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열린 ‘반딧불이 서식지 보호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획일적 하천 준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전문가와 주민들은 반딧불이 서식지 보존과 치수가 공존할 수 있는 ‘하천 관리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운학천, 홍수 위험성 적은 최상류 위치
미관 정비 이유 하천 바닥 초토화 비판
흰목물떼새·수달 등 멸종위기종 눈물
캠핑족 빛 ‘공해’ 반딧불이 서식지 위협
용인신문 | 용인특례시의 대표 청정지역이자 반딧불이 서식지인 처인구 운학천 일대가 홍수 예방을 명분으로 한 획일적 준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치수(治水)와 생태 보전의 공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경기녹색환경지원센터는 지난 16일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반딧불이 서식지 보호를 위한 친환경 하천 관리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문가와 용인 반딧불이 시민모임(이하 용반시), 환경단체, 시 관계자,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해 반복되는 준설 공사로 인한 서식지 파괴 실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하천 관리 정책을 논의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거버넌스(민관 협치)’ 구축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편집자 주>
경기녹색환경지원센터는 지난 16일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전문가, 용인 반딧불이 시민모임(이하 용반시), 환경단체, 시 관계자,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딧불이 서식지 보호를 위한 친환경 하천 관리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반복되는 준설 공사로 인한 서식지 파괴 실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하천 관리 정책을 제안하고자 마련됐다.
■ 김진홍, 하천 관리 방식 대전환 촉구
첫 발제자인 김진홍 중앙대 명예교수는 세계적 흐름인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개념을 소개하며 하천 관리 방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기후 위기 시대 홍수 방어는 단순 준설만으론 불가능하다”며 “준설을 해도 1~2년이면 퇴적물이 쌓여 유지 비용만 늘고, 유속을 높여 하류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대안으로 ‘불필요한 횡단 구조물 철거’를 제시했다. 그는 “기능을 상실한 농업용 보가 물 흐름을 막고 홍수위를 높인다”며 “준설보다 쓸모없는 보를 철거하는 것이 치수와 생태 복원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불가피한 준설 시에는 ‘점적·순차적 준설’과 ‘미지형 보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 김종만 “반딧불이 복원 핵심은 달팽이 서식 환경”
두 번째 발제자 김종만 전북자연환경연수원장은 반딧불이 생태 특성을 근거로 식생 관리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원장은 “반딧불이 복원의 핵심은 개체 수가 아닌, 먹이인 달팽이와 다슬기가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서식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는 습도에 민감하다. 특히 늦반딧불이 주 먹이인 명주달팽이는 하천변 풀숲이 사라지면 생존할 수 없다.
김 원장은 “제방 덤불을 모두 제거하고 콘크리트 호안을 설치하는 건 반딧불이의 먹이 창고를 없애는 행위”라며 “전주시는 ‘생태하천협의회’를 통해 예초 시기를 조절해 생물 다양성을 지킨다”고 예를 들었다.
■ 무분별한 하천 준설… 생물 다양성 파괴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장에서 목격한 무분별한 준설의 폐해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정정호 전 에버랜드 전시과장(용반시 이사)은 “운학천은 홍수 위험이 적은 최상류임에도 미관 정비를 이유로 하천 바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포크레인이 모래톱과 자갈밭을 짓이겨 수십 년 된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공사 편의가 아닌 생물 다양성을 최우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창식 용인 서농초 교사는 “하천 정비로 은신처가 사라진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와 수달이 인공 구조물 위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며 “오염에 강한 특정 어종만 남는 등 생태계 단순화가 빠르다”고 우려했다.
이어 류환 운학동 통장협의회장은 행정의 불통을 꼬집었다. 류 회장은 “70년 넘게 살았지만 시·구청에서 준설 계획을 물어본 적이 없다”며 “물길 막힌 곳은 놔두고 멀쩡한 직선 구간을 파헤치는 예산 낭비가 반복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종경 “빛 공해 방지 대책도 병행해야”
제도 개선과 협치 기구 구성 제안도 나왔다.
김영규 엔비넷 대표(용반시 회장)는 “소하천은 정비법상 준설 기준이나 생태 보전 의무가 미흡해 지자체가 자의적 정비를 남발한다”며 “용인시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감시 협의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종경 용인신문 대표는 “운학천 일대는 수도권의 허파지만 최근 캠핑족의 빛 공해와 차량 진입으로 서식지가 위협받는다”며 “조명 등을 규제할 ‘빛 공해 방지’ 대책과 ‘반딧불이 보호 조례’ 제정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영애 용반시 사무국장은 “반딧불이가 사라진 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하기보다 지금 서식지를 지키는 ‘사전 예방’ 행정이 경제적”이라며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데이터를 행정에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 용인시 “부서 간 칸막이 인정… 협의체 구성 하겠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하천 담당 건설과와 생태 담당 환경과 간 소통 부재가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토론자들은 전주시처럼 공무원, 전문가, 주민이 함께 정비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하천 관리 거버넌스’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에 서칠성 시 환경정책과 팀장은 “부서 간 시각차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제기된 문제와 거버넌스 제안을 협의해, 향후 정비 시 생태적 가치를 반영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 위기 시대 ‘치수’와 ‘생태’의 공존 가능성을 묻는 중요한 공론장이었다는 평가다. 용인시가 시민사회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 장마철 하천 정비부터 변화된 행정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박숙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