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AI가 나보다 똑똑한데 왜 공부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던질 질문일 것이다. AI는 인간보다 빨리 계산하고 방대한 양을 기억하며, 순식간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시험을 풀고 논문을 요약하며 프로그램도 만든다. 내가 몇 시간을 공부해야 겨우 아는 것을 AI는 단 몇 초 만에 내놓으니, 책상 앞의 아이가 억울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공부는 정말 필요가 없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반대다. AI 시대에는 덜 공부할 것이 아니라 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과거의 공부가 정답을 외우는 일이었다면, 앞으로의 공부는 어떤 답을 믿을지 판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AI가 늘 옳지는 않다. 틀린 정보도 자신 있게 말하고, 편향된 자료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아는 것이 없으면 AI의 말을 그대로 믿지만, 공부한 사람은 '정말 그런가, 근거는 무엇인가' 하고 한 번 더 묻는다. 공부는 AI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AI에게 속지 않기 위한 힘이다. 좋은 질문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아는 것이 있어야 무엇이 이상한지 보이고, 많이 읽어야 빠진 부분을 알 수 있다. 떨어지는 사과에 "왜"를 묻던 뉴턴, 백성이 글 모름을 불편히 여긴 세종대
용인신문 | 수도권 남부의 교통 허브이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 중인 용인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 강화 고시 개정안은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용인시 대기 환경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어낼 결정적 신호탄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자율에 맡겼던 중·대형 상용차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매출액의 1% 범위 내에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15톤 이상 대형 화물차와 트랙터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15톤 미만 중형 화물차와 덤프트럭까지 규제 대상이 전방위로 확대된다. 감축 목표 또한 2030년까지 30%로 대폭 상향됐다.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1g당 최대 220만 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되는 만큼, 자동차 업계와 물류 현장의 대전환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즉각적이고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할 곳이 바로 용인시다. 올해 4월 말 기준 용인시에 등록된 화물차량은 무려 4만 8014대에 달한다.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춘 지리적 특성상 용인은 하루에도 수만 대의 대형 물류
용인신문 | 어둠이 짙게 깔린 처인구 원삼면 일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은 불야성을 이루며 용인의 역동적인 내일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적한 농촌이었던 이 도시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문명의 심장부로 상전벽해의 전환을 맞고 있다. 1000조 원 규모의 거대한 투자가 쏟아지는 ‘첨단의 빛’은 용인 시민 모두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역사적 쾌거다. 하지만 거대한 공장의 굴뚝과 화려한 스카이라인만으로 위대한 명품 도시가 완성될 수 있을까. 도시의 진정한 품격은 눈에 보이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그 땅에 깊숙이 뿌리내린 역사와 사람의 향기, 즉 문화예술의 결에서 우러나온다. 우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며 용인이 품고 있는 웅장한 인문학적 정체성을 너무나 오래 잊고 지냈다. 그저 놀이공원이나 관광지로만 소비하기엔 아까운 도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용인을 한국 문학사를 수놓은 거성들이 영면한 거대한 ‘정신의 도서관’이라고 불러왔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鎮川 死居龍仁)’이란 옛말은 단순히 풍수지리적 명당을 넘어, 영원한 안식을 내어주는 용인 대지의 포용력을 뜻한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 현대소설의 거목 박완서, 근대문학의
용인신문 | 한때 영화관은 사랑을 배우는 곳이었다. 1980~90년대 스크린에는 늘 애틋한 사랑이 있었다. 멜로물은 물론 액션 영화조차 사랑이 빠지면 성립되지 않았다. 첫사랑을 꿈꾸게 했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동경하게 했으며, 사랑 하나로 세상을 견디는 힘이 영화 속에 있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의 로망은 세속적인 성공보다 사랑이었다. 하지만 지금 스크린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화제가 되는 영화와 드라마를 떠올려 보라. 마약, 도박, 사기, 조직 폭력, 복수…. 그 중심에는 예외 없이 살인이 있다. 평범한 죽음이 아니라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시체 훼손 같은 잔혹범죄가 흥행 공식처럼 반복된다. 재미와 몰입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끔찍함에 대한 ‘익숙함’이다. 처음엔 눈을 돌렸던 장면이 두 번째엔 덜 충격적이고, 다섯 번째엔 아무 감정 없이 지나간다. 반복되는 자극에 적응하는 심리학적 ‘둔감화’ 현상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사람의 죽음을 비극이 아닌 오락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 사회는 상상조차 어렵던 흉악범죄를 잇달아 겪었다. 도심 흉기 난동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남겼고, 안전지대라 믿
용인신문 |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1로 졌다. 답답했고, 실망스러웠고, 화가 나는 경기였다. 누구도 이번 경기력을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감독의 전술도, 선수들의 움직임도, 결과도 모두 아쉬웠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경기 내용이 아니라 인터넷이었다. 포털과 SNS, 유튜브를 가득 메운 댓글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선수들과 감독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역대 최악이다", "32강에 가도 창피하다", "감독은 당장 나가라",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 비판을 넘어 조롱과 인신공격이 넘쳐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이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게 된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국가대표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을 것이고, 누구보다 패배가 괴로웠을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평생 한두 번 설 수 있을까 말까 한 꿈의 무대다. 그곳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스스로를 가장 크게 자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경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수십만 개의 비난이 쏟아진다면 과연 다음 경기에서 자신 있게 뛰어다닐 수 있을까. 사람은 격려를 받을 때 자신감을 얻지만, 끊임없이 부정당하
용인신문 |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났다. 국내 산업계는 그가 호평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역할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볼 때다. 우리는 과거 하드웨어 제조 강국이었음에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생태계의 주도권을 번번이 후발주자로 내주었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AI 시대에 이를 반복할 수는 없다. 공급망을 쥐는 것과 생태계의 주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대의 강자가 스마트폰 시대의 패권을 자동으로 보장받지 못했듯, 반도체 제조 역량이 AI 시대의 승리를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젠슨 황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인 ‘피지컬 AI’, 즉 로보틱스로 향해 있다. AI가 화면을 벗어나 자동차, 공장, 물류 등 물리적 세계와 직접 결합하는 시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AI 플랫폼과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할 기업을 아직 찾지 못했다. AI 시대의 삽과 곡괭이는 만들고 있지만, 정작 금광의 주인은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결국 그 해답을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할 곳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는 바로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