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4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위기의 ‘한택식물원’… 정부와 용인시가 나서야

 

용인신문 | 용인 비봉산 자락에 자리한 한택식물원은 66만㎡(20만 평) 규모로, 한국 자생식물 2400여 종을 포함해 1만여 종을 품고 있는 국내 최대 식물원이다. 1979년부터 이택주 원장의 헌신으로 조성되어 2003년 개원했으며, 2001년 환경부로부터 ‘희귀·멸종위기식물 서식지외 보존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국가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시설이 ‘사립’이라는 이유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현실은 대한민국 식물 자원 보존 시스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택주 원장은 개인의 부귀영화를 뒤로하고 50년간 한국 자생식물을 위해 헌신했다. 그의 노력으로 한택식물원은 식물 유전자원 보존, 연구, 환경 교육 등 공익 기능을 수행하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곳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그 가치를 인정한 바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중요성을 인정한 시설이 ‘사립’이라는 낡은 잣대에 묶여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직무 유기이다. 이는 국가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택식물원은 심각한 재정난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6만㎡의 방대한 면적에 비해 식물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 부담은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선진국들은 식물 자원을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국가나 기업이 식물원을 운영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종자전쟁 시대에 한택식물원에 대한 지원은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같다. 국가적 차원에서 식물 자원 보존은 단순히 식물 보호를 넘어선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생식물의 보존과 연구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할 대통령과 새 정부는 한택식물원의 공익적 가치와 국가적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한택식물원이 위치한 용인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용인시는 단순히 현행법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과감하고 혁신적인 노력으로 한택식물원을 지원해야 한다. 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의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교육 공간을 지키는 선도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운영비, 인건비 지원은 물론, 세금 부담 경감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식물 자원 보존 및 연구라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장기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택식물원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연구하며, 미래 세대에게 환경 의식을 함양시키는 중요한 교육의 장이다. 86세 고령에도 한택식물원을 세계적인 수준의 생태 교육 및 연구 센터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이택주 원장의 염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국가와 용인시가 응답할 차례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한택식물원이 제 기능을 다하고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과감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