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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용인’ 돈은 ‘동탄?’

LOCAL FOCUS_반도체 메카 ‘허와 실’

 

용인신문 | 용인 시내가 ‘1000조 투자 시대’라는 화려한 구호 아래 ‘반도체 지방 이전 결사반대’를 외치는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다. 이동·남사읍의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원삼면의 SK하이닉스 클러스터 조성은 분명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이자, 용인의 100년 미래를 책임질 대업이다. 그런데 반도체를 지키겠다는 결기는 높지만, 정작 그 안을 들여다보면 위태롭다. 반도체 공장 이전은 불가능하더라도, 기반 시설 부족 탓에 사람과 돈은 인프라가 완비된 동탄과 평택으로 빠져나가는 ‘빨대 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본지는 ‘반도체 사수’라는 정치적 구호 뒤에 가려진 인프라 실태를 진단했다. [편집자 주]

 

현재 용인 시내에는 ‘반도체 산업 지방 이전 결사반대’를 외치는 정치인들과 시민 사회단체들의 현수막이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다. 정부의 균형발전 논리에 밀려 공들여 유치한 반도체 클러스터가 타 지자체로 분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발로에서 생성된 초당적 단결 의지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구호와 ‘반도체 사수’ 열기 이면에는 정작 용인시가 직시해야 할 냉혹한 현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긴급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설령 반도체 공장을 사수하더라도, 기반 시설 부족으로 인해 지역 경제의 실익이 인접한 동탄과 평택으로 빠져나가는 ‘빨대 효과(Straw Effect)’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원삼면 건설 현장의 역설… “지킬 것은 공장만이 아니다”

용인시가 ‘반도체 사수’를 외치는 지금 이 시각에도, 처인구 원삼면 SK하이닉스 팹(Fab) 1기 조성 현장에서는 자본과 인력의 역외 유출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수천 명의 건설 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일과 후 수많은 인력이 용인을 빠져 외지로 나간다. 지난 해 12월 기준, 공사 인력 7200명 중 1/3에 달하는 2400여 명이 숙소가 없어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원인은 정주 여건의 부재다. 용인 처인구 일대에는 대규모 인력을 수용할 숙소나 편의시설 등 배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인접한 평택 고덕과 화성 동탄은 이미 주거 및 상업 기반이 완비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용인 반도체 현장의 노동력이 인근 도시의 ‘빈 숙소’와 상권을 채우며 출퇴근하는 구조다. 이는 향후 남사읍 삼성 국가산단 조성 시에도 기반 시설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도로와 주거지 등 배후 인프라가 선제적으로 갖춰지지 않고 공장 건설이 먼저 시작될 경우엔 지역 경제에 미칠 ‘낙수 효과’가 어떻게 증발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과 같다.

 

■ 김시덕 박사 “터널 개통되면 남사 산단은 동탄 생활권”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는 유튜브 방송 ‘언더스탠딩’(삼성은 용인 가는데 돈은 동탄이 번다?)에 출연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적 딜레마를 지적했다.

 

그는 “삼성과 SK가 용인에 둥지를 트는 것은 확정됐지만, 그곳에서 일할 고학력·고소득 인력들이 용인에 정주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핵심 변수는 접근성이다. 남사읍 국가산단 예정지는 동탄 2신도시와 터널 및 도로로 연결될 예정이다. 동탄은 이미 GTX-A, SRT 등 광역 교통망과 백화점, 대학병원, 학군 등 정주 여건이 완성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남사읍 산단과 동탄을 잇는 도로망(터널)이 확충되면, 삼성 반도체 현장은 물리적·심리적으로 용인시청보다 동탄역이 훨씬 가까워, 사실상 ‘동탄 생활권’에 편입된다”고 진단했다.

 

용인시에 반도체 공장이 계획대로 들어선다고 해도, 정작 고소득 임직원들의 주거와 소비, 세수는 화성시 동탄으로 쏠리는 ‘베트타운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자칫 ‘재주는 곰(용인)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동탄)이 버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 구호는 ‘결사반대’인데, 도로는 여전히 ‘검토 중'

문제는 용인시의 행정력이 외부의 ‘지방 이전’ 논란을 막는 데 집중되는 사이, 내부의 핵심 인프라 구축 속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용인시가 준비 중인 ‘반도체 산단 관련 기반시설’ 계획에 따르면, 국도 17호선, 국지도 84호선 확충 등 중장기 대책이 수립되어 있다. 그러나 시급한 도로망 계획 상당수가 여전히 행정 절차의 초기 단계인지라, 혹시라도 중간에 걸림돌 등 변수가 나타나면 차질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특히 원삼면 SK하이닉스와 용인 시내(마평동)를 잇는 핵심 축인 국지도 57호선 확포장 사업은 SK 유치 발표 후 7년 가까이 됐음에도 가시적인 착공 소식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현수막을 걸어 ‘반도체 사수’ 여론전을 펼치는 속도에 비해, 정작 반도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은 턱없이 느린 게 현실이다.

 

■ ‘선(先)교통 후(後)입주’ 없으면 ‘빈 껍데기’ 전락

전문가들은 ‘선(先)교통 후(後)입주’ 원칙 준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단지 가동 전 교통망과 배후 도시가 완비되지 않으면, 용인시는 극심한 교통 체증과 함께 경제적 과실을 인근 도시에 뺏기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경강선 연장과 국도 45호선 확장, 국지도 82호선 및 57호선 조기 착공은 단순한 SOC 확충을 넘어 용인의 경제적 자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물리적 도로망을 통해 용인 중심부와 산단을 연결해야만 반도체 종사자들의 소비와 주거 수요를 관내로 흡수할 수 있다.

 

아울러 특목고 유치 등 교육 및 문화 인프라의 질적 개선을 병행하여 고소득 인력이 용인에 정주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거리에 나부끼는 ‘반도체 지방 이전 반대’ 현수막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은 정치적 구호보다 실제 도시의 내실을 다지는 기반 시설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