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우리 사회 주거 사다리의 하나로 매우 중요한 축이다. 끝없이 치솟는 집값과 금리 부담 속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안정된 거주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에게는 단순한 ‘집’을 넘어 ‘삶의 기반’인 주거복지 마지노선이다.
용인시 처인구의 1950세대 삼가2지구 사업 역시, 이러한 공적 가치를 실현하며 지역의 고질적인 주택난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난 5년간 철저히 부서졌다. 이미 완공된 아파트는 진입로가 없다는 기본적인 문제로 텅 빈 유령 건물처럼 도시의 흉물로 방치됐다. 이 기나긴 표류의 시간은 단순히 기회비용의 손실을 넘어, 사업에 참여한 모든 주체의 책임감 부재가 빚어낸 예고된 결과물이었다. 이 물리적 정체는 프로젝트를 이끈 핵심 주체들의 정신적, 제도적 정체를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수 있다.
가장 큰 책임은 300억 원대 부채와 상습 세금 체납 상태에서 핵심 의무였던 진입로 확보조차 이행하지 못한 시행사인 서림도시개발에 있다. 이는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5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공적 지원을 받은 사업자로서의 공적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 하지만 책임의 화살은 시행사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막대한 국민의 기금으로 사업의 안정성을 보증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역할론 역시 도마 위에 오른다. HUG 보증의 핵심은 바로 이런 사업 위험을 관리하는 것인데, 프로젝트가 5년간 마비되는 동안 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정상화를 유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리·감독의 최종 책임을 진 용인시의 행정력 또한 시험대에 올랐다. “법적으로 승인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용인시의 입장은 행정 절차의 한계를 토로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시민이 행정에 기대하는 것은 법 조항의 소극적 해석이 아니다. 시민의 자산과 주거 안정이 명백한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절차 뒤에 머무는 것은, 결국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시민의 불신을 키우는 ‘책임의 외면’으로 비칠 수 있다.
이제 삼가2지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마지막 갈림길에 서 있다. 이 모든 문제와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렴한 서민 주택 마련의 기회를 손꼽아 기다려온 수많은 예비 입주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폭탄 돌리기’식의 입주 강행이 아니다. 용인시가 중심에 서서 시행사의 채무 문제를 투명하게 정리하고, 추가 사업비에 대한 부담 주체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행정 편의를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 보호라는 본질적 책무를 다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푸는 유일한 길이며, 더 이상의 시민 피해를 막고 사업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다. 용인시의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