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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 어둠의 날들 / 몰아치는 눈보라 견디고 피어나는 의지입니다. / 몇 번이나 죽음의 마루턱 / 몇 번이나 그 마루턱 넘어 / 다시 일어서는 목숨의 승리입니다. / 아 당신은 우리들의 자유입니다. 우리입니다. // 당신은 민족통일입니다. / 미움의 세월 / 서로 겨눈 총부리 거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 / 그 누구도 바라마지 않는 것 / 마구 달려오는 하나의 산천입니다. / 아 당신은 우리들의 평화입니다. 우리입니다. // 당신은 이제 세계입니다. / 외딴 섬 아기 / 자라나서 겨레의 지도자 겨레 밖의 교사입니다. / 당신의 고난 당신의 오랜 꿈 / 지구의 방방곡곡 떠돌아 / 당신의 이름은 세계의 이름입니다. / 아 당신은 우리들의 내일입니다. 우리입니다. / 이제 가소서 길고 긴 서사시 두고 가소서.”

고은 시인이 쓴 故 김대중 대통령 추도시 “당신은 우리입니다” 전문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세계적 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향년 85세로 서거했다. 역사의 파노라마를 한 생애에 고스란히 반영시켰던 큰 별. 그 역사의 주인공을 떠나보내는 국민들의 마음은 정치노선을 떠나 모두가 안타깝고 침통할 따름이다. 시인들은 험난했던 역사의 짐을 훌훌 벗어던진 그의 생애에 마지막으로 문학의 면류관을 씌우고 있다.
故 김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자신의 몸을 던져 민주화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가 되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화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아, 한 시대가 가셨구나 / 아, 한 사람이 가셨구나 // 한 시대가 한 사람을 떠메고 가셨구나 / 한 사람이 한 시대를 떠메고 가셨구나 / 파란 많은 시대를 / 곡절 많은 시대를 / 피비린내 진동하던 야만의 시대를 / 훌훌 떠메고 가셨구나 (…하략…)”

백무산 시인의 “민주주의여 슬퍼하라! 그리고 우리를 다시 광장에 서게 하라”의 일부분이다. 그의 역사는 민주주의였다. 그러나 역사의 물결은 끝없는 준령(峻嶺)을 타고 넘는 법.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화해가 또 다시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황무지를 일군 것이기에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한 가 보다.

정희성 시인은 “서둘러 그대를 칭송하지 않으리 / 이승의 잣대로 그대를 잴 수야 없지 / 그대는 나에게 한이고 아쉬움 / 이 아쉬움은 아직도 죽지 않고 /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지만 / 그대는 처음 죽는 사람도 아니고 / 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 / 이미 여러 번 살해당한 사람 (…하략…)”

그에게 죽음은 벌써 그 옛날 수없이 왔다갔을 것이고, 이젠 죽음이 아닌 안식의 날을 맞이한 것이리라. 마지막까지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며 떠나야 했던 당신은 어쩔 수 없는 이 땅의 어버이요, 큰 지도자였음을 어찌 부정하리오. 불현 듯 6.15남북공동선언이 생각난다.

“백두대간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 7000만 한겨레가 신 새벽 해 오름에 눈 맞췄다. / 반세기 이별에 울다 지쳐 말라버린 / 기다림의 눈물은 더욱 뜨겁게 쏟아졌다. / 꽃물결 함성으로 출렁이던 그 날은 / 이 땅에서 스러져간 모든 생명까지 흔들어 깨웠다. // 그렇게 쉽게 무너져 버릴 것을 / 55년 분단의 벽이 그렇게도 두터웠던가 / 그들이 마시던 붉은 포도주만큼이나 / 진하고 향기롭게 취하던 그날 / 냉전종식과 민족평화의 개막을 알리던 그날 // 백두대간의 대동맥은 / 삼천리금수강산을 휘휘 돌아 / 지구촌 저 끝까지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렸다. // 이제 7000만 겨레는 한 핏줄 새 생명을 잉태했다 / 보란 듯이 자신 있게 통일의 씨앗을 뿌렸으니 // 가자 가자 함께 가자 / 마지막 냉전의 섬에서 피어난 꽃물결 따라 / 한라에서 백두까지 / 한민족 통일의 대장정을 다 함께 떠나자.”

당시 기자가 6·15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썼던 시 ‘그날’의 전문이다. 묻어두었던 졸필이라도 꺼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