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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정권교체와 역사

오랜만에 영화 ‘실미도’를 다시 보았다. 1968년 창설된 ‘실미도 684부대’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관객 1100만 명을 불러 모은 흥행작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실미도 사건’은 1971년 8월23일, 북파공작원 교육을 받던 훈련병들이 집단 무장 이탈해 서울 진입을 시도하던 중 총격전 끝에 대부분 사망한 사건이다.

영화 에서는 31명의 북파공작원 대부분이 사형수이거나 밑바닥 인생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오직 북한의 ‘주석궁에 침투, 김일성 목을 따 오는 것’이다. ‘체포되면 자폭’해야 하고, 그만큼 혹독한 지옥훈련을 받았다. 이름도 계급도 소속도 없이, 임무가 끝나면 폐기처분된다는 것도 모른 채.

이 부대가 창설된 이유는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대북 보복공격을 위해서다. 영화 제작 후 실미도 부대원들 명단이 당시 군 수사기록을 통해 공식 확인되기도 했다.

1971년 8월23일 벌어진 난동사건에 참가했던 24명과 사건 이전 실미도에서 숨진 7명 등 31명 전원의 명단과 나이, 사망 장소 등이 모두 공개됐다.

결국 영화 속 내용들은 역사적 사실에 기인하고 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기자는 영화를 보면서 진짜 난동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영화는 684부대장(안성기 분)이 국가로부터 문제의 북파공작원부대를 없애버리라는 명령을 받으면서 크라이막스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비밀리 조직된 그들의 존재와 흔적을 남김없이, 모두 죽여 버리라는 명령이었다.

남북적십자회담이후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임 중앙정보부장이 극비리에 추진했던 사항으로, 살인병기로 훈련된 그들 존재가 드러날 경우 국내외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생명을 경시한 최악의 명령이 논란일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공감이 가는 픽션이다.

최근 남북관계나 부동산 정책 등을 비춰보면 정권교체가 도대체 뭐 길래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진다. 국가와 기업체는 대통령과 CEO가 바뀌면 전임 책임자들의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정권교체가 되면 전면 수정할 수도 있다는 것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교체이후 참여정부와의 단절 문제가 사회적 이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인적 쇄신과 정책 변화를 빌미로 사회적 갈등과 이념 대립 양상만 부추긴다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인적 쇄신도 잘못하면 논공행상을 위함이요, 정책변경도 잘못하면 국면쇄신용으로 국가예산만 축낸다는 비판을 초래하기 쉽다.

지난 정권에서 잘못된 것은 천천히 바로 잡아가면 되지만, 통째로 10년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또 정권이 바뀐다면 현 정권 역시 부정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이 사회는 영원히 ‘소통’ 불능의 사회가 될 것이다. 좋든 그르든 역사를 부정하는 무식한 국가가 된다면, 영원히 후진국을 면치 못하게 된다. 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마찬가지다.

영화 ‘실미도’가 왜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역사와 존재를 부정하는 국가에 저항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부대장의 올 곧은 국가관과 전우애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