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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정수자 신작 시집

비의 후문

   
▲ 정수자 시인
“현오국사 탑비보다/ 먼 데까지 비추어주던// 절터 아래 살구나무집/살구 혼자 잘도 익어// 비구니 /눈망울만 같이/ 보송한/귓볼만 같이// 그 아래서 가출, 출가/아까시 잎새 따다 말고// 못가에 휘움 앉아/물 깊이나 헤다 보면// 폐사지/종그늘이 우는 듯/산밑이/ 섧게 은은했네”(‘폐사지 그늘’ 전문)

   
▲ 비의 후문
우리나라의 독보적 시조시인으로서 한국 현대시조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정수자씨의 신작 시집 ‘비의 후문’이 시인동네서 나왔다.

고은 시인은 “정형 평시조의 제한된 율격으로 이 같은 엄연한 무애의 표현을 하루하루 평상으로 사는 시인이 경이롭기만 하다. 자못 천지사방에 권하고 싶은 작품의 새 경지이다”고 했다.

장석주(시인) 평론가는 “이 시집의 시들은 정통 시조 율격에 충실하다. 정형시 양식이 요구하는 외재적 율격을 잘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픈 것들이 내지르는 고통의 신음에 호응하며 보듬고 패자의 고단한 삶을 품어 안는다”라고 하고 있다.

또 “정수자 시는 우리 시조 형식을 넘어서서 한국시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 보더라도 드높은 성취로 꼽을 만하다. 매인 데 없이 자유롭고 초월적 눈은 삶의 안 보이는 본질을 차분하게 관조 한다”고 하고 있다.

“허공을 찢으며 우는 기러기떼 발톱이여// 멀건 국물에 뜬 노숙의 눈발들이여// 한평생 오금이 저릴 저 강변의 아파트여”(‘슬픈 편대’ 전문)

이 시 풍경의 물질성 어디에도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이 시는 허무의 마음이 투사된 풍경이라고 하고 있다.

‘팽목항의 아침’ ‘슬픈 고무신’ 등 정수자 시인의 시에는 아픔이 있다. 기우는 것, 하염없는 것, 밀려난 것,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무너져 내린 것을 편애하고 기꺼이 그쪽에 선다. 또 시인은 남보다 그늘을 보는 시력이 뛰어나고, 아픈 쪽에 가담한다.

“저는 시를 쓸 때 역사적 인물들과 아픔을 많이 이야기 합니다. 또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슬픔과 아픔과 힘듦을 많이 표현합니다. 그런 아픔을 시로 녹여내는 것이 시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인 출신인 정 시인은 1984년 세종숭모제전국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했으며, 2003년 여성 최초로 거머쥔 중앙시조대상을 비롯해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동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올해의 경기시인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시집으로 ‘탐하다’, ‘허공 우물’, ‘저녁의 뒷모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