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유독 하얀 피부, 수염이 많지 않은 얼굴, 하얗고 가느다란 긴 손…. 터프한 남성보다 미소년 같은 남성의 모습에 끌리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인상의 남성 중에는 극히 드물게 클라인펠터증후군인 경우가 있다. 물론 대부분은 정상적인 남성이지만, 일부는 유전자의 조용한 변이로 인해 X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XXY형으로 태어난다.
사람은 23쌍의 염색체 중에 마지막 한 쌍이 성염색체다. 남성은 XY, 여성은 XX다. 그런데 만약 남성인데 X가 하나 더, 혹은 두 개 더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를 클라인펠터증후군이라 부른다. 남성 약 1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염색체 질환으로, 많은 남성들이 자신이 클라인펠터증후군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간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인 남성은 평균적으로 피하지방이 많고 근육량이 적으며, 체형이 부드럽고 팔다리가 길다. 이런 이유로 전반적으로 피부가 희고, 손이 가늘며, 얼굴이나 몸에 털이 적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또 수염, 가슴털, 다리털 등이 적고, 목소리가 비교적 덜 굵어지는 특징도 있다. 그러나 이런 특징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으며, 겉모습만으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가 조부모와 부모가 모두 염색체가 정상이라도 클라인펠터 남성이 될 수 있다. 이는 부모로부터 직접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질 때 염색체가 제대로 나뉘지 않는 ‘비분리 현상’ 때문에 생기는 자연적 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춘기가 되면 아침 발기가 제대로 되는지 여부, 정상적인 리비도(성욕), 수염과 체모의 양, 남성적 체형 등을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이상하거나 발달이 더디다면 조기에 비뇨기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클라인펠터 남성은 고환 조직에서 정자 생산을 담당하는 세르톨리세포가 퇴화되어 있기 때문에 비폐쇄성 무정자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정액검사에서 정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낙담하기 쉽지만, 염색체 검사에서 클라인펠터까지 확인되면 충격은 더 크다. “나는 남자가 아닌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이 뒤따른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은 성 정체성의 문제나 여성화 증후군이 아니다. 단지 성염색체의 수적 변이일 뿐이며, 남성으로서의 외형과 성기능, 생활 능력은 대부분 유지된다. 조기 진단으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신체 기능, 골밀도, 성욕, 심리적 안정까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임신을 원한다면 난임 전문 의료기관을 통해 미세정자채취술(micro-TESE) 등의 방법으로 생식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