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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장려 캠페인 - 서주태원장의 의학칼럼

임신 실패의 절반은 타이밍 문제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바야흐로 선택과 집중의 시대다. AI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와 에너지 낭비는 피해야 한다. 일이든 사랑이든 충분히 생각하되, 한 번 결정했다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예전에는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했지만, 요즘은 굳이 두들기지 않아도 그 돌다리가 튼튼한지 아닌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선택을 미루지 않고 목표를 위해 제대로 몰입하는 일이다. 공부나 회사 일이 그렇듯, 자손을 원한다면 임신 준비 역시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퇴근하면 집에 아내가 있고, 저녁밥 냄새가 나고, 하루를 마무리하듯 자연스럽게 부부관계로 이어지는 일이 흔했다. 그래서 마음이 가는 날이면 이틀이 멀다 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둘 다 일을 하다 보니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고, 서로의 일정은 쉽게 맞지 않는다. 마음은 있는데 타이밍이 없다. 이쯤 되면 부부관계도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부부가 건강해도 자연임신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다.

 

그래서 비뇨기과 의사의 입장에서 남성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아내의 임신을 바란다면 감에 기대지 말고, 이를테면 장날, 즉 배란일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배란일이 아닌 날의 노력은 대부분 허탕으로 끝난다. 여성의 장날은 생리와 생리 사이, 대략 중간 즈음이다. 생리 주기가 28일이라면 보통 14~15일째가 배란일에 해당한다.

 

흔히 난자는 배란 후 24시간 동안 정자를 기다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수정이 가능한 시간은 약 10~15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그 시간이 지나면 난자는 미련 없이 사라진다. 결국 수정은 짧고 까다로운 타이밍 싸움이다. 하필 그날 야근이 있고, 몸이 지치고, 사소한 말다툼이 생기는 일이 잦은 것도 그래서다.

 

예로부터 부부 합궁 전에는 최소 일주일 정도 금욕을 하라고 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정자의 수정 전략은 정밀한 한 방이 아니라 숫자로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사정 시 3~4억 마리의 정자가 출발하지만, 실제로 난자 근처까지 도달해 수정에 도전하는 정자는 고작 수십~100마리 남짓이다. 이 싸움에서는 숫자가 곧 힘이다. 그래서 정자 수와 운동성은 자연임신 가능성을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가 된다. 아내 쪽 검사만 반복할 일이 아니다. 자연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면 남성도 비뇨기과에서 정자 상태를 점검해봐야 한다.

 

자연임신이 가능하다고 보는 기준은 비교적 분명하다. 정자 농도가 1mL당 1,500만 마리 이상, 전체 운동성이 40% 이상, 전진 운동성이 32% 이상, 정상 형태가 4% 이상이면 WHO 기준상 자연임신이 가능한 범위로 본다. 반대로 정자 농도가 500만 마리 이하이면서 전진 운동성이 10% 미만이라면 자연임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경우에는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기보다 체외수정술, 즉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민하는 편이 낫다. 정상 정자 수가 기준 이하라고 해도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신을 원한다면 이제 남성도 뒤로 물러서 있을 때가 아니다. “남자는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믿음 대신, 필요하다면 비뇨기과에서 정자 상태를 확인하고 준비하는 태도가 책임이다. 임신은 체면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남성이 먼저 숫자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때, 부부는 같은 방향에서 같은 속도로 임신을 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