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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벽제화원ㅣ박소란

 

벽제화원

빅소란

 

죽어가는 꽃 곁에

살아요

 

긴긴낮

그늘 속에 못 박혀

 

어떤 혼자 연습하듯이

아무도 예쁘다 말하지 못해요

최선을 다해

병들 테니까 꽃은

 

사람을 묻는 사람처럼

사람을 묻고도 미처 울지 못한 사람처럼

 

쉼 없이 공중을 휘도는 나비 한 마리

그 주린 입에

상한 씨앗 같은 모이나 던져 주어요

죽은 자를 위하여

 

나는 살아요 나를 죽이고

또 시간을 죽여요

 

박소란은 도시를 배경으로 섬세한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는 시인이다. 그녀는 사회적 약자와 시대적 아픔을 개성적인 어법으로 끌어안는다. 독자들이 그녀의 시를 즐겨 읽는 이유다.

벽제화원은 죽은 자를 위한 화원이다. 산자 들은 죽은 자를 위해 꽃을 바친다. 그러므로 벽제화원의 꽃들은 죽어가는 꽃, 혹은 죽은 자들 곁에 피어 있는 꽃이다. 죽은 자들의 영혼이 떠나고 나서 살아남은 자들이 혼자를 연습하듯이 그렇게 긴긴날 그늘 속에 못 박혀피어 있는 꽃이 벽제화원의 꽃이다.

벽제화원의 꽃을 두고 아무도 예쁘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꽃들도 사람처럼 생로병사의 길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벽제화원의 꽃은 사람이다. 최선을 다해서 병들어 떨어지는 꽃이어서 아름다운 사람인 것이다. 쉼 없이 공중을 휘도는 나비 한 마리는 사람을 묻고도 미처 울지 못한 사람의 은유다. 죽은 자를 묻고 난 사람은 얼마나 황망하고 애절하겠는가? 얼마나 떠난 자의 정에 그리워지겠는가? 나비에게 모이를 던져주는 일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벽제화원의 꽃은 나는 살아요 나를 죽이고/ 또 시간을 죽여요라고 말한다. 그 꽃은 죽음의 상징이니 그렇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