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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독이 든 성배’

30년 숙원 이뤄졌지만 ‘인사 전횡’ 부작용… 돈 줄은 단체장이 쥐락펴락
예산·조직·감사권 부여 ‘지방의회법’ 통과돼도 재정 자립 한계 지적

용인신문 | 지방자치의 ‘숙원’이라 불리던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시행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2022년 1월, 30여 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고 지방의회 의장이 소속 직원에 대한 임용과 징계권을 갖게 되면서 ‘자치분권의 새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현실의 지방의회는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과 비효율, 그리고 권한 남용이라는 짙은 그림자에 갇혀 있다.

 

인사권 독립의 핵심은 집행부(지자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정 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직후부터 전국 곳곳에서는 의장의 ‘측근 인사’와 ‘보은 승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 원주시의회에서는 의장이 경력이 짧은 측근 직원을 파격 승진시키려다 노조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경남 의령군에서는 승진 소요 기간조차 채우지 못한 특정 직원을 지목해 승진을 강행하며 ‘인사 농단’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서울 동대문구의회에서는 의장의 인사권 남용을 두고 사무국장이 의장을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용인시의회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의장이 자신이 원하던 집행부 공직자를 사무국장(부이사관)으로 승진시키기 위해 승진 인사를 장기간 미뤘고, 의사국의 중추 역할을 하는 의정 과장의 경우 무려 5개월 이상 공석으로 비워두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자치단체장이 부시장 등과 시스템에 의해 행사하던 권력이 이제는 정치인인 ‘의장 1인’에게 집중되면서, 직원들은 공정한 업무 수행보다는 의장의 줄을 서야 하는 정치적 중립성 훼손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지방의회 사무직원들의 인사 만족도는 27.3%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 인사권 ‘반쪽 독립’… 사라진 견제 장치

더 큰 문제는 인사권은 가졌으되, 정작 그 인력을 운영할 ‘조직권’과 돈줄인 ‘예산권’은 여전히 자치단체장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의장에게 인사권이 있음에도 의사국 인력 풀 부족으로 다시 시청에 인사발령을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이유다.

 

예를 들어 의사국 직원이 퇴직이나 질병 또는 육아휴직 등으로 공석이 될 경우, 집행부 측에 충원을 요청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집행부 공직자들이 지방의회와 인사 교류를 거부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

 

실제 용인시의회의 경우 인사권 독립 이후 진행된 승진 인사로 인해 사실상 인사 교류가 단절된 모습이 나오고 있다.

 

집행부 공직자들의 경우 인사 적체로 승진 연한이 증가하는 반면, 의사국 공직자들의 경우 오히려 짧아지는 현상이 나오면서 직원들 간의 갈등이 촉발된 것.

 

이렇다 보니 인사권 독립 이후 휴직과 퇴직 등 결원에 따른 인력 충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인사 교류는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인사 교류가 단절되면서 시의회 사무국과 집행부 간 업무 소통이나 교류도 단절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감사 사각지대’다. 현재 지방의회에는 자체 감사기구가 없다. 의회 직원의 비리가 의심되어도 의장이 직접 감사하거나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 보니, 도리어 견제의 대상인 자치단체장에게 감사를 요청해야 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이렇다 보니 감사와 견제 장치가 없는 인사권은 통제되지 않는 ‘방목된 권력’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 ‘지방의회법’이 해법?… 높은 현실의 벽

현재 국회에는 지방의회에 예산권, 조직권, 감사권을 모두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의회법’ 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이 법이 통과되어야 진정한 ‘자치분권’이 완성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권한을 더 주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설령 지방의회법이 통과되어 모든 권한을 갖게 되더라도, 기초의회 단위의 좁은 인력 풀과 빈약한 재정 자립도는 여전히 ‘현실적 장벽’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현재 노출된 ‘의장 1인 독주 체제’에 대한 내부 견제 시스템이 우선 갖춰지지 않는다면, 조직권과 감사권 부여는 오히려 지방의회 의장의 권력 비대화를 가속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사권 독립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인사위원회의 객관성 강화 △독립적인 감사 시스템 구축 △집행부와의 소모적 갈등을 넘어서는 ‘협치 모델’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지방의회에 부여된 인사권은 제대로 활용하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 되지만, 지금처럼 휘둘러진다면 신뢰를 갉아먹는 ‘양날의 검’이 된다”며 “이제는 추가적인 권한 요구에 앞서, 주어진 권한을 얼마나 공정하고 책임 있게 행사할 수 있는지 지방의회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용인시의회 전경

 

사무국 공직 인사권을 갖고 있는 용인시의회 본회의장 의장석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