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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재래시장과 오일장을 ‘문화아이콘’으로

- ‘오일장’을 ‘처인 민속장’ 또는 ‘처인장’으로 바꾸자 -

나는 20여년 전부터 용인의 재래시장과 오일장 단골이다. 일찍부터 재래시장 순대골목과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즐겨 마셨던 탓인지도 모른다.

옛날 용인극장과 용인경찰서 맞은편 도로와, 구주공아파트에서 술막다리까지 금학천변에 자리 잡은 용인의 명물 오일장은 아직까지도 건재하다. 요즘도 장 구경 갔다가 선술집을 찾곤 한다. 그땐 영락없이 용인의 명물들과 조우하곤 하는데, 그 또한 한 지역에 오래 사는 즐거움으로 생각된다. 수십 년간 역사와 전통을 이어주는 민속장 덕분이다.

10여 년 전, 용인으로 이사 온 어느 원로시인과 중견 소설가에게 재래시장안의 순대골목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깨끗해졌지만, 그 당시 만해도 꽤나 지저분해 보였던 곳이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향토색과 운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당시 중견 소설가는 재래시장과 5일장을 둘러본 후 순댓국에 막걸리를 마시며 분위기에 취했는지 “슬리퍼를 신고 무시로 장 구경을 나올 수 있을 만한 곳에 작업실을 구하고 싶다”고 신신당부 했었다. 아마 사람 사는 냄새에 취했으리라. 기자 역시 지금도 그런 분위기에 취해 오일장만 되면 자전거를 끌고 장으로 간다. 그러나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분위기도 좋지만, 이젠 사진이나 영상물로 기록을 남기고자 노력한다.

안타깝게도 반세기 이상 활성화된 오일장을 놓고 찬반논란이 거세기 때문이다. 오일장이 기존 재래시장 상권을 잠식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정확한 데이터를 구하긴 힘들지 몰라도 정기적으로 모이는 노점상 집합체가 오일장이니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사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규모 상가와 쇼핑몰이 들어오면서 재래시장의 위기의식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그동안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을 것이고, 아직도 진행형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기자가 보기에도 시장번영회 측의 주장처럼 가장 골칫거리인 오일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흥망성쇠의 열쇠임엔 틀림없다.

그럼에도 몇 가지 제안에 앞서 오일장 폐쇄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부터 밝힌다. 이미 반세기 전부터 현재까지 자연발생적인 민속장을 없앤다는 발상부터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성남의 모란장처럼 이젠 용인의 ‘처인장’ 또는 ‘처인 민속장’으로 이름을 바꿔 관광 상품화를 꾀하는 방법도 고민해 보자. 역사와 규모면에서 보더라도 전국 어디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 곳이 ‘용인장’ 또는 ‘김량장’이다. 솔직히 지금은 이름조차 분명치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우리의 5일장에 비하면 턱없이 규모가 작은 광장안의 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종의 벼룩시장 개념으로 현지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몰리는 그 곳은 이미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일부러 없는 것도 만드는 세상이다. 일본의 어느 지방을 방문했을 때는 크고 좋은 공연장이 아닌 시장 안에서 소규모 음악회나 연극공연 등의 축제를 벌이는 것을 보며 감탄한 적이 있었다.

용인시도 이젠 굳이 예산 쏟아 부어가며 사람 동원하느라 애쓰지 말고 재래시장 안에 오픈 상설 공연장이라도 만들어서 장보러 나온 시민이나 슬리퍼 신고 산책 나온 시민 모두 편히 즐길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자. 용인시도 이젠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단발적인 지원보다는 전문가들을 통한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 재래시장과 오일장을 문화아이콘으로 개발하면 어떨까? 재래시장의 위기는 이미 오일장의 유무를 떠나 전국적인 문제점이자 우리나라 시장 경제구조의 모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