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왕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은 백성들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권력을 쥐고 통치하는 것을 넘어, 백성들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는 이러한 본질을 망각한 왕들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수없이 보여준다.
서백 창, 훗날 문왕으로 추증된 인물의 이야기는 이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서쪽 지역의 제후로서 백성들을 아끼고 어진 정치를 펼쳤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존중하고, 현명한 이들을 가까이하며 백성들이 서로 땅의 경계를 양보할 정도로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이는 왕의 가장 큰 덕목이 백성을 향한 진심 어린 보살핌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하지만 당시 은나라는 폭군 주왕의 압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백 창은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고, 은나라를 무너뜨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덕은 많았지만 술수에는 능하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서백 창이 술수를 단순히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이를 백성의 마음을 얻는 과정의 일부로 활용했다.
그는 강태공을 얻는 과정에서 지혜로운 연출을 선보였다. 사전에 강태공과 만나 계획을 세운 후, 자신이 신묘한 꿈을 꾸었다고 백성들에게 알렸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꿈 이야기였지만, 사관을 통해 점을 치게 하고 그 점괘를 백성들에게 공표했다.
“얻을 것은 용도 아니요, 뱀도 아니요, 호랑이도 아니요, 큰 곰도 아닌 패왕을 보필할 신하이다”라는 점괘는 결국 강태공과의 극적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모든 ‘이벤트’를 백성들이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오래전이라 할지라도 백성들의 동의를 얻어내야만 통치자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의미다. 백성의 지지 없이는 어떤 왕도 권력을 유지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성의 동의 없이 제멋대로 날뛰다 버림받아 죽임을 당한 왕이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맹자는 이와 관련하여 걸왕과 주왕의 몰락을 이렇게 기록했다.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백성을 잃은 것은 백성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해 명확히 제시한다. “백성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할 것이며,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도 방법은 있나니 백성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하며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베풀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 말은 곧 왕의 역할이 백성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있음을 명확히 한다. 만약 백성이 원하는 것을 줄 능력이 없다면,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저 나라가 망한다거나 거덜 난다며 소리치는 자들은 무능하거나 왕의 자리에 오르지 말았어야 할 자들이다.
왕의 본질적인 임무는 오직 백성으로 하여금 태평성대의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도 없으면서 오직 권력만을 탐하는 자는 백성의 엄중함을 보여주기 위해 끌어내려야 한다.
새로운 왕이 등극했다면,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화합의 정치에 힘써야 한다. 백성들의 삶은 풍요롭고 평화로워야 한다. 왕이라고 해서 백성 무서운 줄 모르고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다가 백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특히 왕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항상 신중하게 사용하여 앞선 왕들의 교훈을 통해 현명하게 행사해야 한다.
왕의 권력은 백성을 위한 도구이지, 결코 왕 개인의 탐욕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이 간단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잊는 순간, 그 왕국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글의 내용들을 깊이 새겨 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리게 하는 진정한 리더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