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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그리움 베리에이션ㅣ이 경 철


그리움 베리에이션


이 경 철



별거 아니에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거

꽃이 피고 꽃이지는 거 별거 아니에요

가뭇없이 한 해가 가고 또 너도 떠나는 거

 

별거 아니에요

바람 불고 구름 흘러가는 거

흘러가는 흰 구름에 마음 그림자 지는 거

마음 그림자 켜켜에 울컥, 눈물짓는 거

별거 아니에요

 

그런데 어찌 한데요

텅 빈 겨울 눈밭 사각사각 사운거리는 저 갈대

맨몸으로 하얗게 서서 서로서로 살 부비는

, 저 그리움의 키 높이는 어찌 한데요

 

해가 또 가고 기약 없이 세월 흐르는 건 별거 아닌데요.

 

이경철의 그리움은 우주의 운행 위에 있다. 우주의 운행으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어서 별거 아닌 것이고 사계가 오고 가는 것 또한 늘 그런 것이어서 별 것 아닌 것이다. 그럴진데 사계 위에서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별 것이겠는가.


그에게는 삼라만상이 별 것이 아니다. 바람 부는 것이 별 것 아니고 구름 흘러가는 것이 별 것 아니다. 그러니까 흰 구름에 마음 그림자 지는 것, 마음 그림자 켜켜에 울컥, 눈물 짓는 것이 별것 아니라고 노래하지만 눈물짓는 것이 이미 별 것이다. 왜 울컥, 눈물짓는 걸까. 사랑 때문이다.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눈물짓게 하는 것이다. 삼라만상이 별 것 아닌데 사랑이, 그것도 헤어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눈물짓게 하는 것이다.


아니다. 여기서 그리움의 대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독단이다, 이경철의 그리움의 대상은 역사일 수도 있고 통일일 수도 있고 동족일 수도 있다. 아날로그 시대 일 수도 있고 젊은 날의 초상일 수도 있다.


텅 빈 겨울 눈발 사각사각 사운거리는 저 갈대는 시인 자신의 은유다. 갈대에 의탁해서 그리움의 크기와 높이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갈대는맨 몸으로 하얗게 서서 서로서로 살 부비그리움의 키 높이를 키우는 것이다. 사운 댈수록, 몸 부빌수록 그리움은 커질 것이고 상처는 덧날 것이다. 결국 상처의 힘으로 한 시대를 견딜 것이고 한 사랑을 완성 할 것이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