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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이산과 정권교체

요즘 MBC 월화 특별기획 드라마 ‘이산’이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조선왕조 영조에서 정조로의 정권 이양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뤄 재미를 더한다. 불안정한 권력 구도를 배경으로 주변부 인물들의 거친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낸 드라마적 요소가 시청율을 높이고 있다.

사극 마니아들은 드라마 속 정치현상을 현실정치에 비교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TV사극만 봐도 이보단 훨씬 낫겠다”며 현실정치를 비판한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판의 당파싸움이 닮음 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양위과정(정권이양)을 둘러싼 집권말기의 권력투쟁을 보면 형식만 다를 뿐 전혀 변한게 없어 보인다.

양위가 ‘세습이냐 선거냐’ 는 시대와 형식의 차이만 있을 뿐, 왕권과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 싸움은 역사의 판박이다. 드라마에서 이산은 원칙과 복수심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는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까지 폐세손 시키려던 노론 벽파를 철저하게 단죄못해 시청자들이 분노한다.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는 뒤늦게 자신의 명백한 과오였음을 손자 이산을 통해 알게 된다. 그 때의 참담함을 보면서 역사의 비극적 아이러니를 다시한번 느낀다.

훗날 정조는 조선 제22대 왕(재위 1776~1800)이 된다.

기록을 보면 과거제도 개선을 위해 대과(大科)는 규장각을 통해 국왕이 직접 관장해 많은 과폐를 없앴다. 전제(田制) 개혁에도 뜻을 두어 조선 초기의 직전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또 규장각 제도를 일신해 왕정 수행의 중심기구로 삼는 등 개혁의 상징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정조는 사극 바람에 힘입어 다양한 재평가를 받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도 정권교체 준비가 한창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시대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직전까지 언론과 여론의 공세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를 불러왔던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임기 말 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다. 혹자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하고 잔인한 평가를 한다.

정권을 빼앗겼으니 오죽하랴. 대통령의 통치력과 치적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그럼에도 100명중 99명이 분노어린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일부러 침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론의 대세에 밀린 듯 좀처럼 침묵이 깨어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섣불리 역사의 심판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임기내내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과의 싸움을 벌여온 노무현 대통령. 임기 초부터 말까지 특유의 국정운영스타일로 파문을 일으켰다. 또 좌파정권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보수 주의자들의 표적이 됐다. 끝내 좌파정권이라 불리던 참여정부는 국민의 심판으로 정권을 내줬다.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을 일찌감치 폄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듯 말이다.

4·9총선을 앞두고 정당별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유독 한나라당에만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대통령 당선자와 당 지지도에 편승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래서인지 당 내부에서는 획기적인 변화의 목소리가 높다. 정당공천부터 철저하게 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민들은 지난 국회를 냉정하게 되돌아본 후 제18대 국회의원들을 선출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개혁을 원한다면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패거리 정치보다는 인물을 더 중요시 해야 한다는 역사와 현실의 공통된 정치적 교훈을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