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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이 겨울에게 쓰는 편지Ⅲ

올해의 마지막 칼럼을 고민하다가 또 다시 암울한 소식이 담긴 세 번째 편지를 씁니다.

갑작스런 한파보다 더 추운 연말 정국입니다.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야 정치권은 아직도 이념 전쟁 중이니 걱정입니다.
모든 법안이야 민생을 위한 것이죠.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을 볼모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여당 한나라당은 주요 법안을 직권 상정시키려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고요. 쟁점이 되는 법안들조차 국민적 합의는커녕 국회 합의조차 못한 것들이 태반입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으니 참 뻔뻔스럽지요. 이러다간 또 다시 날치기 국회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민주당 역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강력 저지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저질 국회를 만든 일등공신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네요. 전기톱과 쇠망치로 국회를 때려 부수더니 이번엔 본회의장까지 점거했더군요. 정국 상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21세기 정치 후진국에서 벌어진 낯 뜨거운 풍경들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정치판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들이 사과나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촛불집회 유모차 아줌마들까지 몽땅 불러 수사하는 나라에서 법을 제정하고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테러 수준 범법행위는 용서가 된단 말입니까. 과연 우리 청소년들이 뭘 보고 배울지 걱정입니다. 정치인들 얼굴은 정말 두꺼운 것 같습니다.

정치판은 그렇다 치고, 이젠 언론계가 총파업을 시작했으니 더욱 걱정입니다. 정부는 언론계 총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강력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마찰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저 역시 기자 신분으로 대학에서 언론학 강의를 시작한지 1년이 됐으니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신문방송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논할 땐 답답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특히 작금의 언론 사태를 보면 정말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총파업은 한나라당이 미디어 법안을 단독 상정, 강행처리하려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파업 주체는 MBC, SBS를 중심으로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전국미디어네트워크 등 48개 언론기관과 언론시민단체들입니다. 이들은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을 만들어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한 것입니다.

언론장악 7대 악법은 얼마 전 일간 신문이 지상파 방송 및 보도채널을 함께 경영하지 못하게 한 조항을 삭제하고,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보도전문 케이블 채널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신문· 방송법 등 일곱 건이랍니다. 이 역시 사회적 합의나 논의 절차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굳이 있었다고 우긴다면 정부나 여당의 입장만을 반영한 형식적인 절차였겠지요.

어쨌거나 지금 세계는 경제위기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이 땅에서는 또 다시 이념과 정체성을 빌미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습니다.

국민이 하나 되어 국론을 모아야 할 때,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시작으로 언론 법안 등 쟁점 법안들이 논의 없이 강행처리 될 모양입니다.

새해가 걱정입니다. 언론계는 10년 만에 총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한나라당이 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는지 제대로 알 것 같은 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