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잡음과 추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종시와 4대강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극에 달할 전망이다. 천주교와 불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미 반대성명서를 발표하고 집회를 하는 등 정치쟁점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교계 내부 문제는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면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사실여부에 따라서는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장선거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결과가 복병이다. 또 경기도지사 선거는 전국으로 확산된 무상급식 문제가 선거결과의 변수로 남아있다.
아울러 사건의 원인과 본질을 뛰어넘어 사형제 논란으로 쟁점화 된 김길태 사건은 조용히 사라진 느낌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도 각종 사건과 사회적 갈등· 반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때 우리나라 정치권을 한방 먹인 사건이 있었으니, 대화와 설득의 모범사례를 보여준 미국의 정치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통과시킨 의료보험법. 이 때문에 우리 정치권은 타산지석의 교훈을 삼아야 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오바마는 취임직후부터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거쳐 통과시켰다. 심지어 대통령 전용비행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탑승시켜 설득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싸움질만하는 우리의 정치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양국의 국민적 정서와 문화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몸싸움과 욕설로 얼룩진 우리 정치권이 본받아야 할 교훈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지적한바와 같이 우리나라도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해결해야 될 핫이슈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 국민적 합의는커녕 정치권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해 오히려 갈등과 반목만 커지고 있다.
뒤늦게 정치권이 대화와 설득의 정치를 표방하고 하지만, 국민적 신뢰를 얻기는 싶지 않아 보인다. 아직도 정치권은 정책대결보다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합종연횡에 목을 매고 있다. 한나라당은 미래희망연대와 합당을 결정하고, 야당은 지방선거승리를 위해 후보단일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동상이몽의 속셈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이렇듯 정치권이 지방선거의 본질을 망각한 채 또 다시 권력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하다. 지방선거가 진정한 지방자치의 일꾼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기 총선과 대권구도의 틀에 맞춘 공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군만 무려 11명이다. 상대적으로 민주당과 야당은 인물난에 봉착해 있다. 여야 모두 나름대로 공천심의기준을 만들고 있다지만, 정작 시민들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할지는 부정적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후보들의 면면을 유권자들이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여야 정치권이 모두 최선의 후보를 공천한다 해도 후보자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광역·기초단체장은 형식적인 선거방송토론회라도 할 수 있다지만, 나머지 지방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제공의 기회는 절대부족한 상태다.
결국은 지연· 혈연· 학연 또는 홍보물이 소수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것이고,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지정당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지방자치의 본령인 견제와 균형의 비율이 깨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물보다는 정당기호를 보고 선택할 확률이 높은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 철저하게 후보자를 검증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