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648년 3월. 신라의 김춘추가 당나라의 장안을 방문했다. 신라의 사신 파견 사례로는 유일하게 ‘구당서’ 본기에 기록되었을 정도로 주목받은 사건이었다. 김춘추는 당 태종에게 고(告)했다. “백제가 포악하고도 교활하여 자주 침범을 하였으며, 지난해는 대부대의 군사로 수십 성을 함락시킴으로써 입조할 길조차 막았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군사로서 흉악한 무리를 잘라 없애지 아니한다면 우리 지방 백성들은 전부 사로잡히게 되니 육로와 수로를 거쳐 조공할 일도 다시 바랄 수 없습니다” 하였다. 당의 처지에서 보면 김춘추의 친당 노선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645년 안시성의 패배를 경험한 당 태종 이세민에게 제 발로 찾아 와 머리를 조아리는 신라는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신라가 남쪽에서 고구려를 압박한다면 고구려 정벌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다. 신라와 당나라 모두 이해득실을 따진 동맹의 형성이었지만, 당나라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후부터 신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폐지하고 당나라의 연호를 따랐다. 각종 제도와 관복 등도 당나라식으로 바꾸며 친당 정책을 본격화했다. 나당연합을 통해 백제를 공격하여 위기로부터 나라를 지켰지만,
[용인신문]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은 없다. 오직 아메리카 퍼스트만 있을 뿐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4월 12일 미국 방문에서 ‘한국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총리의 발언은 한국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 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폴란드 총리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은 오직 아메리카 퍼스트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폴란드 총리의 발언은 그냥 해본 말이 아니었다. 한국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폴란드 총리의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한국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나라이니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이것이 한국 외교의 현주소이다. 폴란드 총리의 발언을 뒷받침하듯이 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전제조건을 달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도청으로 드러난 포탄 33만 발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한국은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것도 재확인되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어떤 형태로든 무기를 제공하면 교전국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용인신문] 아주 오래 전 일이다.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한국에 돌아온 조카는 고모인 나를 잘 따랐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조카를 데려오곤 했다. 어느날 그네를 타고 있던 조카가 손짓을 하는 내게 달려오다가 그만 아이들이 쌓아놓은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나는 뒤돌아보는 조카의 손을 붙잡고 바쁘다며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그런데 7살이었던 어린 조카는 내 손을 뿌리치더니 아이들에게 갔다. 그리고 모래성을 보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이들은 다시 쌓으면 된다며 사과를 받아주었고, 그것을 지켜보며 나는 오롯이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했다. 부끄러움은 우리의 피폐한 마음을 정화(淨化)시키는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기를” 노래했던 윤동주의 시심이 가슴을 울리는 것도 바로 ‘염치(廉恥)’를 갈구하는 우리 내면의 순수한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없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박완서 작가가 쓴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소설은 내게 ‘부끄러움’에 대한 많은
[용인신문] 윤석열 정부가 막무가내 친미친일(親美親日)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데에는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의 책임이 크다. 국회의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은 의석만 많았지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민생과 외교적 현안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외교적으로 미숙아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통령과 정부의 일방주의 외교 노선을 저지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는 외교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악화일로의 길로 치닫고 있다. 지금 가스값이 폭등하여 아파트 난방비가 배 이상 뛰었다. 이것은 정부가 에너지 수입원을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국내 언론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미국의 편에 서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넘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미국의 전쟁-석유독점자본에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중심의 전쟁-석유독점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고 그들이 OK 하지 않는 한 끝낼 수
[용인신문] 뉴스를 멀리해도 일본 관련 소식은 예민해진다. 열 받음, 분노, 공포, 걱정‥….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와 함께 주축국이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 역사만으로 놓고 본다면 히틀러와 무솔리니보다 히로히토가 더 악질이다. 그는 1989년에 죽었다. 여든여덟까지 살다 간 그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1910년, 일본은 우리나라의 국권을 강제 침탈한 나라다. 1919년 3·1만세 운동 시에, 1920년 간도에서, 1923년 관동 대지진 시에 수만명의 한국인을 학살했다. 징용과 징병, 일본군 위안부를 통해 수백만의 한국인을 희생시켰다. 식민지배의 후유증으로 파생된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으로 부를 축적했다. 2023년 3월 28일. 일본은 초등학교 4~6학년 사회 교과서를 공개했다. 사회 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은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 징병됐다”는 기존 표현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됐다”로 바꿨다. “강제적으로 끌려와”라는 표현을 “강제적으로 동원돼”라고 바꾸고 관련 사진에는 조선인들이 지원했다는 설명을 달았다. 대다수의 교과서들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 징용에 대해서 ‘강
[용인신문] 1965년 6월 22일 한일국교 정상화의 토대가 된 한일기본조약 체결 당시 가장 쟁점이 되었던 일제강점기의 피해배상에 대한 항목은 단 한 구절도 들어있지 않았다. 다만 제1조 1항, ‘일본국은 대한민국에 대하여’라는 제목하에 “일본 엔화 1080억 엔을(3억 아메리카합중국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갖는) 10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720억 엔(USD 2억 달러)을 장기 저리의 차관으로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한일기본조약에는 배상은 고사하고 보상이라는 단어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알량한 푼돈을 받고 당시 박정희 정권은 40년 일제 식민지 침탈의 역사를 청산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해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일본 외무상이 1962년 11월 비밀 접촉을 시작한 지 3년간의 협상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역대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사과는 고사하고 최저 수준의 유감을 표시하는 것조차 거부해 왔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일본은 상식 이하의 망언을 계속해왔고 일제의 식민지지배를 정당화해왔다. 일본이 미쓰비시, 신일본제철 등 전범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대법원이 배상
[용인신문] 1909년 7월, 덕수궁 함녕전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송별연이 열렸다. 조선 통감에서 물러나 추밀원 의장으로 영전한 것이다. 그의 자리는 부통감으로 있던 소네 아라스케가 물려받았다. 이날 송별연은 태황제였던 고종이 베풀었다. 때마침 비가 내리고 고종이 인(人), 신(新), 춘(春)의 석 자를 운(韻)으로 내려 시를 지어볼 것을 권했다. 이토와 이완용, 소네 등이 가세하여 다음과 같은 합작 시가 탄생했다. -이토 : 단비가 처음 내려 만 사람을 적셔주고/감우초래점만인(甘雨初來霑萬人)-모리 : 함녕전 위에 이슬빛이 새로워지니/함녕전상로화신(咸寧殿上露華新)-소네 : 부상과 근역을 어찌 다르다 논하리오/부상근역하론태(扶桑槿域何論態)-이완용: 두 땅이 한집을 이루니 천하가 봄이로다/양지일가천하춘(兩地一家天下春). 위의 구절에 나오는 부상(扶桑)은 일본을 가리키는 말이고, 근역(槿域)은 한국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경술국치일은 1910년 8월 29일이다. 대한제국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이완용은 “두 나라가 하나”라는 구절을 버젓이 읊조렸다. 2023년,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
[용인신문] 한국작가회의 기관지인 『내일을 여는 작가』 2023년 봄호에 특집으로 <기후재난>을 기획하는 등 문학계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22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고,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산불이 최대 14%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온이 1.5℃ 높아지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2℃ 높아지면 13.5%가 증가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지표면의 습기가 증발하면서 토양이 건조해져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로 산불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2022년에 우리나라에서 대형 산불이 11건이나 발생했다. 주로 강원도에서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대형 산불이 지역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대형 산불에 안전한 지역도, 안전한 시기도 없게 된 것이다. 건조해지고, 기온이 높아져 산불이 대형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용인특례시는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림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용인신문]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75년 헌정사에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최초라 반발하면서 오는 2월 27일로 예상되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처리 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희 유신 독재정권 시절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하였던 적은 있으나 검찰이 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며 영장을 청구한 적은 없었다. 김영삼 총재를 제명하자 부마항쟁이 발발했고, 소요사태 진압을 둘러싼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은 대통령을 현직 중앙정보부장이 술자리에서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태로 번졌다. 검찰이 야당 대표, 그것도 국회 다수당의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54년 전인 1979년 10월 4일의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국회의원직 제명이 오버랩된다. 김영삼 총재의 제명을 주도한 것은 당시의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검찰이 국회 다수당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은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혐의가 위중하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하면 된다. 검찰의 주장이 재판에서 인정되면 이재명 대표는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고, 증거가
[용인신문] 난방비가 2배로 올랐다. 장미꽃 한 송이가 2만 원이다. 2023년 2월 현재, 대한민국 서민들이 일상으로 겪고 있는 일들이다. 그동안 난방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서민들은 실내 적정온도를 정부의 권장 사항에 맞추고 살았다. 그래도 겨울철의 관리비 지출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았다. 1월 아파트 관리비와 가스비 청구서를 받아든 국민, 특히 서민은 거의 두 배로 치솟은 난방비와 가스비에 대단히 놀랐다. 공공요금은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시중의 4개 금융지주회사,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조 8506억 원이라는 뉴스가 신문 경제면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미국의 연준(Fed)이 물가 인상을 둔화시킨다는 명목으로 금리를 살인적으로 인상하자 한국은행도 이른바 몇 차례의 빅스텝을 단행하여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4개 금융지주회사의 순이익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한 것은 금리인상으로 이자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가장 고통받는 것은 서민, 즉 경제적 약자들이다. 물가가 오르면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대자본은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 2022년 국제
[용인신문]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시인 이성복이 말한 ‘그날’이 2023년 대한민국의 ‘오늘’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중략)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1926년 발행된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은 누구인가. 고교 시절 국어 점수를 위해 ‘조국’이라고 적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필자의 수업을 듣는 MZ세대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애인’이라고 답한다. 만해 한용운은 민족대표로 3.1운동에 참여하여 3년간의 옥고를 치렀다. ‘님의 침묵’은 출옥 후 민족 계몽의식 고취기에 쓴 시다. 식민지 조국을 위해 신음 정도는 기본이고, 저항을 당연하게 생각한 독립운동가들이 많았다. 침묵 상태로 있는 자들은 타협주의자이거나 민족 반역자들이었다. 그러므로 시험 출제용으로 ‘님의 침묵’에서의 ‘님’을 조국과 민족이라고 단정하는 것. 이제는 틀렸다고 하자.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경문왕은 조금 특이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웬만한 동화책에는 다 실려있을
[용인신문] 정부는 일제의 강제징용 배상금을 제3자가 대신해주는 방법을 해법이랍시고 제시했다. 1월 12일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하는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의 전범기업(戰犯企業)인 미쓰비시, 신일본제철이 아닌 제3자인 국내기업이 대신 배상해주는 방안이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서민정 국장에 의해 제시되었다. 처음에는 가짜뉴스로 알았다. 대한민국 외교부의 국장이 강제징용 배상을 ‘가해 당사자’인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이 아닌 국내기업으로부터 모금하여 배상하자고 한 것이다. 일본 외무성 관료가 토론회에 참석하여 발제한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상식 밖의 주장이 대한민국 외교부 관료에 의해 제시되었다는 뉴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외교부의 주장은 친일(親日)을 넘어 매일(賣日) 하자는 것과 같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저자세 외교로 일관해왔다. 일본에 40년간 지배받고 착취를 당했음에도 ‘지난 일은 잊고 잘 지내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도대체 정부가 일본에 무슨 약점이 잡혔길래 이토록 비굴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줄 수 없으니 옆에서 구경한 사람에게 받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