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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태 원장의 의학칼럼

“남자는 사랑하지 않아도 왜 성행위가 가능한가요?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궁금해한다. 어떤 이는 이를 도덕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감정의 결핍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비뇨기과 의사의 시선에서 설명하자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남성의 성은 감정의 깊이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정이 없어도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의 시선에서 설명해보자. 남성의 성 반응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출발점은 신경과 혈관이다. 시각, 촉각, 상상 같은 자극이 들어오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음경의 혈관이 이완되며 해면체로 혈액이 유입된다. 이 과정은 의지보다 반사에 가깝다. “우리는 어떤 관계인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은 이 단계에서 필수 조건이 아니다. 전원이 들어오면 기계가 돌아가듯, 조건이 맞으면 반응이 일어난다. 남성의 성은 시작부터 감정보다 각성에 더 가까이 걸려 있다.

 

뇌를 들여다보면 이 구조는 한층 또렷해진다. 남성의 성적 자극은 곧바로 도파민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 쾌감이 예상되면 뇌는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이때 관계의 맥락이나 감정의 서사를 다루는 영역은 뒤늦게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성은 관계의 깊이가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도 성적 반응이 성립할 수 있다. 이는 인격의 문제라기보다, 회로가 그렇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 환경도 이 차이를 키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성욕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사랑을 묻지 않는다. 대상이 있고 자극이 있으면 반응을 촉진한다. 여성의 성 반응이 옥시토신처럼 유대와 연결된 호르몬과 더 긴밀히 얽혀 있는 경우가 많은 것과 대비된다. 물론 개인차는 크다. 모든 남성이 같지 않고, 모든 여성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도 않는다. 다만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그러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있다. 남성이 사랑 없이 성행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곧 사랑을 모른다는 뜻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그렇지는 않다. 남성도 사랑을 하고, 깊이 상처받고, 관계에 집착한다. 다만 사랑과 성이 같은 스위치에 묶여 있지 않을 뿐이다. 성은 독립된 모듈처럼 먼저 켜질 수 있고, 사랑은 그 다음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이 순서의 차이가 오해를 만든다.

 

비뇨기과 의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지점은 분명하다. 이 구조를 알면, 상대를 평가하기보다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설명은 비난보다 관계를 오래 지탱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는 절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남성의 성은 로맨스 소설보다 사용설명서에 가깝다. 버튼이 눌리면 작동하고, 조건이 맞으면 반응한다. 이 구조의 차이를 이해하면 문제점 파악도 훨씬 빠르다. 특히 무반응이 반복될 때에는 감정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생식기능(비폐쇄성무정자증 의심 등) 이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학적 검사를 반드시 병행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