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2026년은 병오년, 말띠해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지치지 않고 달리는 말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말이 나왔으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고 싶다. ‘말’이라는 동물은 생식력만 놓고 보면 실로 대단한 정력가다. 물론 동물과 인간의 생식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인간이 동물과의 비교에서 도무지 이길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 어쩌면 그것이 바로 생식력일지도 모르겠다. 제아무리 슈퍼맨 같은 남성이라 해도 한 번 사정 시 정자 수가 평균 3억~5억 마리라면, 말은 한 번에 50억~100억 마리의 정자를 만들어낸다. 더 놀라운 건 그 안정성이다. 웬만한 스트레스와 환경 변화에도 정자의 수와 품질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기분, 컨디션, 환경에 따라 정자의 숫자와 질이 민감하게 요동치는 인간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것이 단순한 ‘체력의 차이’라기보다는, 번식을 중심으로 설계된 생물학적 구조의 차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현대 인간, 특히 남성의 생식력이 이 구조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오늘날 남성의 정자 건강은 의지나 기력보다 환경과 음식 문화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 공해, 환경 호르몬, 플라스틱과 살충제, 미세플
용인신문 | 어느 해 여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키가 크고 체격도 좋은, 누가 봐도 또래 평균을 훌쩍 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방문 이유는 뜻밖이었다. “체격에 비해 성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혹시 무정자증이 아니냐, 남성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는 불안까지 따라붙었다. 진찰 소견상 의학적으로 우려할 만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고, 생식력과도 아무 관련이 없었다. 문제는 성기가 아니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주입된 오해와 비교였다. 어설픈 비교와 속설이 남학생을 진료실까지 데려온 셈이었다. 비뇨기과 의사로 진료를 하다 보면, 이 불안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고등학생도 묻고, 20대도 묻고, 아이를 이미 둔 40대 남성도 묻는다. 질문은 거의 같다. “선생님, 코가 크면 성기도 큰가요?” 조금 분위기가 풀리면 이어진다. “발이 크면요?” 과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남성의 몸 앞에서는 여전히 속설이 이긴다. 결론은 분명하다. 코 크기와 성기 크기, 발 크기와 성기 크기 사이에는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 수십 년간 반복된 연구 결과는 한결같다. 없다. 그런데도 이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
용인신문 |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궁금해한다. 어떤 이는 이를 도덕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감정의 결핍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비뇨기과 의사의 시선에서 설명하자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남성의 성은 감정의 깊이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정이 없어도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의 시선에서 설명해보자. 남성의 성 반응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출발점은 신경과 혈관이다. 시각, 촉각, 상상 같은 자극이 들어오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음경의 혈관이 이완되며 해면체로 혈액이 유입된다. 이 과정은 의지보다 반사에 가깝다. “우리는 어떤 관계인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은 이 단계에서 필수 조건이 아니다. 전원이 들어오면 기계가 돌아가듯, 조건이 맞으면 반응이 일어난다. 남성의 성은 시작부터 감정보다 각성에 더 가까이 걸려 있다. 뇌를 들여다보면 이 구조는 한층 또렷해진다. 남성의 성적 자극은 곧바로 도파민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 쾌감이 예상되면 뇌는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이때 관계의 맥락이나 감정의 서사를 다루는 영역은 뒤늦게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성은 관계의 깊이가 충분
용인신문 |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요즘은 더하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가 되었고, 연애는 피곤한 감정노동으로 여겨지며, 출산은 ‘권장’이 아니라 ‘부담’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남성 난임·불임을 전공한 필자의 병원에는 오늘도 정자를 찾으러 온 남성(폐쇄성&비폐쇄성무정자증)들이 줄지어 들어오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의 표정과 대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왜 진즉 생식기능에 문제가 생길 걸 몰랐을까요?” 고환에서 정자 생산이 제대로 안 된다거나(비폐쇄성무정자증), 정자는 만들어지는데 정자가 배출이 안 된다거나(폐쇄성무정자증), 정자 수가 너무 적다거나(희소정자증) 등을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면 빨리 치료하거나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을 터인데, 모르고 지낸 시간이 문제를 키운 셈이다. 간혹 ‘나는 평생 자식을 안 낳을 거다’라고 호기롭게 말하는 남성들도 있다.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선배의 입장에서 조용히 알려주고 싶은 진실이 있다. 오늘의 마음이 내일의 마음이 될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다. 우리는 밥맛도 하루가 다르고, 가고 싶은 여행지도 그해 그해 달라지는데, 하물며 인생 최대의 선택인 출산에 관한 마음이 영원히 그대
용인신문 | 요즘 젊고 건강한데도 섹스리스로 지내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부 모두가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지쳐 있어 사랑을 나눌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 많다. 경기침체로 인해 주머니 사정은 불안정하고, 직장에서는 책임과 압박이 끝없이 밀려오며, 맞벌이 부부는 하루 종일 생존하느라 지쳐버린 몸으로 밤을 맞이한다. 몸은 스트레스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위협이 감지되면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부터 우선적으로 살린다. 반대로 생존과 직접 관련 없는 기능은 과감하게 전원을 끄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이때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바로 성욕과 발기 기능이다. 생식은 당장 오늘 필요한 기능이 아니지만 생존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만성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이 상태는 일시적 현상을 넘어 아예 생식기능이 ‘절전 모드’가 되는 셈이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고, 이 코르티솔은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억제해 남성호르몬을 줄인다. 남성호르몬이 줄면 성욕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도 둔해진다. 발기는 부교감신경이 주도하는 반응이고, 혈관이 이완
용인신문 |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 시대다. TV나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는 점점 더 주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변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어느 순간 ‘과거의 기세’를 잃고 흔들리는 존재로 비쳐지기도 한다. 집 안에서는 요리하는 남자가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고,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봉투를 들고 내려가는 이들도 대부분 남성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남성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이 질문 속에는 역설이 하나 있다. ‘원래 남성이 우위였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긴 역사 흐름을 살펴보면, 조선 건국에서 1990년대초까지 약 600년의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여성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왕권 교체, 권력 재편, 지역 세력의 흥망성쇠 속에서 여성은 늘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힘을 행사해왔다. 의학적으로도 생명 탄생의 무게중심은 어디에 있는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정자는 수정 순간 딱 한 가지, 핵(염색체, DNA)만 제공한다. 하지만 난자는 핵(염색체, DNA) 외에도 세포질(세포의 재료), 미토콘드리아(세포분열 에너지 발전소)가 있다. 그렇다면 핵(염색체, DNA)이 무엇인가? 바로 건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