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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 단결 승리… 후손들 분열 먹칠

LOCAL FOCUS_처인성문화제 ‘한지붕 세가족’

 

용인시불교신도회·불교사암연합회
24년 간 ‘김윤후 승장 추모 다례제’
올해 민간 단체 ‘처인성 페스티벌’
문화원 새롭게 개최 ‘처인성문화제’

 

용인신문 | 1232년, 변방의 작은 성 처인성에서 김윤후 승장과 이름 없는 민초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세계 최강 몽골군의 심장을 꿰뚫는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 ‘단결’과 ‘저항’으로 요약되는 처인성 대첩의 정신은 오늘날 110만 용인특례시의 뿌리이자 자긍심이다.

 

그러나 800여 년이 흐른 2025년 용인, 이 위대한 정신을 기리는 방식은 역사의 가르침에 역행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추모의례를 뿌리로, 하나의 이름 아래 열리던 문화제가 올해 두 개로 쪼개지면서, 사실상 동일한 주제의 행사가 세 갈래로 나뉘어 열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발전 대신 ‘분열과 중복’으로 퇴보하면서 예산 낭비는 물론, 축제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 기념행사 제각각… 시민들 혼란

현재 용인에서 ‘처인성’과 ‘김윤후’를 기리는 행사는 그 연원과 주체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뉜다.

 

그 뿌리는 (사)용인불교전통문화보존회(약칭 용인시불교신도회)와 용인시불교사암연합회가 올해까지 24년 간 주관해 온 ‘김윤후 승장 추모 다례제’다. 이 행사는 처인성 대첩의 정신적 구심점이자, 김윤후 승장의 넋을 기리는 본질적인 추모 의례로 명맥을 이어왔다.

 

문제는 작년까지 하나의 이름으로 열렸던 ‘처인성문화제’가 올해부터 이원화되면서 불거졌다. 기존에 축제를 주관해오던 민간 단체(처인성문화제위원회 등)가 주최하는 ‘처인성문화제 페스티벌’과, 올해부터 용인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용인문화원이 새롭게 개최한 ‘처인성문화제’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다례제’라는 큰 줄기에, ‘문화제’라는 또 다른 줄기가 두 갈래로 쪼개지면서 ‘한 지붕 세 가족’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 셈이다.

 

이에 시 관계자조차 “처인성은 용인의 자랑스러운 호국 역사를 기억하고 후대에 전하기 위해 수십 년간 이어온 시민 모두의 정신적 자산”이라며 “최근 비슷한 행사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본질이 흐려지고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 3개 축제 난립… 브랜드화 걸림돌

현재의 분열 양상은 단순한 행정 비효율을 넘어, 처인성 축제가 가진 성장 잠재력 자체를 꺾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축제는 지자체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나 경기도의 ‘경기관광축제’로 지정되면 막대한 국·도비 지원과 전국적인 홍보 효과를 등에 업고 급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 지원의 가장 기본 조건은 ‘대표성’과 ‘단일 브랜드’다. 심사기관 입장에서 볼 때, 하나의 주제를 놓고 3개의 축제가 난립하는 용인시는 애초에 심사 대상이 되기조차 어렵다. 이는 외부의 ‘큰 돈’을 유치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결국 세 축제는 모두 용인시의 한정된 예산(시비)을 나눠 갖는 ‘제로섬 게임’에 갇히게 된다. 한정된 재원은 축제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외부 관광객 유치 실패와 지역경제 기여도 미미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용인시민의 세금으로 치르는 행사가 정작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거나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 기념사업 통합추진위가 해법

이제 용인시도 결단해야 한다. 해법은 ‘통합’과 ‘협치’에 기반한 거버넌스 구축에 있다.

 

이에 대해 (사)용인불교전통문화보존회 현태주 회장은 “처인성 대첩의 정신은 승장과 백성이 하나 되어 국난을 극복한 ‘화합’에 있다”며 “지금이라도 각 단체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용인시의 미래라는 큰 틀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 보존회도 기꺼이 대화에 참여해 힘을 보탤 것”이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제언처럼,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용인시가 중심을 잡고, 3개 행사 주최 단체와 지역 역사·문화 전문가, 시민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처인성 승첩 기념사업 통합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하는 것이다.

 

같은 주제 둘러싸고 3개 축제 눈살
한정된 재원 행사 질적 저하 부채질
관광객 유치 실패·지역경제 악영향
하나의 행사 다양한 프로그램 절실

 

이 위원회는 각 주체의 역할과 정체성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 수십 년 역사를 지닌 ‘다례제’와 같은 전통 의례는 그 역사성을 존중하여, 통합된 축제의 정체성을 이루는 품격 있는 프로그램으로 포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핵심은 이원화된 ‘문화제’를 다시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학술 세미나, 전통 의례 재현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은 용인문화원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페스티벌과 공연 기획은 민간 단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처인성 대첩의 정신은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아 국난을 극복한 ‘통합’과 ‘연대’에 있다. 800년 전 조상들이 보여준 위대한 지혜를 지금의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눈앞의 작은 이해관계를 넘어, 용인시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을 용인시와 관련 단체 모두가 내려야 할 때다. <김종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