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바닥 / 김박은경
오 년째 천장만 보던 분이
일어나 앉아 생일상 드시고
가문들 일견하시고
가셨다
남은 몸을 펼 때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났다
살얼음 걷는 일이구나 사는 일이,
그게 마지막 말이라 했다
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끝은 얼마나 빠르기에
물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나
욕창의 이부자리 쪽은 벌써
바삭하게 말라있다
사는 게 ‘살얼음 걷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결국 얼음장이 깨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대개는 유서 한 장 쓸 만한 마음의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떠난다. ‘흔적’도 없는 삶,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쁘게 사는 것일까. 100세 되던 해 스스로 음식을 끊어 영면에 든 스코트 니어링의 유서를 찾아 읽는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나는 자연스럽게 죽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라며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의학은 삶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니까.” 사는 일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다른 이의 유서를 읽자. 몇 초 동안일지라도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경건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