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처인구 마평동 경안천 변에 문을 연 '숨 갤러리'(대표 신경옥·서양화가).
숨 갤러리는 지난 4월에 오픈한 뒤 지속적으로 초대전을 개최하면서 용인지역 미술인들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83㎡(25평) 규모의 아담한 갤러리는 아늑하면서도 창밖으로 경안천이 흐르고 있어 힐링을 덤으로 주는 멋진 공간이다.
시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일반 관람자들도 오가기가 편해 앞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그림 감상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화가인 신경옥 대표는 “제 입장에서 기존 전시 공간들이 너무 크거나 외진 곳에 있어 사용하기가 좀 불편했어요. 서울은 전시장 대여비도 비싼 편이고 직장을 가진 작가들이 전시장을 지키기도 힘들어 갤러리를 마련하게 됐어요. 저희 갤러리는 저렴하고 현수막과 포스터를 제공하며, 특히 1층이 제 사무실이어서 작가가 전시장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 대표의 깊은 사려가 깃들어 있는 숨 갤러리는 작가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자들을 배려한 점도 돋보인다.
신 대표는 “저희 갤러리가 도심 속에 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오가면서 작품도 감상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어요. 입장료는 무료이고 작품 구경하면서 차 한 잔 할 수 있도록 차와 테이블을 준비해 놨으니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올해까지는 작가들에게 전시장을 무료로 대여할 계획이다. 현재 용인지역의 미술인과 사진작가 등 전시 공간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신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한결같은 소원이던 화가의 꿈을 이룬 뒤, 이제 자신의 건물을 짓고 그곳에 갤러리(2층)와 작업실(3층)까지 종합적으로 갖춘 보기 드문 미술인이 됐다.
“사실 갤러리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항상 그림 그리는 것을 응원해주던 남편이 갤러리를 선물해줬어요."
건물 1층은 간호학과를 나온 신 대표의 사업체인 신경옥요양센터 사무실이다. 3층 건물 전체를 혼자서 사용하고 있다.
신 대표는 평생 화가의 꿈을 가지고 살았다.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화가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초지일관 화가가 꿈이었고,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반 활동을 열심히 하던 터라 미술 선생님도 당연히 미대를 권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대 진학 대신 간호학과를 지원해 의료인으로 지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 순간 미술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30대 초반부터 다시 미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손에서 놓았던 붓을 잡은 그녀는 행복했다.
"그림은 항상 나한테 숨쉬는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화실에 가면 기뻤고, 상처를 치유받는 느낌이었어요."
30여년을 화실을 다니면서 그림을 배웠다. 마침내 2년 전 독립을 했고, 이제 어엿하게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에 '옹이'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첫 개인전에서 '코끼리' 시리즈를 선보였던 그녀는 이제 나무 옹이에 자신의 생각과 삶을 투영해 옹이 연작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늘 바쁘게 일하는 엄마로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깊은 사랑을 겉으로 표현해 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려 미안한 마음을 코끼리 모자의 사랑을 통해 표현했었죠. 어미 코끼리의 새끼에 대한 사랑을 보면서 반성했고, 엄마도 표현을 못했을 뿐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엄마가 너희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될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멋지게 커라. 재밌게 놀아라. 이런 뜻을 담았죠. 옹이 연작은 천년 고목을 보다가 고목들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생각하면서 그리게 됐어요. 비록 상처가 있지만 상처를 딛고 빛날 수 있으며, 마침내 거대한 나무로 자라서 뿌리를 깊이 박고 단단히 설 수 있다는 생각을 표현하고자 했죠. 마치 내가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나의 삶을 보는 것 같았어요.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그 무엇이라고 할까요. 나의 생각, 삶, 경험들을 나무에 담았어요. 내가 살면서 느꼈던 마음의 상처가 아물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직업적 성취 등으로 이어지는 나의 성장 과정이 투영돼 있어요.”
소나무, 모과나무, 올리브나무 등 무수한 나무를 대하면 작품이 떠오른다는 신 대표는 7월 8일부터 7월 18일까지 용인정신병원에서 개최되는 제 7회 초대 개인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숨을 쉬어야 살잖아요. 바쁘게 살다 보면 휴식도 필요하고, 숨 쉴 공간도 필요하잖아요.”
숨 갤러리는 작가도, 일반 시민들도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림을 대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생명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