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숫자는 많다. 결과는 없다. 이 모순이 고령 임신의 현실이다. IVF(시험관아기 시술)에서 난자를 몇 개 뽑았는지는 더 이상 핵심이 아니다. 문제는 그 숫자 안에서 정상 하나가 살아남느냐다.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고 이후 계속 줄어든다. 태아 시기 약 600만~700만 개에서 시작해 출생 시 100만~200만 개, 사춘기에는 30만~50만 개로 감소한다. 30세에는 약 10만 개, 40세에는 1만 개 이하, 그리고 45세에는 1,000개 이하로 떨어진다. 숫자만 보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개수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지는 것은 질이다. 45세 여성은 어떠할까. 난자가 난소에 남아 있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난자가 거의 없다. 염색체 이상률은 70~90% 이상으로 올라가고, 정상 배아로 이어질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자연임신 확률은 연간 1~2% 수준까지 낮아진다. 난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난자가 거의 없는 상태다. 바로 이 차이가 40세와 45세를 갈라놓는다. 40세까지는 아직 계산이 가능하다. 난자 하나당 정상 확률은 이미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구조는 유지된다. 10개를 확보
용인신문 | 체중을 줄이면 임신이 잘 될까. 이 질문에 난임의사들은 힘있게 답을 한다. “그렇다. 하지만 절반만 맞다"라고. 정확히 말하면, 체중감량은 생식력을 살리기도 하고, 망가뜨리기도 한다. 문제는 대부분이 이 차이를 모른다는 데 있다. 살을 빼면 무조건 건강해지고, 당연히 임신도 잘 될 것이라는 믿음. 이 단순한 공식이 오히려 생식력을 무너뜨리는 출발점이 된다. 지방은 그냥 쌓이는 조직이 아니다.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기관이다. 체중이 늘어나면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이 과잉으로 흐르고, 남성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진다. 여기에 인슐린 저항성이 얹히면 난소는 방향을 잃는다. 배란은 흔들리고, 주기는 깨진다. 남성도 다르지 않다. 정자는 숫자가 아니라 질에서 무너진다. DNA 손상과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수정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 비만은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생식 시스템의 오작동이다. 체중을 줄이면 변화가 생긴다. 실제로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배란이 회복되고 호르몬이 다시 정렬되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에서는 이 변화가 뚜렷하다. 남성에서도 정자 농도와 운동성이 일부 개선된다. 이 지점까지만 보면 결론은 단
용인신문 | 한밤중 출출해진 사람들은 냉장고를 연다. 배달음식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3분. “띵” 소리와 함께 따뜻해진 음식이 나온다. 너무 익숙한 장면이다. 최근 생식의학과 환경의학 분야에서는 이 너무 평범한 장면에 경고장을 날린다. “우리는 편리함을 데우면서, 동시에 생식력을 녹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난임 분야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환경호르몬’이다. 정확히는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s). 몸속 호르몬 체계를 흉내 내거나 방해하는 화학물질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스페놀A(BPA), 프탈레이트(phthalates), 그리고 최근 논란이 커지는 BPS 같은 물질들이다. 문제는 이 물질들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포장재, 배달용기, 코팅된 영수증, 캔 내부 코팅, 심지어 일부 생활용품에도 존재한다. 특히 의학계가 주목하는 것은 “열”이다. 플라스틱은 차가울 때보다 뜨거워질 때 훨씬 많은 화학물질을 방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자레인지가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플라스틱을 가열하는 습관’이다. 남성에서는 정자 수 감소, 운동성 저하,
용인신문 | 108배 절을 하면 몸이 좋아진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땀이 나고, 몸이 가벼워지고, 잠이 깊어진다는 경험담은 흔하다. 여기에 “108배를 했더니 임신이 됐다”, “당뇨가 좋아졌다”는 식의 이야기가 덧붙는다. 그러나 이 연결은 과학적 인과관계라기보다 개인 경험에 기반한 해석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진행된 절 명상 프로그램 연구들을 보면 일정 기간 절 운동을 포함한 수행을 지속했을 때 체중과 허리둘레 감소, 스트레스 및 우울 지표 개선 등은 비교적 일관되게 확인된다. 즉, 전신 상태는 분명 좋아진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중요한 혈당, 인슐린 저항성, 콜레스테롤과 같은 핵심 대사 지표에서는 변화가 제한적이거나 통계적 유의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몸의 컨디션은 개선되지만 질병 자체가 뒤집히는 수준의 변화는 아니라는 의미다. 생식 기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절 운동은 앉았다 일어나는 반복 동작을 통해 하체 근육을 자극하고, 몸을 숙이고 펴는 과정에서 코어를 동원하는 전신 운동이다. 호흡과 리듬이 결합되면 자율신경계가 안정되고, 전신 혈류가 개선된다. 이 과정에서 골반 혈류 증가와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라는 ‘간접적 환경 개선 효
용인신문 | 인간의 정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환경오염이 더 이상 ‘외부 문제’가 아니라 생식 기능 내부로 침투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해외 연구들을 종합하면 일부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 모든 정액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고, 생식계가 환경 노출의 최전선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이 흐름은 단순한 검출 수준을 넘어선다. 동물실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개체에서 정자 수가 약 30% 이상 감소하고, 운동성 역시 20~40% 떨어지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정자의 ‘양’과 ‘질’이 동시에 무너지는 방향인 셈. 이는 생식력 저하를 넘어, 종 자체의 번식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연구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체내로 유입되면서 강한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정자 형성을 담당하는 세르톨리 세포와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라이디히 세포에 손상을 준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외부 물질의 침투를 차단하는 ‘혈액-고환 장벽’까지 약화되면서, 고환은 더 이상 보호된 기관이 아니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자 생성 과정 자체가 구조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 정자
용인신문 | 수도권 레미콘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대표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 현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일정이 연이어 차질을 빚으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파업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용인 지역 레미콘 제조업체들의 출하 계획이 사실상 중단됐다.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할 운송 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정상적인 납품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과 관련 인프라가 들어설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 사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사의 핵심 자재인 레미콘 공급이 막히면서 일부 공정은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직영 차량과 외부 임차 차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수도권 레미콘 운송 인력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 실제 공급량은 평상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사 현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예정됐던 콘크리트 타설 작업 일부가 취소되면서 건설 일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반
용인신문 | 군 개혁은 언제나 매력적인 구호다. 낡은 것을 바꾸고 비효율을 제거하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분 앞에서 반대의 목소리는 쉽게 시대착오적인 주장으로 몰리곤 한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모든 변화가 발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 조직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 통합 논의 역시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통합을 주장하는 측은 합동성 강화를 내세운다. 현대전은 더 이상 육군만의 전쟁도, 해군만의 전쟁도, 공군만의 전쟁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포함한 다영역 전장이 등장한 오늘날, 군종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합동성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합동성은 서로 다른 조직이 전문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면 통합은 서로 다른 조직을 하나의 틀 안으로 묶는 것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협력과 획일화는 같은 단어가 아니다. 육군은 땅에서 싸우는 법을 배운다. 해군은 바다를 이해해야 한다. 공군은 하늘을 지배하는 방법을
용인신문 | 제10대 용인특례시의회 개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롭게 구성된 34명의 시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18명, 국민의힘 소속이 16명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독주보다는, 여야가 서로 존중하고 타협하며 의정 활동을 하라는 시민들의 균형 잡힌 선택이 담긴 결과일 것이다. 기초의회의 원구성은 사실상 국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이미 여야 모두 대표의원을 뽑기 시작했고, 국회의원 보좌관제와 같은 정책지원관들을 배치한 지 오래다. 그러니 국회처럼 의석수에 따라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장을, 소수당인 국민의힘이 부의장을 맡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셈이다. 그래서 여야 모두 의정 경험이 풍부한 다선 의원을 의장이나 부의장에 추대하는 것이 오랜 관례이자 순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개원을 앞두고 벌써부터 들려오는 파열음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순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합의보다는, 저마다의 인물론이나 정치적 도의를 앞세운 경쟁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고작 34명이라는 작은 조직 안에서도 양보보다는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이른바 ‘패거리 정치’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의장단 선출의 오랜 관행인 ‘교황식
용인신문 | 최근 노인복지관과 주민센터를 찾으면 가장 붐비는 곳 가운데 하나가 춤 강좌다. 라인댄스, 사교댄스, 줌바댄스, 에어로빅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집 안에만 머물던 어르신들이 밖으로 나와 사람을 만나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분명 반가운 풍경이다. 우울감 감소, 사회적 교류 확대,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문제는 춤의 장점만 이야기되고 위험성은 거의 이야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에는 크게 직선 운동과 회전·방향전환 운동이 있다. 걷기나 가벼운 조깅은 비교적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운동이다. 반면 춤은 몸을 비틀고 돌리고 방향을 바꾸는 동작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특히 사교댄스나 라인댄스에서는 무릎과 발목이 체중을 지탱한 상태에서 상체가 회전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도 회전 동작을 할 때는 조심한다.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하는 십자인대 파열이나 반월상연골판 손상 역시 대부분 방향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다. 축구선수나 농구선수들이 상대와 충돌하지 않아도 무릎을 다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관절이 이미 수십 년 동안 사용된 노년층은 어떨까. 나이가 들수록 연골은 닳고 근육은 줄어든다. 균형감각도 떨어진
용인신문 | 매달 찾아와야 할 생리가 제때 오지 않거나 몇 달씩 건너뛰는 생리불순은 많은 여성이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로 넘기기에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가 적지 않다. 스트레스와 체중 변화부터 다낭성난소증후군, 갑상선 질환, 난소기능저하까지 다양한 원인이 생리주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생리불순은 배란 이상과 난임의 신호일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생리불순은 왜 생기는 것일까. 또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 산부인과전문의 박수현 연세아이봄여성의원 원장에게 생리불순의 원인과 치료, 그리고 임신과의 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박 원장은 IVF 1만5천 사례 이상을 시행한 난임 전문의다. ▼ 생리불순이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나요? “정상적인 생리주기는 보통 21~35일입니다. 이 범위를 벗어나거나 주기가 매달 크게 달라지고, 3개월 이상 생리가 없는 경우를 생리불순이라고 해요. 단순히 생리가 늦는 것뿐 아니라 너무 자주 오거나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은 경우도 포함됩니다.” ▼ 생리 주기가 어느 정도 불규칙하면 병원을 방문해야 하나요? “생리주기가 21일보다 짧거나 35일보다
용인신문 | 최근 난임 분야에서 CAPA-IVM이 마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술처럼 소개되고 있다. CAPA-IVM이란 난자를 바로 키우지 않고, 준비시킨 뒤 제대로 키우는 보조생식술을 말한다. 과배란 주사를 거의 쓰지 않고도 난자를 얻고, 난소과자극증후군 위험까지 낮춘다는 설명은 환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떠오른다. “이 기술, 정말 새로운가.” CAPA-IVM의 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임상에 존재해온 체외성숙(미성숙시험관시술)이다.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게는 익숙한 선택지였다. 과배란을 하면 난소과자극증후군 위험이 높아지는 특성상, 미성숙 난자를 꺼내 체외에서 키우는 방식은 이미 ‘안전한 대안’으로 쓰여왔다. 그렇다면 왜 IVM은 지금까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까. 이유는 결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난자 성숙률, 수정률, 배아 발달 능력 모두 기존 IVF보다 떨어졌고, 결국 임신율에서도 밀렸다. 현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가능은 하지만, 굳이 선택할 이유는 없다.” 한마디로 IVM은 표준이 아니라 ‘위험 회피용 옵션’에 머물렀다. 그런데 최신 기술이 CAPA-IVM이라는
용인신문 | “이거 먹으면 난자가 살아난다면서요.” 난소기능저하 여성들은 간절하다. DHEA를 복용하면 난자가 1개라도 더 자랄까라며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DHEA는 난자를 깨우는 약이 아니다. DHEA,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은 부신과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약한 안드로겐 전구체로 체내에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며 난소 내 미세환경, 특히 과립막세포의 반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난소기능저하나 저반응군에서 “난포 반응을 끌어올린다”는 기대 속에 사용된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의미가 뒤틀린다. 이 ‘반응성 변화’가 어느 순간 ‘난자를 깨운다’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난소는 버튼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여성의 난자 수는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되어 있고 이후는 감소만 있을 뿐 다시 늘어나는 일은 없다. DHEA는 이 풀(pool)에 개입하지 못한다. 없는 난자를 만들어내거나 잠든 난자를 새로 호출하는 기능은 없다. 그렇다면 실제로 바뀌는 것은 무엇인가. 핵심은 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FSH 자극 하에서 어떤 난포가 반응하고 어떤 난포가 탈락할지를 가르는 미세한 경쟁에서 DHEA는 신호의 방향을 조금 바꿀 수 있다. 즉 이미 존재하는 난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