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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 SK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음과 양’

 

[용인신문] 2019년 3월, 용인 처인구 원삼면에 SK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는 발표 직후 용인지역사회는 술렁거렸다. 땅 한 평 없는 일반 시민들까지 거리의 플래카드와 언론 홍보전에 엄청난 변화를 예감하기 시작했다. 실제 기자가 아는 몇몇 사람들과 일부 종중은 해당 용지 안과 밖에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농사꾼으로 평생 살다가 밀려나는 상황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무 정보도 없이, 혹은 개발정보 덕분에 투기성 농지를 취득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하루아침에 황무지 같은 자연녹지가 황금알을 낳는 땅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가상승으로 인생전환을 꿈꾸고 있을 것이고, 이미 땅을 싸게 팔아넘긴 원주민들은 분노와 울화가 치밀어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 관련 없는 시민들조차 투기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불의와 불평등에 분노한다.

 

기자가 LH 사태로 주목하는 곳은 처인구다. 이곳은 용인지역이 수많은 개발로 호황을 누렸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여전하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이 폭등해도 신규 아파트 외엔 가격 상승 폭이 거의 없는 곳이다. 공시지가는 꾸준히 올라서 세금이야 올라가지만, 고급 아파트는 아예 없다. 대부분 농가 주택이거나 난개발이란 욕을 먹으며 개발한 소규모 전원주택단지다.

 

같은 용인시 행정구역 안에서도 주민들의 건강과 질병 통계를 보면 처인구 주민들은 열악하다. 수지구는 장수 인구와 건강지수가 전국에서도 가장 높다. 반면, 처인구는 술과 담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도농복합시의 비애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처인구가 유일하게 2019년 SK반도체클러스터 사업 결정 후 지가상승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원삼면 지역과 토지주들에게만 해당된다. 이 또한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 그나마 처인구민들이 개발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용인시 세수 확대와 고용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때문이다. 마을공동체 붕괴와 자연환경파괴 등을 생각한다면 안타깝지만, 지자체의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기흥구 삼성반도체에서 들어오는 세수는 연간 3000억 원 규모다. 용인시 연간 예산을 3조 원으로 볼 때 무려 10% 수준이다. 그런데 SK반도체 클러스터는 연간 7000억 원~1조 원의 세수가 예상된다. 물론 예측이지만 기대효과는 현 용인시 전체 예산의 30% 수준이다.

 

LH사태로 부동산 적폐 청산 분위기가 한창이다. 개발의 흑역사로 점철된 용인지역에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사후약방문’격이다. 게다가 자본주의 입맛에 세팅된 개발지상주의를 쉽게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 잠시 들끓는 민심으로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씁쓸한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