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3500억 달러를 현찰로 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짜는 일단 막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3개월여를 끌어온 관세 협상을 매듭지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0억 달러는 매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10년에 걸쳐 투자한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MASGA로 명명된 미국의 조선업에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투자하는 한편 투자기업의 융자나 대출을 정부가 보증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울며겨자먹기식이지만 미국의 깡패짓에 맞서 우리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통이 터진다. 언제까지 미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굴욕을 감내해야 하는지 실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경주 APEC은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열렸고 국민의 관심은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에 쏠렸다. 결과는 이재명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고 일단 소나기는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9년 1월 20일 정오에 종료된다. 트럼프는 2028년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미
용인신문 | 권성동 의원이 수감되었다는 소식에 당사자는 억울함을 토로할지 모르나, 이를 자업자득이라 여기며 통쾌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의 수감은 어떤 면에서 그가 보여준 ‘의리’의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가 주군으로 모시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먼저 옥고를 치르고 있으니, 그의 오른팔을 자처하던 이가 그 뒤를 따르는 것이 어쩌면 그들 세계의 논리일지 모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은 익숙하지만, ‘친구 따라 감옥 간다’는 말은 실로 생소하다. 검사들이 흔히 쓰는 ‘피의자(被疑者)’라는 말이 있다. 범죄 혐의로 의심받아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이란 뜻이다. 평생을 권력의 정점에서 남을 단죄해왔을 그들에게 피의자라는 신분은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어제의 준엄했던 칼날이 오늘의 자신을 겨누는 형국이니, 역사의 심판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업보(業報)는 피해 갈 수 없었던 모양인지, 결국 두 사람 모두 나란히 감옥행 열차에 오르는 신세가 되었다. 그들의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실로 ‘창대’했다. 한밤중에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었다. 고교 선후배 몇몇이 모여 꾸
·용인신문 | “가뭄은 지도자의 거울이다.” (Drought reveals the quality of leadership.) 물이 귀한 아프리카 케냐의 속담이다. 절묘하다. 올여름 강릉을 덮친 상수원 부족 사태를 미리 예견한 듯하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물 천지 즉 바다인 도시, 강릉은 아이러니하게도 단수에 가까운 급수 제한을 겪었다. 음식점은 물론 학교 급식이 중단되고, 공공기관 화장실이 폐문됐다. 하필이면 한철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에 말이다. 상수원이 다르고 백두대간 너머의 일이지만, 이 일이 용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단정할 수 있을까? 아니다. 만약 비슷한 사태가 수도권에서 벌어진다면 피해는 용인만이 아닐 것이다. 팔당호를 상수원의 80% 이상 의존하는 용인을 비롯, 서울과 인천, 수원·평택·하남·남양주·광주·화성 등 수도권 도시들, 즉 이 나라 인구 절반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물은 단순히 마시고 씻는 생활용수에 그치지 않는다. 용인에 들어설 거대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생각해보자.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상징이지만, ‘물’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산업이다.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약 8000 리터.
용인신문 |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당파성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그러나 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다. 햇살과 물, 흙과 손길이 모여야만 제 빛깔을 드러낸다. 선거 역시 그렇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국민의 참여에 있고, 참여는 질문과 검증을 통해 완성된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남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장은 권력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새겼다. 참여가 멈추면 권력은 비어 있는 의자처럼 아무나 차지할 수 있고, 검증이 멎으면 민주주의는 간판만 남는다.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텅 빈 제도, 그것이 검증을 잃은 민주주의다. 대한민국 정치의 시간표는 4년 주기의 장(場)과 닮았다. 도시의 시장(市場)은 건물주가 주인이고, 농촌의 장시(場市)는 보부상들의 독무대였다. 앉은 장사는 신용으로 먹고살고, 떠돌이 장사는 말솜씨로 하루를 넘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장돌뱅이들이 5일마다 같은 장터를 찾듯, 장사에는 반드시 ‘다음’이 있다. 그래서 엉터리 물건을 함부로 팔 수 없다. 정치도 그러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고,
용인신문 | 1953년 프랑스의 소설가 장 지오노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50년 동안 양치기 노인이 프로방스의 알프스에서 꾸준히 나무를 심어 황량한 계곡을 풍요로운 녹색숲으로 변모시켰다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87년 캐나다의 영화감독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레데릭 백에 의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던 것을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림녹화 정책을 펴서 전국의 민둥산을 녹색숲으로 변하게 했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 전국에서 녹색숲을 밀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여 수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용인시도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단지와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수지구와 기흥구의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그나마 상당한 면적의 녹색숲을 보존하고 있던 처인구도 아파트단지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처인구 원삼면과 이동·남사읍에 들어서고 있는 반도체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가 얼마나 더 많은 녹색숲을 사라지게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용인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동주택단지, 전원주
용인신문 | 용인시는 이동·남사읍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을 장착하며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도’라는 원대한 비전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우리는 이 거대한 그림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 조각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할 때다. 그것은 바로 도시의 미래 가치를 담보할 핵심 인프라, ‘데이터 생태계’의 구축이다. 반도체가 AI 시대의 ‘두뇌’라면, 데이터센터는 그 두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과 같다. 최첨단 도시의 비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 디지털 심장이 원활히 박동해야 한다. 물론, 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거 기흥 지역에서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되었던 경험이나, 최근 죽전에서 벌어진 갈등 조정 과정은 우리에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일깨워준 값진 교훈이다. 이는 도시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겪는 자연스러운 성장통일 수 있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전자파나 생활 환경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며, 모든 도시 계획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제 기술이 시민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만큼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