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요즘 젊고 건강한데도 섹스리스로 지내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부 모두가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지쳐 있어 사랑을 나눌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 많다. 경기침체로 인해 주머니 사정은 불안정하고, 직장에서는 책임과 압박이 끝없이 밀려오며, 맞벌이 부부는 하루 종일 생존하느라 지쳐버린 몸으로 밤을 맞이한다.
몸은 스트레스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위협이 감지되면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부터 우선적으로 살린다. 반대로 생존과 직접 관련 없는 기능은 과감하게 전원을 끄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이때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바로 성욕과 발기 기능이다. 생식은 당장 오늘 필요한 기능이 아니지만 생존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만성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이 상태는 일시적 현상을 넘어 아예 생식기능이 ‘절전 모드’가 되는 셈이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고, 이 코르티솔은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억제해 남성호르몬을 줄인다. 남성호르몬이 줄면 성욕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도 둔해진다. 발기는 부교감신경이 주도하는 반응이고, 혈관이 이완되어 음경에 충분한 혈액이 유입되어야 가능한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 박동을 높이며 근육을 긴장시키기 때문에 사실상 발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전쟁세대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녀를 낳았던 걸까? 총알이 날아다니던 시대, 하루하루가 생존이던 시절, 스트레스라는 단어조차 사치였던 환경에서 성기능은 왜 유지되었고 어떻게 다자녀가 가능했을까? 스트레스가 성욕을 죽인다면 전쟁세대는 오히려 성욕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스트레스의 종류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끝이 없고, 계속 이어지고, 해소되지 않는 만성 스트레스다. ‘오늘만 버티면 된다’가 아니라 ‘내일도, 다음 달도,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뇌 입장에서는 생식 기능을 계속 꺼두어야 할 이유가 된다. 사령탑은 마음이 아니라 뇌이기 때문이다.
반면 전쟁 스트레스는 즉각적 생존 스트레스다. 전쟁은 무섭지만, 뇌 입장에서 보면 ‘명확한 위협’과 ‘명확한 생존’ 사이의 긴장을 다룬다. 여기에 “내일이 있을지 모르니 지금 번식해야 한다”는 진화적 생존 코드가 작동하면서 전쟁 상황에서는 오히려 성욕이 강해지는 현상까지 관찰된다. 결국 전쟁세대는 생식 회로가 꺼진 것이 아니라, 극단적 상황에서 원초적 생존·번식 본능이 일시적으로 활성화된 것이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진 못해도 조절할 수는 있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잠시라도 남는 시간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 취미든 운동이든 산책이든 감정 회로를 잠시 쉬게 해주는 활동이 필요하다. 그렇게 기분이 회복되고 교감신경의 긴장이 내려오면 성기능도 회복된다. 남녀 모두 생식력이 좋아질 수 있다. 출산을 원하지 않더라도 생식력이 좋아야 신명나게 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