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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와 학교 밖 청소년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학력을 검정하기 위한 시험인 검정고시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 때 시행된 전문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지금의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이다. 8·15해방 이후 대한민국 문교부에서 독학한 사람들에게 상급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검정고시를 실시하기 시작하면서 검정고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현재 각 시·도의 교육청 주관으로 시행되고 있는 검정고시에는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가 있다.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는 초등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는 중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고등학교졸업학력검정고시 합격자는 고등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게 된다. 1950〜90년대까지만 해도 과락 40점 없이 9개 전과목을 합격해야 졸업 학력을 인정받는 검정고시를 응시자가 합격하기 쉽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때 전문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저명인사를 문인 중심으로 살펴 보면, 소설가이자 서울대 국문과 교수였던 전광용, 시인이자 고려대 국문과 교수였던 조지훈, 소설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이병주 등이 있었고, 8·15해방 이후 검정고시에 합격한 저명한 문인으로 소설가 송영, 소설가 이문열, 시인 김남주,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이윤기 등이 있다.

 

일부 대학과 교육대학에서 대학입시에서 검정고시 합격자를 차별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춘천교대를 비롯한 교육대학 수시모집에서 검정고시 출신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몇 해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검정고시 출신자들은 수시모집에 응시할 수 없다는 교육대학의 입시요강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고등교육법, 초·중등교육법이 검정고시 출신자에게 고등학교 졸업학력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응시자격 요건을 자의적으로 제한해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헌법소원 청구의 이유를 밝혔다. 검정고시 출신자들의 교육대학 수시입학 제한은 일종의 낙인찍기로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헌법재판소는 서울교대 등 11개 교육대학이 수시모집에서 학생부를 필수로 제출하게 한 것은 검정고시 출신자 차별이라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국땅에 검정고시 출신이 국무위원·국회의원은 물론 헌법재판소장도 하고, 국무총리도 하고, 대통령도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규 교육기관의 궤도에서 벗어난 청소년들 가운데 꿈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검정고시를 통해 그 꿈을 펼칠 수 있다.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⓵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독학으로 교과 과정을 이수한 사람, ② 영재로 정규 교과 과정을 건너뛰기 위해 응시한 사람, ③ 내신 성적 등의 문제로 정규학교를 이탈한 사람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전국적으로 5만 명이 넘는다. 고교학점제 시행 등으로 인해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난망하게 된 청소년들이 다니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10만 명 용인특례시민들 가운데 다니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리라 추산된다.

 

지난 해 「용인신문」에 문화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용인문화재단과 용인문화원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용인 역사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세계적 반도체 도시 용인 건설’이라는 큰 담론만큼이나 ‘학교 밖 청소년 대상 용인 역사 탐방’이라는 작은 담론도 때로는 우리에게 작지 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