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KBS사태는 불안감의 산물이다

KBS 정연주 사장 해임권을 둘러싼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반응이 크게 엇갈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굳이 따지자면 정연주 사장보다는 이명박 정부 책임이 더 크다. 새 정부가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을 동일시하며, 주요 언론들을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는 일종의 조바심과 불안감으로 인한 부작용은 아닐지.

아직도 해법은 다양하다. 그런데도 자꾸 악수를 둔다. 정연주 사장 문제를 종식 시킬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법과 원칙을 중시하겠다고 약속했고, 프레스 프렌들리를 공언했다. 하지만 KBS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이 진짜 이뤄진다면 그것 또한 악수를 두는 것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공영방송 사장 임기는 상징적으로라도 보장해줘야 한다. 언론은 견제와 비판 기능을 상실하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공영방송은 일반 상업방송과는 달리 정치와 상업적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경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는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방송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위해 대통령의 면직권 조항을 여야 합의로 삭제한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는지, 해임 근거가 적법한지 등 법리 공방을 따져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려는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정연주 사장에게 정말 문제가 있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라. 단 현행범이 아니라면 언론자유 측면에서 임기 후가 좋다. 물론 정치논리는 배제해야 한다. 그런데 법적 근거가 빈약한 특별 감사를 벌인 감사원 발표만을 갖고,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다. 기자는 KBS사태를 보면서 시종일관 “정치는 정말 치졸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노무현 정부 언론정책과 비교할 상황은 아니지만, 언론학 전공자 입장에서는 한국 언론의 후진성을 보는 것 같아 정말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언론을 통해 보여주는 보수층 인사들의 발언은 더욱 한심하기 그지없다. 공영방송을 마치 정부 산하기관 또는 단체 정도로 치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교롭게도 KBS사태는 세계인의 관심이 베이징 올림픽에 집중된 지난 8일 터졌다. 그리고 그날 러시아는 그루지야와 전쟁을 시작했다. 일부의 우려처럼 올림픽 분위기에 휩쓸려 국민과 세계의 눈이 가려질까 걱정이다.

바라건대 이명박 정부는 KBS사태를 보수 대 진보, 또는 과거 정권과의 단절을 위한 분위기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아울러 좌파니 뭐니 하면서 이념적 공세로 몰아가는 것도 큰 문제다.

바야흐로 이젠 1인 언론시대다. 언제 어디서나 쌍방향 커뮤니티가 가능한 ‘상상초월’의 인터넷 시대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보면 암울했던 군사정권 시절의 286 또는 386시대의 공권력을 연상하게 만든다. 보수의 감성에 진보까지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정말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가 무엇인지를 공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21세기 웹 시대와 공감하지 못해서 겪는 불화인지, 아니면 세대 차이의 일종인지, 진짜 보수에 대한 불감증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