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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상임위, 공직자 발언대를 없애자

국회나 지방의회나 회기 중의 풍경을 보면 한 결 같이 공무원 수십 · 수백 명이 의사당 곳곳에서 대기하느라 북새통이다.

더군다나 지방의회는 집행부 사무실이 의사당 코앞인데도 모두 몰려와 대기를 한다. 바쁜 업무처리를 하다가 순서에 맞춰 출석해도 될 법 하건만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상임위별 소관 부서마다 질의응답 시간이 틀려 시간 조정이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이젠 각 과 사무실에서도 TV모니터나 인터넷 등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회의 진행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의사당 풍경은 매우 소모적이다.

상임위원회가 소집되면 집행부 공무원인 담당 국장과 과장들이 대거 출석한다. 자연스럽게 실무 계장들까지 줄줄이 따라온다. 여러 의원들로부터 평상적인 질문 외에도 호통 수준의 집중 추궁을 당할 때도 허다하다. 이로 인한 공무원들의 긴장과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그런데 더 볼썽사나운 것은 상임위 회의실의 질의응답 풍경이다. 예전에도 지적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개선되지 않아 다시 한 번 지적한다. 사실상 회기 중 주요 사안 결정은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결정된다. 그만큼 상임위원회는 중요한 커뮤니티의 현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민대표인 시의원이 공무원의 인격권까지 침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꼼꼼한 심의를 위해 시 살림을 세세하게 챙기고 따지는 것에는 누구도 반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질의응답 과정이 평등 관계가 아닌 수직 관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상임위 회의실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시의원들은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다. 반면 공무원들은 발언대 앞에 서서 절절매거나 반격의 모습을 보여 때론 싸움의 현장처럼 느껴질 때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시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을 문제 삼자는 것도, 공무원들의 무조건적인 수긍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질의응답만이라도 공무원들이 발언대에 서는 대신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서 차분하게 답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다른 지방의회에서도 많이 지적됐고 개선중인 것으로 안다. 굳이 공직자들을 발언대 앞에 꼭 세워야 할 이유가 없다면 말이다. 민의의 전당이자 소통의 상징인 상임위 회의실에서 꼭 발언대를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방의회와 집행부는 상하의 수직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테이블 의자에 앉아 큰소리치는 의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매우 권위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눈치 빠른 국회의원들은 이미 공무원들을 모두 의자에 앉도록 바꿨다고 한다. 이젠 싸움 일변도의 질의응답보다는 진정 소통이 이뤄지는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주민대표로 선출된 의원들의 권위가 추락하거나 위축되진 않는다. 오히려 나이 많은 공무원을 발언대 앞에 세워놓고, 긴 시간 젊은 의원들이 집중 추궁하는 모습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공직내부에서도 의원과 공무원의 설전이 벌어지고 나면 뒷말이 무성하다.

의회와 집행부간에 꼭 필요한 덕목을 꼽자면 긴장과 견제일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적 예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보통의 시민들이 꿈꾸는 멋진 의원의 모습은 약자보단 강자에게 큰 소리 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애꿎은 담당 공무원들만 발언대 앞에 세워놓고, 큰 소리 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