에서 만들어지는 신호물질이었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는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분비된다. 이 가운데 아펠린-13은 뇌 신경세포 내부의 자가포식(Autophagy)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포식은 세포 안에서 망가진 단백질이나 노폐물을 분해해 제거하는 일
용인신문 | 폐암 환자들에게는 가장 답답한 순간이 있다. 처음에는 기적처럼 암이 줄어들던 표적항암제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듣지 않기 시작하는 것이다. 암은 다시 커지고 치료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의사들도 "약물 내성이 생겼다"고 설명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마침내 그 '범인'을 찾아냈다. 단국대학교 조정희 교수 연구팀과 성균관대학교 김훈 교수 연구팀은 비소세포폐암에서 표적항암제가 더 이상 듣지 않게 만드는 새로운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암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염색체 밖에 새로운 DNA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RAF1이라는 유전자를 폭발적으로 늘려 항암제를 무력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암세포가 스스로 무기를 만들어 약을 피해 가는 셈이다. 더 주목받는 것은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RAF1의 작용을 막거나 새로운 D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단하자, 이미 효과를 잃었던 기존 EGFR 표적항암제가 다시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확인했다. "항암제가 안 듣는다"며 새로운 약으로 바꾸기보다 기존 치료제를 다시 살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연구는 폐암 치료의 가장 큰
용인신문 | 당뇨병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배달음식과 늦은 야식,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생활, 운동 부족이 일상이 되면서 20~30대에서도 혈당 이상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아직 병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이 혈관은 조금씩 손상되고, 상당수는 자신이 위험군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전문가들이 청년 당뇨를 '조용한 유행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24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19~39세 가운데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은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은 청년도 30만 명에 이른다. 특히 30대 남성은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정상 혈당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나 청년층 가운데 가장 위험한 집단으로 꼽혔다. 문제는 발견이 늦다는 점이다. 당뇨병은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이나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건강검진 전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청년 당뇨병 환자 가운데 자신의 질환을 알고 있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치료를 꾸준히 받는 비율도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환경 변화는 청년 당뇨를 키우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식과 배달음식 섭취가 늘고, 당
용인신문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세희 교수가 던진 이 한마디는 뇌 건강의 본질을 압축한다. 뇌졸중과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질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십 년 동안 쌓인 생활습관이 만든 결과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최근 유튜브를 통한 강연에서 "뇌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대로 기록하는 장기"라며 "운동 부족과 비만, 흡연, 과음 같은 생활습관은 결국 MRI 속 뇌에 흔적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환자 사례를 통해 뇌 건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 환자는 MRI 촬영 이후 여러 차례 뇌경색을 겪었고, 이후 성격이 쉽게 화를 내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했다. 뇌 손상이 단순히 기억력 저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성격, 인간관계까지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는 알지만 정작 뇌가 몇 살인지는 모른다"며 "실제 뇌의 나이는 생활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더 젊을 수도, 훨씬 더 늙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역시 운동이었다. 그는 "현대인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퇴근 후 옷을 갈아입고 운동 장소까지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큰 심리적 장벽이 된다"며 "인간은 원래 에너지를
용인신문 | 멜론을 언제 수확해야 가장 맛있을까. 너무 일찍 따면 당도가 떨어지고, 하루 이틀 늦으면 상품성이 낮아진다. 지금까지는 농부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이 판단을 이제는 과학이 대신하게 된다. 용인시가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멜론의 '최적 수확 시점'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숙기 판정 기술 개발에 나선다. 농업도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바이오시스템공학과가 수행하는 스마트팜 다부처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오는 10월까지 용인시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에서 진행된다. 연구진은 단순히 멜론이 얼마나 자랐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품종과 수정일, 열매가 달린 위치는 물론 일사량과 온도, 습도, 물 공급량, 적산온도, 시설 환경 제어 정보까지 수집해 생육 과정과 숙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이 가장 맛있고 상품성이 높은 수확 시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숙기 판정 기술이 완성되면 농가마다 달랐던 수확 기준을 표준화할 수 있고, 덜 익거나 지나치게 익어 발생하는 품질 저하와 손실도 줄일 수 있
용인신문 | "나이 들수록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 이제는 상식처럼 굳어진 말이다. 편의점에는 단백질 음료와 단백질바, 고단백 빵이 넘쳐나고, 건강을 위해 하루 한두 병씩 단백질 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흔하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이 같은 '고단백 열풍'에 제동을 거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필요 이상으로 단백질만 꾸준히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한 노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더들리 래밍 교수 연구팀은 단백질과 노화의 관계를 다룬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등 350편 이상의 연구를 종합 분석해 최근 셀 프레스 블루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초파리와 생쥐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까지 폭넓게 분석한 결과, 단백질 섭취를 적절히 줄인 개체에서 수명이 길어지는 경향이 나타났고, 사람에서도 체지방과 공복혈당이 개선되고 염증과 세포 손상이 감소하는 대사 변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몸속의 '성장 스위치'에서 찾았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엠토르(mTOR)라는 영양 감지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 시스템은 성장기나 운동 후 근육 회복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운동량이 적은 상태에서 계속 켜져 있으
내장지방이 염증의 출발점…허리둘레·HS-CRP 수치가 건강의 경고등 용인신문 | "병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오래 쌓인 염증에서 시작됩니다."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는 만성염증을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비만과 식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염증은 원래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자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면역반응이다. 하지만 몸속에서 지속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염증'은 상황이 다르다. 죽은 세포의 잔해나 과도한 지방산처럼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 면역세포를 계속 자극하면 염증 반응이 끝나지 않고 이어지면서 각종 질환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만성염증은 혈압 상승은 물론 지방간, 심근경색, 뇌졸중 등 다양한 성인병의 공통된 배경이 된다"며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염증이 생기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만은 만성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지방세포에서 지방산이 과도하게 방출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몰리면서 염증이 지속된다는 것
용인신문 |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인 만큼 의료계는 그동안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데 치료의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안에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임상재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심의 결과에 따라 해당 적응증이 유지될 수도,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어 의료 현장은 물론 환자들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특정 의약품 하나의 존폐를 넘어 우리나라 치매 예방 전략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모든 환자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계가 이 시기를 '골든타임'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약이 사실상 없는 현실이다. 이미 손상된 뇌 기능을 되돌리는 치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결국 치매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재 의료가 선택할 수
용인신문 | 유럽에서 올여름 폭염으로 평년보다 1만명 넘는 사람이 숨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7월 29일까지 온열질환자는 1638명, 추정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29일 하루에만 76명이 응급실을 찾았고, 전북 김제의 90대 여성과 경북 울진의 80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폭염은 더 이상 불편한 날씨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재난이다. 많은 사람은 "더우면 탈수돼 죽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단순한 탈수가 아니라 체온조절 시스템의 붕괴다. 우리 몸은 중심체온을 약 37℃로 유지하기 위해 피부 혈관을 넓히고 땀을 흘려 열을 밖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폭염이 계속되거나 습도까지 높으면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한다. 몸은 계속 수분을 잃는데도 체온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장기가 심장이다. 피부로 혈액을 보내 열을 식히느라 심장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고, 탈수로 혈액량은 줄어든다. 심장은 적어진 혈액으로 온몸에 산소를 보내야 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는다.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자는 이 과정에서 심근경색이나 심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