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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의 정체성 확립의 길은

용인의 정체성 확립의 길은
오래 전부터 용인지역 문화유적지를 돌아보면서 기자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석축 원형이 많이 남아있는 ‘할미산성’이었다. 언젠가는 한 여름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할미산성을 둘러봤고, 비를 피해 산불감시탑 밑에서 커피를 마시던 추억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가을엔 잘 여문 알밤이 산성위로 쏟아져 산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용인의 산수이야기’ 저자인 이제학 선생을 중심으로 만들었던 ‘모임仙’이 산행의 주인공이었고, 그렇게 2년쯤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다 보니 웬만한 용인의 산하는 거의 다 돌아볼 수 있었다. 그때서야 용인의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 중에서도 ‘석성산’과 ‘할미산성’, 그리고 ‘처인성’이야말로 진정한 용인의 보배임을 깨닫게 됐다.

석성산은 용인의 진산으로 예로부터 국가의 중요 통신수단이었던 ‘봉화대’가 있었던 곳이다. 아직까지 성곽 흔적들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옛 봉화대 역할을 하는 군 통신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석성산에서 내려와 영동고속도로를 건너면 바로 ‘할미산성’에 오를 수 있다. 인근 기업체의 토지가 포함되어 있던 탓인지 사람들의 출입이 많지 않았고, 천년이 넘는 세월에 성곽은 많이 무너져 내렸지만 흔적만큼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곳도 예비군 훈련을 위한 방공호가 곳곳에 파여 있어 예나 지금이나 군사요충지로 적합했던 곳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자는 본지를 통해 수차례 향토문화유적지 지정과 복원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역사의 기록으로 검증된 곳은 ‘처인성’이다. 고려시대 승장 김윤후가 처인부곡민을 이끌고 잔악무도했던 몽고군의 적장 살리타이를 살해했던 바로 그곳. 처인성은 용인신문이 중심이었던 ‘용인향토문화지킴이 시민모임’의 창립배경이 됐고, 본지 박숙현 발행인이 썼던 희곡 ‘처인성’은 용인연극협회에서 ‘아! 처인성’이란 이름으로 연극 무대까지 올렸었다. 나중엔 뮤지컬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고, 행정구역 개편 때는 ‘처인구’라는 이름을, 그리고 처인성 관련 문화행사가 잇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나 역사성에 비하면 처인성에 대한 성역화 작업이나 지역의 정체성 확립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할미산성이 지난 2006년 경기도 기념물 제 215호로 지정됐고, 용인시가 발주한 ‘용인 할미산성 종합정비계획 학술용역’ 이 최근 중간보고회를 가졌다고 한다. 할미산성은 신라 6~7세기 초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뫼식 석축산성이다.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와 가실리, 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해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게다가 ‘마고할멈’ 의 전설까지 있으니 복원의 의미는 더욱 크다 하겠다.

물론 할미산성 하나 만으로도 앞으로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석성산과 처인성 등 지역내 문화유적지를 연계한 종합적인 정비작업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용역 보고회에서 할미산성을 신라 교육·학습 체험장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면, 처인성에서는 고려와 전쟁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아울러 사적329호로 지정된 국내 최대의 고려백자요지가 인근에 있으니 온갖 역사문화체험이 가능한 곳이 용인이다. 따라서 이 같은 주요 문화유적지만 별도로 묶어도 테마별 역사체험 코스가 가능하다.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외면하는 개발지상주의야말로 무지의 소산이다. 진정 아름다운 미래를 준비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은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계승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