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용인문학 신인상』
총 341편 응모‘풍성한 열매’ 맺어
시- 고민정 <배드민턴>외 · 수필 - 장미숙의 수필 <지붕> 외 1편
용인문학회와 용인신문사가 공동 주관하는 『제13회 용인문학 신인상』 공모전 심사 결과가 발표 됐다. 지난 14일 저녁 용인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심사 결과, 해외를 비롯한 전국에서 공모한 작품들중 운문과 산문부문에서 당선작과 가작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3일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에서 개최되는 용인시 문학의 밤(약천문학제)행사장에서 열린다. 아울러 본지에 게재되는 당선작과 심사평, 그리고 당선소감은 11월말 발행 예정인 용인문학 18호에서도 볼수 있다.
<편집자 주>
■ 용인문학 신인상 심사평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용인문학 신인상 공모에는 전국에서 다양한 연령층과 다양한 장르에 많은 작품들이 접수되었다. 또한 일부 작품은 멀리 해외에서도 응모하여 용인문학 신인상의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응모 작품을 장르별로 정리해 보면 시 256편(동시 포함), 소설 48편, 동화 11편, 수필 24편, 희곡 2편 등 총 341편의 작품이 접수되어 예년과 비슷하였으나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 차가 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도 있어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운문 부문에서는 많은 응모 편수에 작가를 꿈꾸는 중고등학생부터 지긋한 연륜이 묻어나는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러한 삶을 미학적 언어나 철학적 보편성으로 구현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작품들이 많았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으로는 고민정(배드민턴 외), 김성진(망각 외), 박은정(다섯 살 1 외), 신동호(여의도 외), 이수민(아버지의 초상 외), 이승리(오렌지 마멀레이드 외), 이온희(선짓국 외) 등이 있었다. 이 응모작 중에서 심사위원들은 이온희, 이수민, 고민정의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이수민의「아버지의 肖像」은 가장 잘 읽히고 깔끔했으나 그것이 한계였다. 기성의 틀 안에 제 몸을 맞추어 넣어버리는 작법의 무난함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온희의 「선짓국」은 대상을 파고드는 체험의 치열함이 돋보였으나 맞춤법이라든지 감성 과잉이 그러한 장점을 상쇄시켜 버렸다. 그러나 ‘뜨거운 것에 몸을 던져 단단해져 간다’는 선짓국에 대한 표현에서 이 분의 가능성을 충분히 엿보고도 남음이 있었다. 결국, 고민정의 「배드민턴」을 당선작으로 내민다. 한 여자의 일상 행위를 통해 삶의 근원과, 그 너머 죽음의 문제를 자기만의 목소리로 톡톡 건드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산만함이 보인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투고 작품 모두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장 가능성이 많아 보였다.
산문 부문에서는 소설로 이정행(동자꽃), 조진선(살인자는 안녕하십니까), 최상순(나의 전화벨), 동화에서는 정미영(GG는 어디에), 수필에서는 홍정표(사이렌 외), 장미숙(지붕 외), 정재순(호상 외) 등이 최종심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 중에서 조진선, 장미숙의 작품에 주목했다.
오랜 논의를 통해 산문 부문의 수상작으로 장미숙의 수필 ‘지붕 외 1편’을 선정했다. 지붕이라는 소재를 저자의 어린 날과 연계하여 잔잔하게 풀어낸 점이 따뜻한 가족애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문체가 아름답고 질서정연하게 내용을 전개해 나간 점이 돋보였으며,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능력도 돋보였다. 또한 읽는 내내 가족을 향한 글쓴이의 따뜻한 심성이 엿보여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좀 더 내용을 보완하여 이야기를 끌어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가족의 위기나 이로 인한 어머니의 힘겨움이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된다면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지붕의 의미가 확연히 다가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선작과 가작의 사이에서 심사위원들의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최종 가작으로 하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조진선의 소설 ‘살인자는 안녕하십니까’는 사건을 흥미롭게 전개해 나가는 능력은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기본적인 작법의 미숙함과 깔끔하지 못한 문장, 그리고 작품 중간의 혼란스러움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호함을 준다. 필요 없는 문장이 너무 많은 것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역량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다시 한 번 도전하기를 권해보고 싶다.
끝으로 응모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치열한 응모가 치열한 글을 만들 것이라 생각하며 당선에 들지 못한 모든 분들의 노고가 작고 외로운 치열을 감행하고 있는 용인문학을 한층 성숙하게 만들어 간다는 말씀을 덧붙이며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응모했던 분들이 용인문학이라는 범주 안에서 문학의 길에 동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 김종경, 박후기, 이향란, 주영헌, 안영선, 손영란)
배드민턴
고민정
죽은 새 한 마리 떨어진다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그녀의 가슴께로 떨어진다
여자는 배드민턴 채로 힘껏
그 시든 새를 길어 올린다
툭- 튕겨 나오는 날개
갑자기 퍼덕이며 태양을 향해 날아간다
핑그르르 구겨진 날개를 펴고
부드럽게 비행하는 어린 새
이편에서 목련 한 송이 날아가고
저편에서 매화 한 송이 피어난다
젖가슴을 풀어헤치듯 허공에
퉁퉁 불은 몽우리를 터트리고
오래된 비행을 쏟아내는 늙은 주머니
네트의 이편과 저편 건너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한 점 구름처럼
날마다 좁혀져 가는 자궁의 꿈을
서로 위로하며 숨차게 달려온 시간
툭, 균형을 잃은 공이 곤두박질친다
꺾여버린 날개에 묻은 모래알갱이들
여자는 그것을 주워 툭툭 턴다
코르크에 박혀 단단히 굳어버린
가냘프고 나약한 깃을 다시 세울 때마다
탁, 여자가 다시 피어올린 눈시울엔
여리고 아름다운 것들이 함께 저물어간다
산 너머 붉은 황혼이 열기구처럼 퍼져간다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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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인천 출생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
스무 살, 대학교 MT 때였습니다. 함께 간 사람들과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수평선을 따라 늘어서 있는 동해가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고 놀았던 때였습니다. 문예창작 학도인 저는 글에도 여러 장르가 있음에도 유독 시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아무거나 시로 썼습니다. 새벽녘 골목에서 들려오는 가는 고양이 울음소리도, 아버지의 비에 젖은 발자국 소리도 다 시로 썼습니다. 그 당시 MT 때 학과 사람들끼리 치렀던 백일장에서도 시를 썼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선배가 제 시를 보더니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후배야 이건 시가 아니다, 이건 시가 아니니까 찢어버리자”. 썼던 시를 다시 읽어보니 그 선배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 그 자리에서 시를 쓴 종이를 찢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사람들과 숙소에서 술을 마실 때 그 선배는 멀리 바다 위에 떠있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저게 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오징어잡이 배의 전등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 선배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다. 저 중에는 분명 많은 불들이 중간에 꺼질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불을 밝히며 가는 사람은 푸르른 인생의 봄을 맛볼 것이다.”
당시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뭔가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시에 대한 열정보다 이력서에 매진하는 청춘(靑春)이 아닌, 취업준비생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누가 들으면 시와 시 아닌 것을 가르고, 그걸 찢어버리자고 했으니 낯 뜨겁게 들릴지 모를 대사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문학의 진정성을 토로하던 시간들이 소중한 추억으로만 묻혀버린다는 것이 가슴 한켠을 시리게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에게 가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달려온 곳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시심(詩心)을 발견하게 되어 기쁩니다.
지금은 호주에서 유학 중인 특별한 그 선배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미진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용인문학회에 감사드립니다. 숲을 가꿀 수 있는 열매를 주신 이시영, 안도현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 시의 주인공이 되어주시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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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고흥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제2회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우수상
제10회 동서커피문학상
수필부문 은상
참으로 오랜만에 떠난 가을여행이었습니다. 늘 마음으로만 다녀왔던 여행이라 설렘은 더욱 컸습니다. 짧지만 좋은 친구와 함께했기에, 또한 가을이 속속들이 들어찬 곳을 둘러보고, 가을바람을 가슴 속에 들일 수 있었기에 참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미련하나 기어이 고개를 쳐듭니다. 더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일까요. 그래서인지 여행은 또 다른 나를 만날 좋은 기회이지만 종결점이 아닌,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넓고, 보고 느끼며 가슴 속에 들여야 할 삶의 모습들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지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빈 가슴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의 세계 또한 무한하고 끝이 없음을 느낍니다. 다가가면 또다시 제자리처럼 실제를 보여주지 않는 글쓰기, 그래서 그 속에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슬픔과 즐거움도 있는 것이겠지요. 한 계단 올라섰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가도 올려다보면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해서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을 향해 오늘도 미약하나마 한 발짝, 두 발짝 떼어봅니다. 마치 갈 수 없지만, 너무나 가고 싶은 머나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듯이 그렇게 말입니다.
친구랑 함께 가을여행을 가던 날,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여행이 훨씬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메말라 있던 제 마음의 글 밭을 좀 더 열심히 가꾸어야겠습니다. 거름도 주고, 잡초도 뽑아 주고, 다독다독 품어주기도 해야겠습니다.
부족한 글에 생명의 혼을 불어넣어 주신 용인문학 신인상 심사위원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