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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테마 없는 이벤트성 축제는 혈세 낭비다

용인문화원이 내년부터 용인의 대표적인 축제를 ‘처인성 문화제’로 만든다기에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용인시민문화축제’로 축제명이 결정됐다고 한다. 후문에 의하면 ‘처인성 문화제’로 할 경우 처인구 만의 축제가 될 것을 우려한 결과라고 한다.

정말 황당하면서도 저급한 역사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용인시 스스로 처인성을 이렇게 모르고 무시하니 역사의 성지가 될 턱이 있나. 물론 반드시 ‘처인성 문화제’가 되어야 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역성과 역사성, 또는 지역정서가 내포된 축제명이 만들어져야 한다.

용인지역에서는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군 단위 시절부터 23년간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한 용구문화예술제가 있다. 이 또한 이제 역사가 되었다. 지금은 테마가 부족해 새로운 축제, 즉 ‘처인성 문화제’로 탈바꿈을 시도 했던 것이다.

용인시는 지난 3~4년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대중문화의 경계가 없어지는 요즘 지역 축제가 TV오락프로그램 정도로 밖에 인식이 안 되고 있어 걱정이다. 다른 지자체들이 도시브랜드 홍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축제를 기획하고 있을 때, 용인시는 돈만 퍼붓는 행사를 해왔던 것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외형만 화려했을 뿐, 지역색이 전혀 없는 기획사 주관의 이벤트성 행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처인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역사성 때문이다. 지금은 행정구역명이 ‘처인구’ 이지만, 이 또한 처인성을 기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오랜 시간 여러 경로를 거쳐 간신히 찾은 이름이다. 처음엔 처인성이 위치한 남사면의 지명을 ‘처인면’으로 바꾸려고 했으나 그 당시 분구가 되면서 동부권을 ‘처인구’로 명명하게 됐다.

당시 기흥읍과 구성읍 역시 분구에 따른 지명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구성읍의 분구 가능성이 예견되면서 최종적으로 기흥구가 되었다. 이때 세계적인 기업 삼성반도체가 있는 ‘기흥’이 국내보다는 세계적으로 더 알려진 도시였음이 확인됐다.

이젠 국가경쟁력보다 도시경쟁력이 우선이다. 그래서 용인시의 이번 결정은 우물 안 개구리들의 결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단순히 처인구 만의 축제로 생각할까봐, 혹은 기흥구나 수지구 주민들이 싫어할까봐 ‘처인성 문화제’라는 이름을 피했다는 것은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 용인의 정체성을 살릴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역사 인식이 부족해서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젠 국가브랜드보다 도시브랜드가 경쟁력이다. 그리고 지역문화가 곧 세계문화다. 용인시가 정말 ‘세계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용인밖에 없는 ‘처인성’을 테마로 삼아야 한다. 세계최고의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미술관이 용인에 유치될 수는 있었지만, 지나간 역사는 유치할 수도 물릴 수도 없지 않는가.

만약 ‘용인 처인성 문화제’를 만든다면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릴 수도 있다. 당장 옆 동네인 안성의 바우덕이 축제나 수원 화성문화제를 보라. 이미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이를 인식 못하는지 모르겠다.

용인시 공무원들이나 시의원들은 이제라도 혈세 버려가며 해외 나가지 말고, 버스타고 옆 동네부터 벤치마킹을 해라. 정녕 후세들에게 욕먹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