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애를 혼자 낳아서 키우는 기분이에요.”
임신에서 출산, 육아와 교육까지, 많은 여성들은 생명의 여정을 홀로 감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믿기 어렵겠지만, 생명에 관한 한 여성(난자)의 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쉽게 비유해 보자. 집을 짓는 데 설계도면만으로는 건물이 완성되지 않는다. 집을 지을 재료가 있어야 하고, 연료가 있어야 한다. 정자는 설계도면의 절반을 보태는 역할을 한다면, 난자는 설계도면의 절반 뿐 아니라 재료와 연료를 함께 지니고 있다. 생식세포(정자, 난자)에 있어서 세포설계도면은 핵(염색체, DNA)를 의미하고, 세포재료는 난자의 세포질을, 세포분열 시 에너지 발전소 역할은 난자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담당한다.
수정이 될 때 난자는 정자로부터 받은 핵(50%)에 자신의 핵(50%)을 더해 100%의 핵(염색체, DNA)를 완성한다. 그리고는 난자의 세포질(세포의 재료)과 미토콘드리아(세포분열 에너지 발전소)에 의존해 세포분열을 한다. 상상해보라. 1개의 수정란이 분열을 거듭해 수십조 개의 몸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첫 재료와 에너지는 이미 난자 안에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손주의 몸을 움직이는 미토콘드리아가 며느리의 난자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며느리 입장에서는 남편의 몸의 미토콘드리아 역시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반면, 외할머니와 엄마, 이모와 이종사촌의 몸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를 따라 동일하게 이어진다. 조상을 추적할 때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모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가보다 외가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이런 모계 유전의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결국 정자는 난자 없이는 자신의 DNA를 후손에게 계승할 수 없다. 설계도면만으로 건물이 세워지지 않듯, 생명 역시 재료(세포질)와 연료(미토콘드리아)가 있어야 시작될 수 있다. 그러니 정자의 핵(염색체, DNA)이라도 건강하게 전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정자를 유지하려면 산화 스트레스에 덜 노출돼야 하며,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야 정자 DNA의 손상이 줄어든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는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이 알아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자식을 낳고 안 낳고의 시간적 열쇠 역시 여성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난자가 고작 한 달에 단 한 번, 길어야 하루 남짓 배란이 되어 정자를 기다리니 백날 노력한다고 해서 임신이 되는 게 아니라 ‘장날(배란일)’에 맞춰야 임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문제는 여성은 장날(배란일)을 알고 선택하거나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 시계는 여성의 몸이 조율한다. 그러니 남성들은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고, 어머니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