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매년 나만의 시상식을 연다. 티비에서 하듯이 올해의 영화, 올해의 음악 등을 선정하고 상을 준다. 올해의 깨달음 / 후회 / 공간 / 인물 등 35개 정도의 부문이 있다. 새로운 부문이 생각나면 추가한다. 그렇게 3년쯤 되었는데 비교해보는 맛도 있다. 나만의 시상식를 하면 올해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졌고, 영향을 받았고, 누구를 만났는지 정리가 되어서 좋다. 연말이 되면 한해를 잘 산건지 모르겠어서 우울했는데, 몇년 전부터 시상식을 하기 시작하고는 마음이 괜찮다. 일년은 지나갔고, 작은 성취와 행복의 시간을 돌아본다. 기억은 적어두고 잡아두지 않으면 휘발되니까 새해에도 꾸준히 살아보자!
[용인신문] 웃는 얼굴. 나는 웃는 게 예쁜 사람이 좋다. 누구나 웃음을 머금으면 인상이 바뀐다. 웃음이 헤픈 사람이 좋다. 별것 아닌 일에도 크게 웃는 사람이,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웃긴 사람이 좋다. 웃을 때 입모양이 바뀌는 사람도 보조개가 생기는 사람도 눈이 예쁘게 접히는 사람도 좋다. 서로를 바라보고 웃을 수 있는 것이 좋다. 시시덕 거리면서 깔깔대며 살고 싶다.
[용인신문] 오늘은 집에 들어왔는데 따스한 기운이 훅 밀려왔다. “아! 보일러 안 끄고 갔구나…” 하면서도 작년 이맘때가 생각났다. 작년엔 추운 겨울을 보냈다. 처음 독립하고 나야 하는 겨울 가스비가 무서웠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춥게 지냈다. 방바닥을 시리게 하고 잔뜩 움츠리고 지내니 몸도 마음도 추운 날들이었다. 올해는 더 따듯하게 지내기로 했다. 요새는 사람 만나는 걸 줄이고, 조금 더 자고 집에 있는다. 이번 겨울엔 어디 가지 않고 집이랑 친해질 것이다. 겨울은 힘을 비축하는 기간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은 봄을 기다리면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잎사귀를 다 떨구고, 내실을 다지면서 동안거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지.
[용인신문] 올해는 내 시간이 소중해서 어디에 시간을 쓸까 고민하며 한해를 보냈다. 어떤 것보다 귀한 건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어떤 사람이랑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그제야 그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깨닫는다. 내 시간을 언제든 낼 수 있는 사람. 힘들다고 하면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사람. 지난 번엔 어떤 친구가 자기는 예고되지 않은 전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기꺼이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시하는 친구라 그 말이 더 고마웠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니까, 이왕이면 질이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용인신문] - 위로: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위로의 뜻에는 조언을 주라는 말은 없다. 상대의 괴롭고 슬픈 마음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지. 때로는 아무 말도 필요치 않은 날들이 있다. - 최선: 온 정성과 힘. 최선은 온 정성과 힘을 들이는 일이다. 부족할지라도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 마구,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서 하는 일. - 경청: 귀를 기울여 들음. 귀를 기울인다는 말도 참 시적이다. 기울인다는 것은 그쪽으로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간다는 것인데 중심이 내가 아니라 상대가 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판단하려 하지 않고 온전히 그대로 듣는 것.
[용인신문] 그림을 그리려고 노트를 펴면 멍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땐 내 앞에 있는 풍경을 그리곤 한다. 잘 그리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물건을 관찰한다. 공간드로잉을 할때는 다 그리려 하지 않고 세가지 정도를 정한다. 좋아하는 작가님이 자주쓰는 방법이라고 그랬다. 주인공을 하나 정하고, 조연을 둘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대상을 뚫어지게 쳐다보게 된다. 그림엔 담기지 않더라도, 이 나무는 이렇게 생겼구나, 잎이 이 각도에서 보면 이렇게도 보이네? 평소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정보들이다. 그래서 나는 드로잉을 권하고 싶다. 드로잉을 하면 어떤 장소나 순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림은 그 이후에 남는 것일뿐. 그리는 동안 느려지는 시간을 경험해보길!
[용인신문] 요새는 민망하다 머쓱하다 곤란하다와 같은 말들이 좋다. 기쁘다 좋다 행복하다 즐겁다 말고도 나에겐 다양한 감정들이 있는데 그런 말이 나오는 글은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잘 들여다보고 쓰는 고백과 같은 말들. ‘해사하다’와 같은 말들을 수집하고 싶다. 잘 쓰지않는 우리말을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때면 어찌나 반가운지. 말은 듣고 이해하는 것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뱉는 것이 다르다. 꼼꼼히 고른듯한 단어를 쓰는 사람을 보면 말을 수려하게 하는 사람보다 호기심이 간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혹은 더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찾아 헤메는 사람이다. “이 단어보단 저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 작은 다름을 꼼꼼히 챙겨서 고민끝에 내뱉는다. 말을하다 멈춰서 언어를 고르기도 한다. 나도 그들처럼, 사진에 보이는 수많은 책갈피들처럼 다양한 단어로 나를 표현할수 있었으면!
[용인신문] 좋아하는 것에는 물든다.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된다. 그래서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는 일은 내 안의 무언가를 바꿔놓는 일이다. 이 장면은 소녀가 무언가에 반한 순간 소년이 다시금 소녀에게 반하는 장면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내가 가진 모든 귀한 것들을 주고 싶어진다. 밥 잘 먹었으면, 아프지 않았으면, 나의 세계가 상대방을 포함하게 된다. 그전까지는 나의 안온함만이 중요했다면 상대의 상태가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게 참 귀한 경험인 것 같다. 사랑을 할수록 나의 세계는 넓어지므로, 때론 더 아프기도 하지만 더욱 기쁘기도 하다. 그래서 허무의 반대는 다정이고 사랑이다.
[용인신문] 고등학교의 기억이 꼬박꼬박 생각난다. 이제는 졸업한지가 더 오래인데 여전히 생생하다. 학교다닐 때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벚꽃이 피면 벚꽃을 보려고 큰 창 앞에 앉아 밥을 먹었고, 더운 여름에는 땀을뻘뻘 흘리면서 축구시합을 했다. 하늘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땡땡이 치고 평상에서 낮잠을 자고 싶었다. 겨울에 수업하고 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그날 수업은 끝이었다. 달려나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선생님들은 막을수 없었다. 밤엔 별보러 나가서 친구랑 깊고 진솔한 이야기를 하곤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러 나갔다. 그 기억들이 여전히 힘들때 위로가 되어준다.
[용인신문] <모험가 장진하의 좌충우돌> 차분한 마음 최근 한 달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지냈다. 새로 시작하는 일을 잘 해내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데 몸이 아파 원하는 만큼 움직이지 못했다. 마음이 괴로웠다. 잠을 자도 해야할 일들이 자꾸만 꿈에 나왔다. 그래서 자면서도 바빴다. 부담감에 자꾸만 미루게 되었다. - 오늘은 일어났는데 왠지 결연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고 그걸 하나씩 하면 돼!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 의자에 앉아 숨을 내뱉을 때마다 내려놓고 싶은 것을 말했다. 통제 욕심 과도한 책임감 부담감 걱정이란 말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들숨을 쉬며 말했다. 감사 자족감 평온함…. - 그리곤 차분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너무 들뜨지도, 그렇다고 가라앉지도 않은 마음.
[용인신문] 요즘은 더 잘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면의 소리도, 외부의 소리도. 평생 듣기보단 말하기에 더 에너지를 써왔는데. 그렇다면 잘 듣는다는 것은 뭘까. 한마디 보태고 싶어도, 참는 거, 감정을 찾아주고, 그대로 인정해주는거,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는거, 듣고 생각하는 거. 마음을 열고 들으면 날카로운 말도, 톡 쏘는 말도 받아들일 수 있다. 저사람이 무슨 마음으로 이 말을 하는 걸까 생각하면 들어줄 만하다. 각자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비슷한 말을 하고 있을때도 많다. 상처를 주기 위해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하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용인신문] 오랜만에 한강에 갔다. 한 주 만에 가을 느낌이 물씬 난다.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잔디밭에서 또치가 지칠 때까지 공을 던져주었다. 난 뛰지 않는데 내가 먼저 지칠 뻔했다. 봄과 가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므로 부지런히 나들이하러 다니지 않으면 놓친다. 나들이하러 갈 짬이 나지 않으니 더 자주 걸어야겠다. 이번 가을은 천천히 흐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