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 카의 명제는 묵직하다. 여기에 조금 더 투박한 목소리를 보태고 싶다. “역사는 곧 살아있는 교훈”이라고 말이다. 역사는 박제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과거의 행간을 현재의 시선으로 메워 나가는 능동적인 작업이다. 기록이란 결국 인간이 쏟아낸 욕망의 흔적을 갈무리하는 과정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오늘의 이정표를 찾는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 오나라 부차는 초심을 잃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 자만하다가, 끝내 자신이 살려준 월나라 구천에게 멸망했다. 이미 조짐은 있었다. 부차의 아버지 합려는 그를 태자로 삼기 전, 아들을 가리켜 “우둔하고 착하지도 않다(愚而不善)”라고 평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부차는 자신을 태자로 만들고 국가에 헌신했던 오자서를 멀리하고, 달콤한 언변으로 현혹하는 백비를 중용했다. 초나라 망명객 출신 백비는 관계 관리에 탁월했다. 그는 오자서의 입지를 시기하여 모함했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 부차 곁에는 전략가 손무도 있었으나, 부차는 구천을 제압한 것이 오로지 자기 능력이라 과신했다. 원칙을 중시하는 오자서나 병법의 대가 손무보다 제 입맛에 맞는 백비를 곁에
용인신문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되었다. 승리한 후보도 있고 아쉬움을 남긴 후보도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시민의 뜻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은 그 선택을 존중하는 데 있다. 용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필자는 매일 새벽 전철역과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길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열었고, 낮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돌며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선거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처인구 원삼면에서 만난 주민들과의 대화였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원삼면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한 어르신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후보님, 다들 반도체가 들어오면 용인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우리한테는 뭐가 좋아집니까? 차는 더 막히고, 공사 차량 때문에 먼지는 더 날리고, 땅값 오른다는 사람들 이야기 말고 우리 같은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게 있습니까?" 옆에 있던 주민도 말을 보탰다. "낙수효과라고 하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납니다. 우리 자식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도 아니고, 교통이 좋아진 것도 아닙니다.“ 순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신문 | 용인특례시의 110만 인구 돌파는 단순한 외연적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110만 개의 독자적인 삶과 이해관계, 그리고 미래를 향한 기대가 공존함을 뜻한다. 흔히 당파성을 정당에 대한 맹목적 추종으로 오해하곤 한다. 본질적 당파성은 개인이 처한 현실과 삶의 궤적에서 비롯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의 출발점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정치는 인간의 복수성(plurality)에 기반하며,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비로소 정치적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는 획일화된 표심이 아니라, 110만 용인시민이 저마다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일구어낸 고유한 소신과 정체성의 결과이다. 민심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가장 역동적인 정치적 복수성으로 증명된 셈이다. 무엇보다 선거기간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정치적 소신을 한낱 좌우의 이념논쟁으로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유권자는 피로감을 피하려 ‘침묵’을 택한다. 냉소의 시대에 무관심이 무지는 아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가장 강력한 자기 보호이자 세련된 생존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투표소는 견고한 방어기제가 해제되는 해방의 공간이다. 여론조사에
용인신문 | 더불어민주당이 16개 광역단체 중 12곳에서 승리했다. 제9회 6.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외견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패배한 선거였다. 특히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5선은, 향후 민주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패배의 원인으로 부동산문제를 꼽는 의견도 있고, 민주당의 섣부른 조작기소특검 추진이 역풍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유튜브 정치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위 진보 유튜버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와 코스피지수 상승에 취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야말로 역대급이다”라는 찬사를 남발했다. 유튜브로부터 일방적인 정보를 취하는 여권 강성 지지층은 ‘이재명 정부가 역대급으로 잘한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2026년 6월 4일부터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집권 2년차가 시작되었다. 윤석열 내란사태가 남긴 국가적 위기상황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노력은 대다수 국민이 인정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집권 2년 차인 2026년 하반기 당면과제는 내란수습에 순위가 밀렸던 각종 악법을 개정·폐지하는 것이다. 북한은 조선로동당 제9차 당대회에서 남북관계를 적
용인신문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마한다고 했을 때, 국민은 그를 당선시킴으로써 부모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다독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와 전혀 달리, 대통령으로서 긍정적인 면에서 이렇다 하게 도드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그는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기며 탄핵되었고, 감옥에 가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지금은 사면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가 다시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며 뉴스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회를 통해 보수 집결의 신호탄을 쐈다느니, 돌아온 선거의 여왕이 어쨌다느니 하는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역사에는 엄연히 ‘금도(襟度)’라는 게 존재한다. 사리 분별 못 하고 나댄 끝이 늘 해피엔딩일 수만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옛글에 이르기를, 전쟁에서 패한 장수는 병법을 논하지 않는다고 했다. ‘패군지장 불가이언용(敗軍之將 不可以言勇)’도 그 궤를 같이하는 말이다. 전쟁에 패한 장수는 용맹을 자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초한지에서 조나라 장수 이좌거가 패하여 한신에게 사로잡혔을
용인신문 | 도도새는 아프리카 마다카스카르 섬 동쪽 약 80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리셔스섬에 서식하던 새로 지금은 멸종되었다. 큰 몸집과 짧은 날개를 가진 도도새는 느리게 걸어다니며 넘쳐나는 먹을 것을 골라 먹고 천적도 없는 환경에서 살았다. 도도새에게 모리셔스섬은 먹이를 잡고자 날을 필요도 없는 낙원이었던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이 가져온 돼지와 원숭이, 그리고 농작물은 도도새가 살고 있던 모리셔스섬의 생태계를 파괴했다. 도도새가 모리셔스섬에서 멸종된 원인으로 첫 번째로 꼽는 것이 네덜란드인들의 도래이다. 그러나 도도새가 멸종된 원인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 ‘날 줄 모르는 도도새’ 그 자체에 있었다. 도도새는 편안한 서식 환경에 안주해 몸집은 불어났고, 날개는 퇴화했다. 모리셔스섬의 도도새는 무방비 상태에서 뜻밖의 적인 네덜란드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해 봄 필자는 한국주택은행 용인지점으로부터 분양받았던 아파트의 시행사가 부도가 났다는 안내문을 받으면서부터 용인군청의 공무원들과 만남이 시작돠었다. 그로부터 수 개월이 지난 후 영등포구청 담당 국장으로부터 고층아파트 건설 허가 조건에 맞춰 고층아파트를 시공할 수 있는 1군 건설회사 두 곳이 아파트의
용인신문 | 우리는 지금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손안의 휴대전화만 열면 수많은 뉴스와 영상, 주장과 해석이 쏟아진다. 그러나 정보가 많아졌다고 해서 우리가 더 진실에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듣고 싶은 말만 반복해서 들려준다. 그 결과 우리는 세상을 넓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생각 안에 더 깊이 갇히기 쉽다. 특히 정치 유튜브는 이런 위험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자극적인 제목, 단정적인 말투, 확인되지 않은 의혹은 순식간에 사실처럼 퍼진다. 그러나 틀린 말에 대한 정정과 사과는 드물다. 방송의 영향력은 언론 못지않게 커졌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매우 약하다. 전통 언론이 오보를 내면 비판을 받고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받지만, 개인 플랫폼은 “의견이었다”거나 “합리적 의심이었다”는 말 뒤로 쉽게 물러난다. 물론 기성언론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기성언론 역시 자본과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 때로는 편파적 보도를 하고, 특정한 프레임으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 그래서 언론을 비판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비판과 부정은 다르다. 언론의 문제를 고치자는 태도와 언론 전체를 적으로
용인신문 | 인과응보의 섭리는 실로 준엄하다. 인사가 미치지 못하면 세속의 법이 다스리고, 세속의 법망마저 피한다면 끝내 천도(天道)가 그 책임을 묻는 법이다. 특히 권력이 오만함의 덫에 걸릴 때, 그 끝은 예외 없이 차가운 철창으로 귀결됨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목도해 왔다. 임기를 마친 후든, 혹은 임기 중 탄핵의 불명예를 안고서든, 권좌에서 내려와 수금(囚禁)의 몸이 된 전직 대통령들의 뒷모습은 우리 현대사의 지울 수 없는 얼룩이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국민은 형언할 수 없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형식을 빌려 선포한 비상계엄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불협화음이었다. 상기된 안색으로 계엄령 선포문을 낭독하던 그의 모습에서 국민이 느낀 온도차는 참담했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으며, 특히 검찰 총장으로서 전직 대통령들을 단죄하는 데 앞장섰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집권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감행한 무리한 계엄 선언은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자충수가 되었다. 현재 그는 감옥에 있다. 국가의 녹을 먹는 처지는 변함없을지 모르나, 권력의 정점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그 육체적·정신적 체감 온도는 분명 천양
용인신문 |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과거와 현재의 유사성을 들어 역사의 회귀를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똑같은 사건은 절대 재현되지 않는다. 시대마다 기술의 층위가 다르고, 주체가 지닌 가치관과 환경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500년 전의 화포가 오늘날의 데이터 알고리즘과 프레임 전쟁으로, 과거 군주의 결단이 현대 유권자의 표심으로 치환되었듯 말이다. 다만 그 변주(變奏)는 때로 소름 끼칠 만큼 닮았다. 시대라는 외형은 바뀌어도 ‘인간의 본성과 승부의 원형’이라는 핵심 기제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굴 제국의 바부르가 구사했던 화포라는 수단이 오늘날 다른 도구로 대체되었을 뿐, “적의 예상을 뛰어넘는 방책으로 판단력을 마비시킨다”라는 승리의 법칙은 같다. 우리가 과거를 고찰하는 이유는 어제를 답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낯선 내일 속에서도 면면히 흐르는 ‘승리의 감각’을 포착하기 위함이다. 1526년 파니파트 전투에서 바부르가 거둔 승리는 단순한 정복을 넘어 전쟁의 본질적 작동 원리를 통찰하게 한다. 당시 이브라힘 칸 로디는 병력과 물리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의 전쟁 관은 ‘물량의 총합’에 고착되어 있었다. 승리는 군대의 규모와 자산
용인신문 |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에는 예비후보들의 명함이 뿌려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뛰어야 할 ‘운동장’인 선거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어느 동네가 내 선거구인지, 내가 투표해야 할 후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국회의 직무 유기로 인해 ‘깜깜이 선거’라는 조롱 섞인 오명을 뒤집어썼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은 이미 지난해 12월 5일이었다. 법이 정한 약속을 국회가 스스로 어긴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번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지방선거 163일 전에야 겨우 구성되었고, ‘역대 최악’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 그마저도 여야의 극한 대치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중앙 정치권의 갈등이 지방자치를 인질로 삼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중앙 정계의 힘겨루기에 지방선거가 부속물처럼 취급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입법 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는 것을 넘어, 국민의 참정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특히 용인시의 상황은 전국 어느 곳보다 엄중하다. 용인은 인구
용인신문 | 용인은 과연 하나의 도시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를 망설이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용인의 다소 쓸쓸한 자화상이다. 수지는 분당과 판교를 바라보고, 기흥은 삼성전자와 신갈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활권을 형성하며, 처인은 광활한 대지와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미래의 땅으로 구획되어 있다. 같은 행정구역 안에 있지만 시민들의 일상과 생활 반경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지형적으로는 석성산과 광교산이 도시를 가로막고 있고, 행정적으로는 급격한 점적(點的) 개발이 남긴 흔적이 도시의 연속성을 끊어 놓았다. 대규모 택지 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도시 전체의 균형과 연결성은 충분히 고민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리하여 용인은 이제 ‘한 지붕 세 가족’을 넘어, 서로의 안부조차 궁금해하지 않는 섬들의 집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분절된 조각들을 하나로 잇는 ‘보이지 않는 실’은 무엇일까. 나는 그 해답을 ‘용인 시민만을 위한 100% 자체 라디오 방송’에서 찾고자 한다. 거대 언론의 권위적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하루 24시간 흘러나오는 지역 밀착형 라디오 말이다
용인신문 | 노나라 양공 22년 경술지세 11월 경자일에 태어난 공자는 난 지 3년이 채 못 되어 부친 숙량흘이 죽었으며, 그로부터 13년 뒤 공자 나이 16세 무렵 모친마저 잃었다. 당시의 시대 상황으로 보아 어린 공자가 제대로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복지 제도가 잘되어 있어 나라가 어린이를 우선하는 정책을 펴는 것도 아니었을 테고,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어린 공자가 선택한 것은 바로 '공부'였다. 하루는 일국의 재상 격인 태재가 공자의 제자 자공에게 물었다. "그대의 스승 공자께서는 성인이신가? 어찌 그리 할 줄 아는 것이 많으신가?" 그러자 자공이 우쭐하여 스승인 공자를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대답했다. "공자님은 진실로 하늘이 내리신 성인이시고, 또 할 줄 아는 것이 많으십니다." 물론 태재의 이러한 물음 속에는 공자를 깎아내리고자 하는 노회하면서도 저열한 비아냥이 담겨 있었지만, 강호의 경험이 적었던 자공으로서는 거기까지 태재의 말뜻을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며칠이 지나 이 일을 알게 된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려서 천했다. 그렇기에 밑바닥 일부터 능하지 않은 것이 없노라." 쉽게 말해서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