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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종부세’논란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종부세 위헌 결정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은 세금 폭탄에서 해방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다른 한쪽은 부자만을 위한 판결이라며 시위까지 벌이는 등 대조적인 모습이다.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나타난 반응이다. 종부세 대상 주민들은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지만, 종부세와 무관한 대다수 시민들은 ‘부자들만을 위한 판결’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이다. 종부세는 참여정부시절부터 좌파적 경제논리로 정치적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래서인지 보수언론들은 헌재 판결을 계기로 종부세 존폐 논란을 또 다시 부추긴다.

이 나라 국민의 98% 이상은 종부세와 무관하게 살아왔는데도 말이다. 퇴직 후 근로소득 없이 종부세를 냈던 노년층 주택 보유자들이야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최소 6억~9억원이라는 고가주택에 살 정도면 이미 상류층 아닌가. 예측컨대 그 정도면 노후 삶을 걱정할 사람들이 아니다. 종부세 대상이 세금 때문에 못살 정도라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

종부세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정치이데올로기 쟁점으로 떠올랐던 제도다. 투기 목적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부자들에 대한 강제적 배분이었다. 나눔의 문화가 부족한 천민자본주에서 종부세야말로 전형적인 좌파 경제논리를 적용한 정책이었을지도 모른다.

헌재 판결이 있던 바로 그날, 기자는 모 대학 홈 커밍데이 행사에 참가했다. 요즘 대학들이 학교발전기금모금을 위해 정례화하고 있는 행사다. 그런데 기자는 이날 부자들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 대학 졸업생들을 비롯한 내외빈 600여명이 참석한 당일 행사장에서만 무려 수십 억 원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적게는 몇 만원에서 몇 십만 원, 많게는 수백 · 수천 · 수십억 원까지 학교발전기금을 선뜻 내놓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의 액수를 떠나 그들은 모두 아름다운 부자였다. 아무리 모교라 해도 거액의 사재를 출연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걱정하고 있던 터였다. 사실 기자는 소액의 약정서조차 쓰지 못했지만,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 날이 됐다.

그리고 다음날 신문엔 공교롭게도 얼굴 없는 20대 ‘기부천사’가 소개됐다. 탤런트 문근영씨였다. 일부 연예인들이 도박으로 거액을 날리거나 강남 부유층 귀족계가 시끄러운 이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천사 문근영. 우리나라도 이젠 서서히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리라.

미국의 경우 기업인 빌 게이츠, 인기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정치인 빌 클린턴 같은 유명인들이 막대한 기부금을 내고 자선행사에 헌신한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닌가 싶다.
종부세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어울리지 않는 비교일지도 모른다. 비록 유명 연예인이나 부자가 아닐지라도 남을 위해 베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돈은 부자가 더 많이 쓰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부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 부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이중적 잣대가 존하는 것은 정부나 부자들의 더 많은 기부와 자선의 노력이 요구됨을 반증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