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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신종 플루 대책 시급하다

14세기 중세 유럽사회를 붕괴시킬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던 흑사병. 당시 사람들은 흑사병이 왜 생기는지 몰랐다. 막연하게 거지, 유대인, 한센병 환자, 외국인들이 흑사병을 몰고 다닌다고 믿었다. 그래서 죄 없는 그들을 집단폭행하거나 학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흑사병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가 원인균이다. 이 균에 감염된 쥐의 혈액을 먹은 벼룩이 사람의 피를 빨면서 병을 옮겼다. 다음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글이다.

“매일 밤낮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어갔다. …… 역병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머지않아 온 땅이 묘지로 덮이리라. 나, 아그놀로 디 투라 또한 다섯의 아이들을 내 손으로 묻었다. …… 이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믿었다.”

흑사병은 14세부터 17세기까지 창궐했고, 18세기에도 이어졌다. 1940년에는 중국 동북부의 농안과 장춘에서도 발생, 731부대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럽, 중앙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서 창궐한 흑사병 희생자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망율을 기록했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희생자는 총 7500만 명에서 2억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유럽 인구의 절반이 감소한 셈이다. 1334년 중국 원나라 허베이에서 창궐한 흑사병은 인구의 90%를 희생시켰다. 얼마나 고약하고 무서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21세기 과학문명 시대에도 바이러스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엔 신종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신종 플루는 사람 · 돼지·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혼합된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다. 2009년 4월 멕시코와 미국 등지에서 발생한 뒤 아메리카 · 유럽 · 아시아 대륙의 여러 나라로 확산중이다.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도 신종 플루 감염자 사망소식이 잇따라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신종 플루는 각 정부 역량이나 의료체계에 따라 사망률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유행병 예고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허둥지둥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으니 안타깝고도 한심할 따름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제라도 예방과 치료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자칫 신종 플루가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이미 개발된 만큼 적절한 대책을 신속히 세워야 한다. 예방책만 잘 세워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게 신종 플루이기 때문이다.

국내 사망자 발생 후 보건복지가족부는 뒤늦게 벨기에 제약사를 찾아 신종 플루 백신 300만 도즈(1회 접종분)를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접종은 오는 11월이 되어야 가능하고, 국내 생산 분까지 다 합쳐야 수혜자는 연내 500만 명밖에 안된다고 한다. WHO 권고 사항인 의료, 방역 요원, 임신부, 6개월에서 6살까지 영유아들도 다 못 맞는 실정이다.

다행히 현재 신종 플루는 전염병 위기 경보 상태다. 만약 심각으로 올릴 경우 주요 행사 전면 취소 같은 강력한 격리 정책도 불가피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학교를 비롯한 군부대 등 집단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감염자에 대한 신속한 진단과 격리 대책 등 실질적 피해대책 수립은 물론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진료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보건당국이 추정한 것처럼 자칫 수만 명 사망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