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12년간의 긴 법정 다툼 끝에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마무리됐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시에 막대한 재정 손실을 끼친 책임을 물어, 전직 시장 등에게 21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민간투자사업 실패에 대해 개인적 책임을 지게 된 최초의 사례로, ‘세금은 눈먼 돈’이 아님을 증명하고 주민 감시의 힘을 보여준 역사적 판결이라는 평가다.
분명 이번 판결은 예산 낭비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공직 사회에 던지는 책임의 무게를 실감케 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그러나 이 판결에 마냥 박수만 치기 어려운 이유는 책임의 무게추가 과연 공평한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경전철 사업이 추진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용인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용인시는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구는 폭증했지만, 교통 인프라는 전무해 ‘교통지옥’으로 불렸다. 경전철은 정부로부터 지하철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약속받지 못한 채, 시민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절박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었다.
물론, 부풀려진 수요예측과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포함한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계약의 과오는 명백하며 결정권자의 책임은 무겁다. 하지만 교통 대란을 유발한 책임의 한 축인 정부는 심판관의 위치에 서 있고, 문제를 해결하려다 실패한 지자체장에게만 모든 짐을 지우는 것은 공평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정책 결정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결과론에만 입각해 과거의 결정을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책 실패를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못 박는 선례는 공직사회의 극심한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적극 행정’을 외치면서도 실패 시 개인 파산에 이를 정도의 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공직자가 미래를 위한 과감한 도전에 나서려 하겠는가. 소극적 행정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현실적인 이행의 문제도 남는다. 용인시가 과연 수백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전직 시장 개인에게서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이 판결이 혈세 낭비를 막는 실질적 해결책이 되기보다, 상징적인 ‘여론 재판’의 성격으로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판결이 일깨운 ‘책임 행정’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책임은 특정 개인에게만 지우는 ‘꼬리 자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이 개인에 대한 단죄를 넘어, 정책 결정의 구조적 문제와 중앙정부의 역할을 포함하는 더 공평하고 종합적인 책임의 기준을 세우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납세자의 권리를 지키면서도 미래를 위한 행정의 동력을 꺼뜨리지 않는 지혜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