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임신을 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배의 크기가 아니다. 숨이다. 계단 몇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많은 산모가 묻는다. “제가 숨을 제대로 못 쉬면 아기한테 산소가 부족한 건 아닐까요?” 과학적으로 보자면, 그 질문은 매우 정확하다. 태아는 스스로 숨을 쉬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가 들이마신 공기는 폐포에서 혈액으로 이동한다. 그 산소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에 결합해 온몸을 순환한다. 그리고 자궁으로, 태반으로 흘러가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 아기의 폐는 아직 공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대신 태반이 일종의 교환소 역할을 한다. 엄마의 한 번의 들숨이 곧 두 사람의 생존을 지탱하는 셈이다. 임신이 진행되면 여성의 혈액량은 약 30~50%까지 증가한다. 산소 소비량도 함께 늘어난다. 자궁과 태반은 고도의 혈류를 필요로 하는 장기다. 그래서 몸은 자동으로 환기량을 늘린다.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은 호흡중추를 자극해 한 번의 숨을 더 깊게 만들고,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도록 유도한다. 숨이 차는 느낌은 이상 신호가 아니라, 재조정의 결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
용인신문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1일(현지 시간) 백악관 대국민연설을 통해 ‘앞으로 2~3주간 이란을 매우 강하게 공격할 것’이라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살벌한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는 ‘NATO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으면서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군대 파병을 거부한 유럽 동맹국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서도 SNS를 통해 ‘도움이 안된다’는 불평을 늘어놓았는데, 백악관은 이 내용을 삭제했다고 한다. 이란은 트럼프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이 항복할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란전쟁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26조 2000억원의 긴급 추경예산을 편성했고 국회에 추경을 조속히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야는 이 대통령의 추경 요구에 여야가 협의를 하고 일단 4월 10일(금요일) 국회 본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 26조 2000억 원을 합의 처리하기로 의견을 조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4일 중국을 국빈방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용인신문 |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과거와 현재의 유사성을 들어 역사의 회귀를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똑같은 사건은 절대 재현되지 않는다. 시대마다 기술의 층위가 다르고, 주체가 지닌 가치관과 환경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500년 전의 화포가 오늘날의 데이터 알고리즘과 프레임 전쟁으로, 과거 군주의 결단이 현대 유권자의 표심으로 치환되었듯 말이다. 다만 그 변주(變奏)는 때로 소름 끼칠 만큼 닮았다. 시대라는 외형은 바뀌어도 ‘인간의 본성과 승부의 원형’이라는 핵심 기제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굴 제국의 바부르가 구사했던 화포라는 수단이 오늘날 다른 도구로 대체되었을 뿐, “적의 예상을 뛰어넘는 방책으로 판단력을 마비시킨다”라는 승리의 법칙은 같다. 우리가 과거를 고찰하는 이유는 어제를 답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낯선 내일 속에서도 면면히 흐르는 ‘승리의 감각’을 포착하기 위함이다. 1526년 파니파트 전투에서 바부르가 거둔 승리는 단순한 정복을 넘어 전쟁의 본질적 작동 원리를 통찰하게 한다. 당시 이브라힘 칸 로디는 병력과 물리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의 전쟁 관은 ‘물량의 총합’에 고착되어 있었다. 승리는 군대의 규모와 자산
용인신문 | 시드니에 히치하이킹으로 내려왔다. 남미에서는 시도해 볼 엄두도 못 냈던 히치하이킹. 길에서 엄지손가락을 흔들어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를 얻어 탄다. 유럽에서는 히치하이크하기 쉬운 위치를 표시해 놓은 위키(사전)도 있을 정도로 여행자들이 자주 시도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10시간 떨어진 시드니 근교. 몇 번의 작은 히치하이킹으로 큰 트럭들이 멈춰 쉬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목표는 시드니나 멜버른으로 가는 트럭! 운전자들에게 가서 인사하고 물어봤다. 처음에는 떨렸지만, 몇 번의 인사 후에는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 우리 여행하고 있는데 시드니 쪽으로 가? 회사에 소속된 트럭들은 회사 내규로 태워줄 수 없다고 했다. 두 시간 여의 시도 끝에 그리스에서 온 코스타를 만났다. 육 년이나 호주에 살았지만, 여전히 짧은 영어로 우리를 태워줬다. 그리스 음악을 들으며 한 번에 시드니까지 올 수 있었다. 트럭에서 내려다본 차들은 엄청 작아 보였다.
진통제 최서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큐멘터리를 본다 귀를 막아도 들리는 소리가 있어 빗방울 하나 주워 들고 파도 소리를 듣는다 날개를 갖지 못한 새는 모두 꽃이 될까 수국이 지면 장마가 오는 이유 모란이 가고도 다시 모란이 오는 이유 어둠을 모아 흰나비로 날려 보내야 하는 이유 꽃자리마다 숨겨 둔 슬픔이 있어 열꽃이라는 말에는 뜨거움과 서늘함이 함께해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지워지고 싶은 날 스스로 제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바다거북이처럼 폭염이 유난했던 하루가 서쪽 하늘에 펼쳐진다 꽃을 실은 바람이 불어 구름이 잠깐 흔들리고 오늘부터 빨강 구름을 믿으려고 해 해열진통제를 먹고 이마를 가만히 짚어 본다 해열 진통제를 보면 이마를 짚어 주던 한 사람이 떠오르고 오늘의 장보기 리스트, 따뜻한 아이스크림 『지구의 모든 저녁이 모여 있는 곳』 (파란 , 2026년)중에서. 200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외 3권. 김광협문학상, 발견문학상 수상.
용인신문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인프라 과부하와 그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당초 제기되었던 우려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원삼면 SK하이닉스 부지의 공정률이 높아짐에 따라 주차난과 주거비 상승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했고, 현장 인근 상인들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건설 근로자 차량들의 도로 점령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 문제다. 처인구 이동읍 천리와 양지, 백암 일대 가변도로와 상가 주변을 잠식한 근로자 차량은 지역 상권의 접근성을 저해하고 있다. 현장 내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인해 통근버스 정류장 인근에 차량을 방치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정작 상가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상인들이 영업권 보호를 위해 보다 체계적인 주차 관리와 실효성 있는 단속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거 시장의 불안정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숙소 부족으로 인한 임대료의 가파른 상승은 기존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는 지역 공동체의 인구 구조를 왜곡할 우려를 낳기 때문이다. 급격한 변화의 과정에
용인신문 | 술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정확히는 솔직해진 것이 아니라, 억제가 풀린 상태일 뿐이다. 감정은 커지고 말은 쉬워진다. 사랑한다는 고백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 술자리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문제는 이 감정의 증폭이 몸의 기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알코올은 뇌의 억제 회로를 먼저 무너뜨린다. 그래서 욕망은 커진다. 하지만 동시에 신경 전달은 느려지고, 혈관 반응은 둔해진다. 발기는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신경과 혈관이 정교하게 맞물린 결과다. 뇌에서 시작된 신호가 척수를 지나 말초로 전달되고, 혈관이 확장되며 혈류가 채워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술은 이 모든 과정에 동시에 개입한다. 욕망은 올려놓고, 기능은 끊어버린다. 그래서 벌어진다. 분위기는 완벽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몸이 멈추는 장면. 이건 심리 문제가 아니라 생리학이다. 뇌는 전진을 명령하지만, 몸은 반응하지 않는다. 이 어긋남이 술이 만드는 본질이다. 많은 사람들이 반문한다. 젊을 때는 술을 그렇게 마셔도 문제 없지 않았느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술이 괜찮았던 것이 아니라, 몸이 버텨낸 것이다. 젊은 시기의 생식 시스템은 과잉에 가깝
용인신문 | 수도권 남부의 교통 체증 해소와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경기남부광역철도’ 사업에 신분당선 상현역 경유 및 환승역 지정을 강력히 요청드립니다. 상현역은 미래 수요가 확실한 핵심 거점입니다. 현재 상현역 인근은 수지복합체육센터, 수지경찰서, 용인상현4지구 도시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폭발적인 인구 유입이 예상됩니다. 특히 광교중앙역과의 승하차 인원 차이는 환승 체계에 따른 일시적 착시일 뿐, 수원 법조타운과 광교 호수마을 거주자의 높은 접근성을 고려할 때 상현역의 잠재적 이용객은 이를 압도할 것입니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용인서울고속도로의 정체 분산이 핵심 목적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고속도로 노선과 인접한 상현역을 경유하여 ‘신봉-성복-상현’ 라인을 구축하고, 이를 동탄원천로 혹은 광교중앙역(컨벤션) 방면으로 연결하는 것이 정책적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상현역 경유는 용인시민뿐만 아니라 수원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상생 방안입니다. 동백신봉선(성복역 환승) 및 용인경전철(광교중앙역 환승)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상현역 환승 노선은 경기남부 철도망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입니다. 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반
용인신문 |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에 오래 전 출간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을 다시 읽는다. 사람들에게 "후대에게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무엇이라고 말할까? 대개는 법적 상속이 성립되는 물적 자산을 떠올리겠지만 이 소설은 색다르게 정신적 유산 상속을 다루고 있다. 거대한 녹나무를 지키는 파수꾼은 치후네. 은퇴를 앞둔 치후네는 그간 연락을 끊고 살았던 죽은 여동생 미치에의 아들 레이토를 후계자로 삼는다. 이야기는 감방에 갈 정도로 삶이 망가진 조카 레이토에게 가문의 중요한 일을 맡긴 치후네의 사연이 한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녹나무를 찾는 이들의 사연이 맡고 있다. 사람들은 녹나무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문에 반신반의한 분위기이다. 실은 녹나무의 역할은 훨씬 비밀스럽고 신비하고 중요하다. 자신의 출생조차 부끄럽게 여겼던 레이토는 파수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파수꾼이라는 어휘에서 책임과 각오라는 주제가 쉽게 연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늘 그랬듯이 작가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소설 곳곳에 드러낸다. 거대한 녹나무가 연출하는 신비한 현상은 우리가 잃어가는 정신적 자산을 생각하게 만든다. 탐정물처럼 녹나무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용인신문 | 해가 바뀌고 계절이 다시 한 바퀴를 돌아온 지금, 세상은 시끄럽다. 먼 타국의 전쟁으로 인한 여파는 일상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사이로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거리마저 어지럽고 소란스럽다. 계절은 분명 새로워졌건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복잡한 물결 속에 놓여 있는 듯싶다. 먹고 살아야 하는 경제적 현실과 인간이 존재한 이래 이어져 온 정치 환경은 언제나 말이 많고 복잡하다. 돌이켜보면 경제적 여건은 십 년 전에도 쉽지 않았고, 십 년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지방 기초의회를 비롯해 선거구의 특성상 공천 순서에 따라 당선 가능성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 속에서 공천을 얻기 위한 경쟁은 때로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치열하다.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할 사람을 선출해 봉사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적 책임보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순수한 봉사의 의도보다는 공천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편법이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자신의 역량과 성실한 활
용인신문 | 1947년 겨울, 사람들은 살기 위해 제주시 조천읍 한라산 자락, ‘시안모루’라고도 불리는 북받친밭으로 올라갔다. 어떤 이는 그곳을 ‘이덕구 산전’이라 불렀다. 이곳은 제주 4·3 사건 시기에 제주읍 중산간 마을 사람들이 ‘대토벌’의 광풍을 피해 숨어 지냈던 곳이다. 『북받친밭 이야기』는 여기에서 최후를 맞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펼치면 한 페이지가 되는 병풍책에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각 면을 채우고 있다. 과거의 주인공은 이덕구이다. “그 선생님 사상이랬자, 당시는 민족주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걸 배워야 우리나라가 잘 될 거라고 생각들 했지요.” 과거사 속 주인공은 이덕구. 마을 사람들은 그저 사람 좋은 스물 아홉 청년으로 기억한다. 흑백으로 담백하게 그려낸 과거는 오히려 그 단출한 검정펜의 궤적과 짧막한 증언에 의해 더욱 먹먹하다. 도대체 덕구에겐 무슨 일이 있었떤 것일까? 또 다른 면엔 현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덕구를 기억하는 숲, 덕구처럼 스러져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숲으로 들어가는 발자취. 한 걸음 한 걸음 때죽나무 숲으로 걸어간 발자국은 서늘한 숲에서 눈처럼 떨어진 종랑꽃을 바라본다. “죽는 것이 더 슬펐을까? 잊히는 것
공복 이돈형 배워도 배워지지 않는 게 있다 사람의 일렁임이 광활해질 때 그 광활함에 내가 죽을 수 있겠다 싶어 잘못 배운 놈처럼 일렁임을 죽이려 했으니 사람아 맥박을 타고 놀던 사람아 속속續續에 물들어 슬금슬금 가물거림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아 가물가물 보다 먼저 산산散散해지는 사람아 소沼를 떠난 물 같은 사람아 한 모금쯤 되는 사람아 여지껏 배웠다고 배웠는데 익히지 못한 내 안의 공복이 울어 제끼니 손쓸 틈 없이 울어 제끼니 사람아 오늘은 자빠진 슬픔을 뒤집어놓고 몸 어딘가를 싸돌아다니는 사람을 끄집어내려 하니 애초에 내가 없었으면 좋았으려니 사람아 여린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저 광활한 우주가 있어 혼들리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내가 있어 흔들리는 것이니 흔들리는 사람아 시집 『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 (지혜, 2025) 중에서 이돈형 시인 2012『애지』로 등단 2018년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김만중문학상, 애지작품상, 선경문학상 수상 시집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잘디잘아서』,『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