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휘청거렸고, 최근엔 북한 미사일(위성) 발사 때문에 전 세계 이목이 한반도를 겨냥했다. 전 세계가 북한 미사일 문제를 비판했지만, 자력으로 인공위성하나 쏘아 올리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보면 분노보다 자괴감에 빠져드는 4월이다.
어디 그 뿐인가. 고 장자연과 박연차 리스트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했다. 고 장자연은 우리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죽음으로 폭로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며 비웃는다. 이 문제만큼은 검·경도 언론도 모두 자애로운 분위기다. 어쩌면 자기 식구 감싸기의 일환인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검찰은 광우병 문제를 다뤘던
큰 신문사일수록 외면 정도가 심했다는 평가다. 지상파 방송3사는 주요 현안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김연아에 ‘올인’했다. 사람들은 80년대 군사정권의 3S를 연상했다.
정통성이 없던 군사정권이 국민 관심도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했던 전략이 바로 3S(screen, sport, sex)였다.
정말 이상한 나라다. 보통 사람들은 연예인 스폰서가 무엇인지 모른다.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땅엔 아직도 보통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어느 여대생은 사채 300만원 때문에 룸살롱으로 팔려나가 하루 몇 차례씩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그럼에도 빚은 수 천 만원으로 늘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목 졸라 숨지게 했고, 아버지도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상식이 없는 나라다.
일순간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현 대통령의 최 측근까지 압박하고 있다. 과거 수천 억대 비자금을 조성해 영어의 몸이 됐던 두 전직 대통령이 연상되고 있으니 또 다시 불행한 역사의 시작이란 말인가.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는 자신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1922년작)’ 첫 구절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라고 했다. 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황폐한 정신적 상황을 ‘황무지’로 형상화했고, 진정한 재생을 가져오지 않고 공허한 추억으로 고통을 주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표현했던 것이다.
바로 지금 한국이 황무지처럼 느껴진다. 밑바닥 경제는 이제 비명조차 지를 힘이 없어 보인다. 정치권마저 박연차 게이트로 공황 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신록이 짙어오는 계절, 봄인가 싶더니 여름 분위기가 만연하다. 정말잔인한 4월이여, 제발 이 땅에서 더 이상 공허한 추억을 만들지 말고 떠나거라. 가난한 백성들은 아직도 겨울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