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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되풀이 된 ‘역사의 비극’을 보며

‘잔인한 4월’의 마지막 날 밤, 이 땅의 역사는 또 다시 비극을 맞았다. 오랫동안 검찰과 언론이 주도한 여론재판에 뭇매를 맞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격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일은 공교롭게도 한나라당이 4·29 재·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다음 날 아침이었다. 국내외 유력 언론들은 새벽부터 김해 봉하 마을에서 실시간 중계를 시작했고, 충격에 휩싸인 국민들의 눈과 귀는 노 전 대통령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던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 하루였다. 많은 언론들이 보도를 했기에 전직 대통령들의 사법 심판 역사를 되짚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1~3대, 1948~1960년)은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인한 4·19 혁명이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을 해야 했다. 최인규 내무부장관을 비롯한 당시 측근들은 사형을 비롯한 중형에 처해 졌다.

윤보선(4대, 1960~1962)전 대통령은 1974년 민청학련 배후 지원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1976년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3·1 구국선언에 참여한 혐의로 징역 8년 등을 선고 받았다.

장기 집권을 했던 박정희(5~9대, 1963~1979년)전 대통령은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졌다. 뒤를 이은 최규하(10대, 1979~1980년) 전 대통령은 1989년 12월 국회 광주특위의 4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임의동행 명령을 거부해 국회 모욕죄 등으로 형사 고발됐고, 결국 기소유예 처분됐다.

전두환(11~12대)·노태우(13대) 전 대통령은 1995년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 운동 때문에 검찰 서면 조사를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기업체로부터 수천 억 원대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에 소환돼 구속된 대통령이 됐다. 전 전 대통령도 12·12 쿠데타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전·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 판결로 사형은 면하게 됐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14대, 1993~1998년)은 1997년 외환위기와 관련, 1998년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를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15대, 1998~2003년)도 퇴임 직후 2003년 대북 송금 특검에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은 직접 검찰에 소환되진 않았지만 아들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그리고 이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3번째로 소환된 ‘비극적인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여론조사기관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 도주 우려가 없으므로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70.8%라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전직 대통령 구속 여부야 말로 국가 신뢰도와 관계가 깊다는 것.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면목 없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지만, 정작 그날 아침 나는 두 아들놈들에게 정말 면목이 없고, 미안했다.

어쩌자고 지난 시절 내가 겪었던 전직 대통령들의 사법처리 모습을,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똑같이 경험을 시킨단 말인가. 국민 전체의 망신이고 아픔이다.

물론 이번 사건이야말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정치’라는 불신의 단어가 보이지 않는 검은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지, 불행을 답습하거나 역주행 해서는 않된다. 많은 국민들은 요즘 정치권이나 검찰이 우리 역사의 진보를 차단하거나 희화화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 믿질 못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