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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집단민원이라는 사회병리

얼마 전 용인경찰서 정보과를 방문했을 때다. 오전 시간임에도 민원인들 때문에 분위기가 매우 소란스러웠다. 집회신고 때문에 온 몇 팀의 사람들 때문이었다. 원래 비좁은 공간에 민원인들까지 꽉차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최근 용인경찰서에 접수된 집단민원 관련 집회신고 건수를 보면 하루 평균 4~5건, 많게는 12건이나 된다. 이에 어떤 형사는 집회신고를 위한 번호 대기표 기계를 설치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푸념한다. 봄철을 맞아 집단민원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는 비유가 딱 맞아 보인다.

집회신고 건수를 놓고 볼 때, 이 정도면 웬만한 지방청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만큼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상충된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엉겨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용인시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생, 노동자, 농민, 철거민 등의 소소한 산발적 집회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기껏해야 골프장 건설에 따른 환경문제가 집단민원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90년 중반 택지개발 직후부터 집단민원 양상이 확연히 바뀌었다. 과거와는 달리 더욱 조직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민들은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조직과 단체를 구성하기 시작했고, 분야별 책임자들을 뽑았다. 주민대표 대다수는 사회성이 있기에 뽑혔지만, 일부는 매우 정치적인 인물들도 포진해 있다.

어떤 이들은 지역사회와 아파트공동체 발전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집단민원을 빌미로 행정기관이나 업체의 브로커 역할도 했을 것이다.

실제 집단민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공익적인 모습보다는 사유재산권 보호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 일반 시민들도 집단민원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긍정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

모 아파트에서는 주민 전체가 결의한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낸다고 한다. 그러다가 주민들 간에 파벌이 생기면 법적소송까지 벌이는 기막힌 경우까지 생긴다.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위한 몸살이기엔 너무 가혹해 보인다.

요즘 우리나라 신도시 지역 곳곳에서는 “반상회가 무섭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반상회라고 하면 마을공동체를 대변해온 회의기구였다. 반상회 역사는 원래 1917년 일제의 조선인 통제 수단으로 처음 도입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군사정권 시절을 거쳐 최근 주민자치 바람을 일으키기까지 오랜 시간 민의를 결집시켜왔다. 그런데 요즘 반상회는 공동체는 뒷전이고 지나치리만큼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용인지역에선 매주 크고 작은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 벌써 사장실이 두 번씩이나 점거됐다고 한다. 솔직히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건전한 집단민원이 아니면 지역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선량한 시민들을 분노케 만든 공직자들의 무책임도 문제지만, 일반 시민들의 집단이기주의적 발상은 더더욱 간과해선 안된다.

집단민원과 반상회! 어느 집단이든 사회적 발전에 따른 이해관계와 충돌 사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용인지역의 집단민원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집단민원도 공익적 목적이 우선되지 않으면 절대 명분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