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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행정력도 정치력도 죽어버린 ‘처인구’

 

[용인신문] 아름다운 전원을 자랑하던 처인구 곳곳에 물류센터(창고)가 흉물스럽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흥구와 수지구 역시 물류시설이 많지만, 오래전 택지개발을 계획하면서 대형물류단지까지 조성해서인지 그나마 안정감 있게 자리 잡았다. 현재도 도심지역에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엄청난 집단민원에 시달려야 한다.

 

그런데, 처인구에서는 조용한 난개발이 진행 중이다. 물류시설로 인한 제2의 난개발이다. 실례로 남사면 처인성 인근엔 국내 최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인근엔 대규모 쿠팡 물류센터를 비롯한 크고 작은 공장과 물류시설이 들어섰거나 계획 중이다. 용인시와 처인구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상전벽해라 아니할 수 없다. 고즈넉한 전원 풍경이 송두리째 사라진 후 거대한 문명사회가 건설 중인 곳이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도로정비라도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좁은 산골짜기까지 다양한 공장과 물류창고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포곡, 모현, 이동, 원삼, 백암면 등은 주요 도로변마다 도시경관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생각지 않은 듯 거대한 물류창고들이 들어서 있다.

 

처인구 지역은 80%가 녹지(임야)다. 처인구 경관을 일찌감치 망가뜨린 것은 바로 송전탑이다. 송전탑은 꼭 필요한 국가시설이기에 집단민원에도 불구하고 건설됐다. 다음은 물류시설이 난개발 원흉으로 떠올랐다. 물류시설 역시 국가산업 동맥을 잇는 주요시설이기에 꼭 필요하다. 다만, 시대에 맞는 첨단유통시설로 거듭나야 한다. 아울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중소규모의 물류시설이 난립하는 것보다는 계획적인 물류단지 건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처인구에 건설 중인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국제물류 4.0’만 보더라도 국지도 57번 연결이 불발되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류단지 건설용지(약 30여 만 평)는 용인 땅이지만 인허가권자는 경기도지사다. 대신 물류단지를 관통하는 국지도 57번 연결 주체는 국토부다. 자칫하면 용인시는 맥없이 행정 뒤처리나 해야 할 판이다.

 

처인구 주민들이 경강선 연장선에 이어 국지도 57호선까지 탈락한 데 대해 많은 허탈감을 호소하는 이유다. 처인구의 잇따른 개발 호재들이 수지구 난개발보다 더 심각한 난개발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인구엔 이미 공사 중인 아파트만도 수만 채다. 여기에 국제물류단지까지 들어서면 처인구가 자칫 제2의 난개발 지역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용인시와 처인구를 잘 아는 오피니언 리더나 공직자들은 “용인시의 행정과 정치가 모두 죽었다”고 말한다. 바꿔말해 지금보다는 행정력과 정치력이 뛰어난 지도자를 원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