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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시 최고의 브랜드는 ‘백남준’이다

얼마 전 “백남준은 세계에 내놓을 국가브랜드”라고 주장하는 백기사(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모임이 신문에 실렸다. 지난 주 칼럼에서 기자가 국가와 도시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터라 매우 반가웠다. 국가와 도시브랜드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최고 브랜드를 꼽는다면 역시 ‘백남준’밖에 없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했던 영화 ‘춘향전’을 세계 영화제에 내 놓았을 때, 세계인들로부터 섹스피어 명작을 능가한 수작이란 격찬을 받았음에도 정작 우리만 몰랐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비교할 상황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민족이 낳은 위대한 예술가 ‘백남준’을 공부해야 한다.
경기도는 백 선생 생전부터 ‘백남준 미술관’ 유치를 추진했고, 작고 후 우여곡절 끝에 ‘백남준 아트센터’를 용인 땅에 개관할 수 있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용인시 입장에서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계적인 국가와 도시들이 유치를 강력히 희망했던 ‘백남준 아트센터’가 용인시에 개관했음에도 정작 대한민국은 물론 경기도와 용인시까지 너무 조용하다. 그래서인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달았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문화마인드 부재 탓일까. 아니면 정부와 지자체가 미디어아트 창시자였던 천재 예술가 백남준이란 보석의 가치를 몰라보는 것일까. 어렵게 백남준 아트센터 유치를 성공시켰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운영의 묘다. 잘못하면 예산만 축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백남준 선생을 모독하는 꼴이 되고 만다. 당연히 정책 입안자들까지 역사 앞에 무능한 죄인이 될 것이다.

현재 아트센터 운영진들은 개막식이 끝난 후 앞으로의 진로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백남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상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미술계 안팎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해 성공시킨 스페인의 빌바오처럼 처음부터 관람객이 많아 천문학적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예산만 축냈다는 비판 대에 오를 판이다. 문화를 돈으로만 따져서도 안 되겠지만, 20세기이후 문화예술은 이미 경제 산업분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따라서 이젠 백남준만이 갖는 고유 브랜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백기사 모임의 황병기씨는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백남준을 세계에 내놓을 국가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백기사 송 정숙 전 장관은 “백남준이야말로 국부(國富)의 원천이 될 수 있는데 후대를 위해서라도 그를 알고 있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누가, 언제, 어떻게 백남준 예술세계의 끝을 보여줄 진 모르겠다.

기자는 오래전부터 용인시의 브랜드로 돌변한 ‘세계최고 선진용인’을 담아낼 그릇이 있다면, 백남준 선생 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자체 CI는 물론 광고물과 고속도로 IC, 경전철 환승역과 아트센터 인근 거리까지 백남준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도시디자인까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그럼에도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 국가브랜드급을 능가하는 백남준 선생을 용인 도시브랜드에 꿰맞추자는 발상이 건방질 진 모르지만, 이러다간 다른 나라의 다른 도시에 백남준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남다른 위기감을 어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