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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이 겨울에게 쓰는 편지Ⅱ

어젯밤엔 잠을 설쳤답니다. 한해의 막바지라는 허무함 때문은 아닙니다. 늦은 귀가를 했는데 때 마침 TV에서 ‘MBC 100분토론’ 400회 특집을 하더군요. 시청자들이 뽑은 국내 최고의 ‘보수 vs 진보’ 논객들이 토론자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1주년이 되는 날이자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단독 상정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야 국회의원들의 난장판 ‘전투’는 정말 눈뜨고 보기조차 민망했습니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쌈 잘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모습으로, 조직폭력배들의 동영상처럼 미국의 뉴욕타임즈, 영국의 BBC방송 등 세계 유수 언론의 먹잇감이 되었죠. 그들은 분명 대한민국 국회를 해외토픽으로 희극화 시켰을 겁니다. 그 때문인지 이날 보수와 진보 논객들의 토론은 더욱 뜨거웠습니다.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참하리만큼 냉혹한 평가를 했더군요. 집권 초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로부터 세계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재가 겹친 결과로 보입니다.

저는 태생이 386세대인지라 보수논객들보다는 진보논객들의 주장에 더 귀가 솔깃하더군요. 비단 토론자들의 논리적 설득력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단순명제부터 보수와 진보의 벽이 느껴졌던 것입니다.

진보 논객들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점은‘과거로의 회귀’, 즉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사실입니다. 1980년대를 고스란히 관통한 386세대 입장에선 우리의 역사와 과거가 절대 아름다울 리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386세대가 이 나라의 중간 허리 층이 된 마당에,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가 이 점을 크게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기관들이 만들어내는 보수적 사회분위기는 경직된 불안감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경제나 외교문제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더 걱정이랍니다. 교과서 좌편향 논란이니 영어몰입교육이니 하면서 얼마나 좌충우돌해왔습니까. 덕분에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뛰었고, 아이들은 난데없는 일제고사까지 치러가며 무한경쟁세계로 내던져졌답니다. 선진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동학대일수도 있습니다. 외국인들도 안타깝다며 고개를 흔들더군요. 이 땅의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의제가 거론됐지만, 남북관계 등은 보수와 진보 간 인식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늘은 접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소통과 통합’의 부재는 현 정부 숙제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는 인종ㆍ연령ㆍ성별을 초월한 차기정부 인선을 마무리해‘무지개 드림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선시절 상대자였던 힐러리 등 여성 5명(20%)이 포함되었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유임되는 게이츠 국방장관과 라후드 교통장관 등 2명은 반대당인 공화당 소속이란 것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정권교체 1년이 넘었는데도 정부부처 1급 이상 공무원들에게 집단사표를 받고 있다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무엇보다 저는 이번 토론을 통해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 즉 분열주의의 원인은 첫째가‘철학의 빈곤’ 때문이고, 둘째는 ‘레드컴플렉스’에서 헤어나지 못한 극단주의적 이념대립 양상 때문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사회통합의 길을 찾는 해법일수도 있기에 우리들의 과제로 남겨놓고자 합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새벽녘까지 잠을 설쳤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